한국세무사회가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국세무사회 브리핑실에서 토스 세이브잇, 삼쩜삼 등 세무대리 플랫폼을 상대로 고발한 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최서윤 기자한국세무사회와 삼쩜삼으로 대표되는 세무대리 플랫폼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관계 당국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20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최근 한국세무사회가 세무대리 플랫폼을 고발 또는 신고한 사건을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각각 들여다보고 있다.
앞서 세무사회는 지난달 21일 세무대리 플랫폼 토스, 삼쩜삼, 핀다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개보위에 신고했다.
또 지난달 24일과 29일에는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를 허위과장광고 등 법률 위반 행위로 공정위에, 탈세 조장 혐의로 국세청에 각각 고발했다.
이어 지난 13일에는 삼쩜삼과 토스 세이브잇 등 플랫폼을 국세청에 추가 고발한 것이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이들 플랫폼이 근로소득자 연말정산 관련 환급세액이 있다고 광고해 유도한 뒤 대상이 아님에도 부양가족공제나 장애인공제 등 인적공제를 적용해 환급신고를 하거나 수년치 경정청구를 하는 식으로 거액의 환급수수료를 편취하고 있다는 새로운 제보를 받고 확인한 결과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은 자신의 세금이 어떻게 신고됐는지 모른 채 부당 탈세에 이르고 있다"며 "세정당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삼쩜삼 등 세무 플랫폼을 통제하고 즉각 전수조사를 통해 진실을 알려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비스앤빌런즈 제공삼쩜삼도 반격에 나설 조짐이다. 삼쩜삼은 지난해부터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다 결국 올해 2월 한국거래소로부터 미승인 결정을 받아 상장이 무산됐는데, 그 배후에 세무사회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삼쩜삼을 운영하는 자비스앤빌런즈는 지난 18일 입장문을 내고 "거래소 심사 관계자인 A교수가 지난 10일 서울지방세무사회 총회에서 감사패를 받았는데, 이 교수가 심사 과정에 직·간접 개입한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지방세무사회 정기총회에서) 한 임원이 당사사도 모르는 거래소 심사 과정과 회사의 영업기밀이 포함된 구체적인 논의 내용, 상장위원회 위원들에 대한 설득 경위까지 구체적인 행위를 설명한 데 대해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일각에서는 세무사회와 삼쩜삼으로 대표되는 세무대리 플랫폼 간 갈등을 두고 최근 몇 년 전부터 IT(정보기술) 발달로 출현한 플랫폼 업체와 기존 업계 간 업역 갈등으로 해석한다.
'타다'로 대표되는 모빌리티 서비스와 택시기사 간 충돌부터, '직방' 등 프롭테크와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로톡'과 대한변호사협회에 이르는 일종의 '밥그릇 싸움' 양상과 유사하다는 시각이다.
다만 세무대리 플랫폼의 경우, 국세청이 간편 신고를 위해 만들어둔 웹 기반 홈택스나 모바일 손택스에 고객의 주민등록번호와 인증서를 받아 대리 접속해 대리 신고하는 방식에 그쳐 기술 혁신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세무사회 지적처럼 다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삼쩜삼 피해 사례 및 탈퇴나 해지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게시글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결국 정부 관계 당국의 판단은 현행 법률 저촉 여부를 중심으로 내려질 공산이 크지만, 사회 변화 양상을 반영한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
앞서 세무사회는 2021년 3월 삼쩜삼 관계자들을 무자격 세무대리 및 대행 알선 등 세무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지만 불송치된 데 이어 검찰에서도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는데, 당시 검찰은 "신종 플랫폼 사업에 대한 사회 제도적 변화상황을 고려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반면 개보위는 지난해 6월 한국소비자연맹과 세무사회의 신고 조사 결과, 삼쩜삼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실을 인정하고 과징금 8억 5410만 원과 과태료 1200만 원 부과 및 시정명령을 내렸다.
입법부까지 논의가 확대될지도 관심사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차량 대여사업자의 운전자 알선 예외 규정을 엄격히 한 이른바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21대 국회 막판까지 첨예하게 대립했던 '직방금지법(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은 결국 폐기됐다.
변호사 광고 규제 기준을 변협 내부 규정이 아닌 법령으로 정하도록 한 '로톡법(변호사법 개정안)'은 22대 국회 개원 직후 즉시 발의돼 '플랫폼 산업과 기존 업계 간 직역 갈등'을 둘러싼 논의가 재점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