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주민 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들과 국무위원들이 불참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22대 국회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정부·여당 견제를 위해 실정에 대한 목소리를 들으려 현장으로 향하곤 했던 야당은 오히려 원내에서 입법에 열을 올리는 반면, 정부를 도와 국정 운영을 주도해야 하는 여당은 오히려 현장으로 뛰쳐나가 야당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양측 모두 '반쪽짜리' 역할에 그친다는 점이다. 여당의 방해로 정부의 협조를 얻지 못하고 있는 거대 야당은 현안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은 물론 입법에 나서더라도 거부권 정국을 피하기 어렵다. 여당은 당내 특별위원회를 통해 민생을 챙기겠다고는 하지만 관련 입법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院) 구성 협상이 잇달아 불발되면서 여야 모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독주하는 민주당…입법 밀어붙이고 청문회 강행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각 상임위원회 단위로 입법과 현안 해결에 당력을 쏟고 있다. 그러나 여당의 협조 없이 '의석 수'로만 절차를 밀어붙이다 보니 과부하가 걸리고 있는 모양새다.
우선 민주당의 당론 1호 법안이었던 채 상병 특검법은 오는 21일 입법청문회를 거쳐 이르면 당일 법사위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법안 숙려기간도 생략한 채 다음달 초 본회의에서 속전속결로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쟁점 법안인 '방송 4법'은 지난 18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한번에 법사위로 넘겼다. 빠른 처리를 위해 아예 소위원회 심사를 생략했다. 이와 관련해 법사위 간사인 민주당 김승원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법사위에서 내용에 관해 토론하고 절차적인 하자는 치유가 될 수 있다"고 해명했지만, 국회법 위반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의료갈등 해결을 위해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정부여당의 불참으로 결국 파행을 빚기도 했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불참했고, 조규홍 복지부장관 등 정부 인사들도 여당과 보조를 맞춰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행정안정부 장관을 비롯해 주요 기관장이 불참하는 등 똑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이에 민주당은 의석 수로 실력행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전현희 의원은 고위공직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국회 출석 요구를 거부할 경우, 처벌·고발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 발의를 예고했다. 이와 함께 법사위와 과방위도 입법청문회 등에 주요 증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고발하겠다고 경고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주요 증인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해 강제구인에 나서겠다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드라이브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자칫 '독주(獨走)'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얻었던 민주당이 18개 상임위 위원장을 모두 차지한 뒤 '임대차 3법'을 밀어붙였다가 여론이 악화한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시 민주당은 이후 열린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모두 패배했다. 한 전직 민주당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게 민심은 맞지만 자칫 여당의 역할을 도맡아하다가 책임론이 일 우려가 있다"며 "특히 민생을 도외시할 경우 나중에 '그 의석으로 뭘 했느냐'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외로 뛰쳐나간 국민의힘…'반쪽 여당' 비판도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13차 전국위원회에서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여당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은 이날 복지위 전체회의에 불참한 채 의료 현장을 방문했다. 국민의힘 의료개혁특위 위원들은 지난 17일과 전날에 이어 이날에는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을 찾아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료진과 정부가 대화를 하면서 의료 정상화에 애를 쓰고 있다"며 "필요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다른 특위들도 현장행보에 나섰다. 노동특위는 서울남부고용센터를, 에너지·AI반도체 특위는 경기 용인시 SK 용인 일반 산업단지를 찾았다.
하지만 입법권 없는 특위에 기대는 행위는 '반쪽짜리' 역할을 수행 중이라는 지적을 사고 있다. 정부와 협조해 국정 운영을 주도하고 입법을 추진해야 하는 여당이 장외에서 야당 때리기에 치중할 경우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당내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집권여당이 책임을 방기할 경우 책임론이 일 수 있다'는 '현실론'이 제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이 입법 권한도 없는 '짝퉁 상임위'를 열며 민심을 외면하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입법 대신 민주당 비판과 견제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이재명사법파괴저지특별위원회'는 이날 대법원을 방문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촉구했다. 곽규택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사법 체계를 흔들고 언론과 방송마저 자신들의 입맛대로 길들이려고 한다"며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방탄이 이러한 비이성적이고 반민주적 행태의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현재 원내의 강 대 강 대치의 원인이 민주당의 일방독주라며 앞서 진행된 우원식 국회의장의 상임위 임의 배정 또한 비판하고 있다. 특히 우 의장의 행위는 무효에 해당한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청구한 상태다. 하지만 판례를 고려하면 이 같은 행보도 국면전환용으로는 '무리수'라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국회의장 "주말까지" 최후 통첩에 23일까지 협상 전망…지속된 합의 불발에 부담 '가중'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집무실에서 국회 원구성과 관련 여야 원내대표들과 만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우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원 구성 협상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면서, 여야 각자의 부담도 가중되는 양상이다.
민주당의 경우 11개 상임위원장직을 확보한 상태에서, 내심 국민의힘이 나머지 7개를 가져가길 원하는 눈치다. 이미 '핵심'인 법사위·운영위를 가져간 데 더해 18개 상임위를 독차지한다면 반발 여론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민의힘이 11:7 상임위 구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내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뉴스1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14~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상임위 구성에 대해 '좋지 않게 본다'는 응답은 49%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좋게 본다'는 37%에 불과했다.
국민의힘도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다수 야당의 '횡포'를 부각하며 언더독 효과(경쟁에서 지고 있는 사람이 이기길 바라는 현상)를 누리고 싶지만, 집권여당으로서의 '책임론'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7개 상임위를 받아들이면 안된다는 강성 여론이 우세하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할수록 여당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태다. 협상 방식을 두고 지도부의 태도가 '어정쩡하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처럼 똘똘 뭉쳐서 협상에 임하지 못하고 있다"며 "투쟁을 할거면 의장실에서 드러눕던지 확실하게 해야 하는데 피켓 시위만 하는데 그쳤지 않느냐"고 불만을 표했다.
여야는 원 구성 협상을 위해 이날도 다시 회동했지만 이번에도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추 원내대표는 법사위와 운영위 위원장을 1년씩 나눠 맡자고 민주당에 공개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대통령이 1년 동안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검토해 보겠다"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과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비공개 회동을 가졌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이 같은 평행선 지속에 그간 합의를 촉구하던 우 의장도 이번 주말까지 원 구성 협상을 종료하라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에 따라 여야는 오는 23일까지 협상이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이견이 여전해 돌파구는 쉽사리 마련되지 않을 전망이다. 우 의장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야 협상에 상당히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며 "서로 입장이 완고한 상태기 때문에 23일 막판까지 가봐야 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번 조사는 통신사 제공 휴대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무선 전화 인터뷰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며 응답률은 10.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