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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계 들쑤셔놓은 R&D예산, 결국 2년 전으로 '원상복구'

IT/과학

    과학계 들쑤셔놓은 R&D예산, 결국 2년 전으로 '원상복구'

    2025년도 주요R&D 예산 '24조 8천억 원'
    지난해 대비 2조 9천억 증가해 2023년 수준 '원상복귀'
    과학기술계 "다행이지만 현장 혼란은 여전"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25년도 연구개발(R&D) 재원 배분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25년도 연구개발(R&D) 재원 배분 결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내년도 주요R&D 예산을 지난해 대비 2조 9천억 원 증가해 24조 8천억 원 규모로 확정했다. 지난해 전례 없는 '예산 삭감 파동'을 일으킨 지 1년 만에 '원상복구'한 셈이다.
     
    과학계에서는 예산 증액을 환영한다면서도 "지난해 대폭 예산을 삭감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증액이 아니라 결국 2023년 수준으로 다시 돌아온 것 아니냐"라며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현장은 여전히 혼란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내년 주요 R&D 예산 '24조 8천억'…23년도 수준과 비슷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도 주요 R&D 예산을 24조 8천억 원으로 확정했다. 대규모 예산 삭감이 이뤄진 올해 예산보다 2조 9천억 원 증가한 규모다.
     
    과기부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조했다. 3대 게임체인저 기술인 AI 반도체·첨단바이오·양자를 중점적으로 투자하겠다며 세 분야에만 총 3조 4천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차세대 기술의 경쟁력을 확대하기 위해 범용인공지능과 디지털바이오 육성, 양자기술의 글로벌 협력 체계를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우주 분야에도 큰 규모의 예산을 배정해 미래 산업 투자에 집중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지난해 5월 개청한 우주항공청 중심으로 우주 경제 투자를 본격화하겠다며 '1조 우주 산업'에 전년대비 2천억 원을 증액해 우주탐사 차세대 발사체 핵심역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에너지와 국민 안전 등 실생활에 밀접한 기술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전력수요 급증에 따른 차세대원자력 분야에는 2100억 원을 투입해 기술을 개발하고 글로벌 탄소 규제 대응에 중점적으로 투자할 것을 밝혔다. 중대재해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한 재난·안전R&D에 대한 지원에 2조원을 투입하고, 이번 화성 배터리 공장 화재와 같은 대형화재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 개발도 집중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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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과기부는 27일 이번 2025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기초연구 분야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2조 9400억 원을 책정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신진연구의 투자액을 1400억 원 증액할 뿐 아니라, 우수 성과 연구자를 중심으로 중견연구자의 지원도 이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R&D 예산 보고를 받은 뒤 "우리 정부의 과학기술에 대한 진정성과 이런 대폭 증액의 진심을 국민들께 잘 설명드리고 이해를 구하라"고 당부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대통령실은 또 내용상으로 환골탈태에 가깝게 달라져 '복원'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계 "복구된 건 다행이지만"…현장 혼란은 여전

    내년 예산은 지난해보다 3조원 가까이 증가했지만 작년 예산(24조 7천억 원)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다. 대통령실은 내용상으로 확 바뀌었다고 설명하지만, 과학기술계에선 결국 대통령실에서 시작된 이른바 'R&D 카르텔론'으로 인해 R&D 예산만 방향 없이 갈팡질팡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R&D 분야는 대통령실로부터 '카르텔'로 지목되면서 예산이 대폭 삭감됐고, 이는 과학기술계에 큰 '상흔'이 됐다. 지난해 6월 '2023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0) 베이스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른바 '카르텔' 척결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과기부는 4일 만에 R&D 예산이 전면 개편해 2024년 예산으로 25조 9천억 원을 편성해 전년대비 16.6% 삭감한 예산안을 제출했다. 특히 기초연구 예산은 6%(1537억 원) 감액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과학기술계는 크게 반발했다. 당시 국내 기초연구 분야 27개 학회·협회가 모인 기초연구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기초연구 사업은 연구자가 주제를 제안하고 치열한 경쟁과 엄정한 심사를 거쳐 연구지원을 받기에 '카르텔'이나 '연구비 나눠먹기'와 거리가 아주 멀다"고 지적했다. 반발을 우려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기초연구 지원은 다시 2조 63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00억 원 늘어난 수준으로 수정됐다.
     
    이번 예산안 발표에 과학기술계는 환영한다면서도 현장 혼란은 여전하다는 입장이다. 기초연구연합회 최은영 부회장은 "우선 과기부에서 예산을 증액한 부분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하지만 작년에도 예산이 다시 증액됐지만 지원 체계가 바뀌면서 현장에 혼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어떻게 지원하는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성모 출연연과학기술인협의회총연합회장은 "당시 예산 삭감으로 현장은 너무나 심한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예산 복구로 현장을 회복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이공계 기피 현상과 인력 유출, 연구 중단 상황 등 당시 받았던 충격은 혼란으로 그대로 현장에 남아있다"고 짚었다.

    과학기술 분야에 있어 정책과 예산의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이어확 수석부위원장은 "작년 대혼란의 시기를 겪어 걱정이 컸지만 원상복구돼 다행"이라면서도 "과학기술계는 '내년도에 어느정도의 예산이 들어온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고, 그래야만 연구 계획을 통해 연구를 안정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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