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심사 출석한 20년 전 영월 농민회 피살사건 피의자. 연합뉴스20년 전 강원 영월군에서 발생한 일명 '영월 영농조합 간사 살인사건'과 관련해 살인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50대 피의자가 구속됐다.
피의자 측이 '결백'을 주장하며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사건 전말과 '혐의 입증'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되면서 강원지역 대표 미제사건이었던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20년 만에 밝혀질 지 주목된다.
28일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A(59)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열고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의 가능성이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2004년 8월 9일 강원 영월군 영월읍 농민회 사무실에서 당시 조합 간사였던 안모(당시 41세)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실질심사 전 A씨는 "이 자리까지 오게 된 이유를 모르겠다. 진실은 밝혀지겠지만 아주 긴 시간 동안 정신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범행 당일 알리바이 입증과 관련해서는 "경찰에서 얘기하는 범행 시간대에 동생 및 아이들과 미사리 계곡에 있었다"며 "당시 그 시간대에 찍은 사진을 알리바이 증거로 제시했는데도 경찰의 소설 같은 이야기로 20년간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A씨는 "족적에 대한 감정 결과도 믿을 수 없고 이해도 안된다"며 "피해자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건 발생 장소도 나는 모른다"고 재차 혐의를 부인했다.
20년 전 영월 농민회 피살사건 피의자가 2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앞두고 춘천지검 영월지청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강원지역 대표적인 미제 사건으로 알려졌던 이 사건은 2004년 8월 9일 오후 6시쯤 강원 영월군 영월읍 농민회 사무실에서 발생했다.
당시 영농조합 간사 안모(당시 41세)씨가 목과 복부 등 16차례 흉기에 찔려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은 숨진 안씨가 반항한 흔적 없이 바지 주머니에 현금 10여만 원이 든 지갑도 그대로 있는 점 등을 토대로 면식범의 소행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당시 용의선상에 올랐던 이들의 범행 동기가 불확실했고 일관성 없는 제보 전화가 오히려 수사에 혼선을 주면서 사건은 장기화 됐다.
영구 미제로 남을뻔 했던 이 사건은 강원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신설된 이후 2014년부터 재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약 7년간 사건 기록을 검토하고 증거 자료에 대한 재감정을 거듭한 끝에 2020년 6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당시 사건 현장의 족적과 유력 용의자 A씨의 족적이 99.9% 일치한다는 소견을 받았다.
당시 사건 현장에는 여러 점의 족적이 증거로 남았고 사건이 한여름 발생한 만큼 '샌들' 족적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당시 용의자로 지목된 A씨를 소환해 거짓말 탐지기까지 투입해 검사를 진행했고 국내 유명 범죄 심리학자들에게 거짓말 검사 분석도 의뢰한 끝에 같은 해 11월 검찰에 송치했다.
'족적이 일치한다'는 증거 외에는 직접 증거가 부족한 이 사건을 두고 검찰은 3년 6개월 간 보강 수사를 벌인 끝에 A씨가 이 사건의 범인이라고 판단해 최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편 피해자 유족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진실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