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국 대선 첫 TV토론을 계기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리스크가 재부각 되면서 민주당 대선 후보 교체론이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공개 촉구하는 성명이 나오는가 하면, 언론 보도와 여론 조사 결과 모두 바이든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린든 존슨처럼"…美 민주당 의원 첫 사퇴 요구
린드 존슨 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민주당 소속 15선 하원의원인 로이드 도겟 의원(텍사스)는 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36대 대통령(1963년 11월~1969년 1월 재임)인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의 사례를 언급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접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존슨 대통령이 민권 증진에 큰 성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전쟁의 난맥상, 당내 신진후보의 부상 속에 재선 도전을 중도에 포기했던 행보를 뒤따르라고 촉구한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 내부에선 익명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교체를 주장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연방 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재선 포기를 요구한 것이다. 따라서 공개 사퇴 요구가 다른 의원들에게 확산될지 주목된다.
CNN은 익명 보도를 전제로 민주당 전현직 의원과 기부자,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측근 20여명에게 물은 결과 이들 가운데 다수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들 가운데 일부는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사퇴 결정을 이번주 안으로 발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합주 격차 더 벌어져…"바이든, 이번 주 결단해야"
연합뉴스TV토론 이후 여론도 요동치고 있다. CNN이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해 토론 직후인 지난달 28~30일 유권자 1천2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양자 대결 시 두 후보는 각각 43%와 4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과거 3%포인트 이내의 차이로 두 후보가 경합을 보였지만 TV토론 이후에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특히 대선 승패의 열쇠를 쥔 경합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비공개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슈퍼팩 '퓨처 포워드'의 여론조사 기관인 오픈랩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격차가 경합주 전체적으로 2%포인트 가량 더 벌어졌다고 미국 인터넷매체 '퍽'(Puck)이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로이터통신의 여론 조사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설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을 10% 포인트 이상 격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 여사는 정치에 뜻이 없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혀왔지만, 민주당이 직면한 현실을 감안할 때 그의 거취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토론장서 잠 들 뻔"…"비슷한 상황 15~20번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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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압박이 커지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 측은 '완주' 의지를 고수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3일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과 회의를 가질 예정이며 민주당 지도부와의 회동도 준비하고 있다. 5일 위스콘신주에 이어 주말에는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를 찾아 본격적인 경합주 유세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실언으로 또다시 논란을 확산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은 버지니아주 선거자금 모금행사에서 TV토론에서 부진했던 것은 해외 출장으로 피곤했기 때문이라며 토론 당시 "무대에서 거의 잠들 뻔 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부적격 논란에 기름을 부은 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 논란이 '일회성 사건'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으로 유명한 언론인 칼 번스타인은 CNN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익명의 소식통들이 TV 토론 때와 비슷한 상황을 "지난 1년 반 동안 15~20차례" 목격했다고 전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유럽 방문 때도 오락가락 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인지기능 감퇴 정황이 최근 뚜렷해졌다는 목격을 전했다. 문장을 제대로 끝맺지 못하고 이름을 잊거나 두 사실을 혼동해 뒤섞는 등 실수가 부쩍 많아졌는데 유럽 국가 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의 신체 상태가 지난해 가을보다 눈에 띄게 쇠퇴해져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첫 TV토론의 후폭풍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상황이어서 앞으로 며칠간의 여론 동향이 바이든 대통령의 완주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