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생성형 AI 모델 '삼성 가우스'를 소개하는 모습. 연합뉴스국내 주요 기업들이 LLM(대규모언어모델)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오픈AI의 챗GPT 등 상당 수준에 오른 LLM들과의 협업이 효율적이지만 근본 기술을 축적할 경우 B2C(기업과소비자간거래)부터 B2B(기업간거래) 등 다양한 사업에서 활용가능하고 사내 업무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어서인데 기업들의 관련 투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주요 그룹, 챗GPT 대신 '우리 LLM 만들기' 드라이브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방미(訪美)일정을 소화 중인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주요 빅테크 기업 CEO(최고경영자)와 연쇄 회동하며 AI 등 디지털 사업에서의 협업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아마존, 인텔 CEO와 만나 AI(인공지능), 반도체 등 디지털 사업에서의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하며 특히 LLM(거대언어모델) 등 구체적인 AI 사업확대 방안을 모색했다고 전했다.
SK그룹은 SK텔레콤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LLM 구축에 공을 들여왔다. SK텔레콤은 챗GPT같은 범용 LLM에 맞서 통신에 특화한 '텔코 LLM'을 함께 구축하고 관련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데 연내 공개 예정이다.
최 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한 팻 겔싱어 인텔 CEO와 만난 사진. 최태원 회장 인스타그램 캡처삼성전자도 자체 개발한 LLM을 제품에 통합하는 작업에 공을 들였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의 지시 하에 삼성리서치 주도로 개발된 LLM AI 모델 '가우스'를 지난해 11월 공개했고, 이를 순차적으로 제품에 탑재하고 고도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LG그룹도 구광모 회장 주도 하에 LLM 개발과 고도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구 회장 주문으로 지난해 2020년 12월 출범한 LG AI 연구원은 그룹 차원의 최신 AI 원천기술 확보와 AI 난제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1년 12월 '엑사원'을 공개한 후 1년 7개월만인 지난해 7월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카카오보다 먼저 차세대 LLM인 '엑사원 2.0'을 내놓은 상태다.
"챗GPT 좋지만 보안, 기술 종속 우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자체 LLM 개발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출발점은 보안 문제와 기술 종속에 대한 우려다.
지난해 주요 대기업들 중심으로 챗GPT가 빠르게 도입되었다가 내부 정부 유출 문제로 생성형 AI 사용이 금지됐다. 성능이 우수한 챗GPT를 사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구축할 수도 있지만 데이터 유출 등 보안 우려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급격하게 성장하는 AI 시장을 감안해 LLM같은 원천 기술을 확보할 필요성도 내부적으로 대두됐다.
LG디스플레이 제공최근 자체 생성형 AI를 개발해 도입한 LG디스플레이 측은 "생성형 AI 등장 이후 기업의 기술 정보를 외부 AI 시스템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보안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이번에 구축한 자체 생성형 AI는 자사에 특화된 지식을 사내 LLM을 통해 탐색하도록 설계돼 보안 안정성을 확보했다"며 "임직원들이 업무 전문 지식이 필요할 때 담당자에게 문의하거나 과거 자료를 찾아보지 않고도 손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LG 관계자는 "챗GPT 등 해외 빅테크 기업들이 개발한 생성형 AI는 북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현지화를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우리가 자체 인프라와 데이터, 인력 등을 활용해 AI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런 기술이 꼭 필요한 시기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시장 잠재력이 큰 점도 자체 LLM 등 AI 원천 기술 확보에 투자를 이어간 이유"라고 설명했다.
"자체 LLM으로 보안 위험도, 고객 마음도 잡아라"
자체 LLM은 B2B(기업간거래) 시장과 B2C(기업소비자간거래) 시장 모두에 활용될 수 있는 잠재력도 갖고 있다.
SK텔레콤은 개발중인 텔코LLM이 챗GPT같은 범용 LLM에 비해 통신 영역에서 높은 수준의 생성형 AI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 국내는 물론 글로벌 통신사, 상담 업무를 수행하는 기업들이 활용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사 제품에 일찌감치 AI 기능을 탑재한 LG전자는 괄목할 성과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는데 성숙 단계에 진입한 가전 시장에서 AI 기술을 통한 차별화과 구매 수요를 대체하는 구독 사업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 기업과 기관의 협업 제안도 줄을 잇고 있다. LG전자는 구글의 생성형 AI를 탑재한 'LG클로이 가이드봇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스마트폰에 자체 LLM을 탑재해 호실적을 거둔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가전에도 이를 적용할 방침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자체 LLM 가우스를 경량화해 탑재한 온디바이스 AI폰인 갤럭시S24 시리즈를 내놓았고, 갤럭시S24 시리즈를 통해 삼성전자는 애플에 뺏겼던 글로벌 1위 자리(스마트폰 시장점유율)를 탈환했고, 지난 1분기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음성비서으로 가전 제어가 가능한 자사 음성비서 플랫폼인 '빅스비'에 LLM을 적용해 이달부터 가전에 탑재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서 예고한 대로 이달 안으로 빅스비에 LLM을 적용해 가전에 탑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