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청역 인근 참사 현장. 연합뉴스서울시청 인근에서 인도로 돌진해 16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입건된 차모(68)씨가 첫 피의자 조사에서 차량 이상에 따른 급발진이 사고 원인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다만 속속 파악되고 있는 사고 당시 정황들은 차씨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도 적지 않아 경찰이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5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전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를 받는 차씨를 조사했다. 차씨가 이번 사고로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사건이 발생한 지 나흘 만에 첫 피의자 조사가 방문 형식으로 진행됐다.
차씨는 이 조사에서 사고 원인을 급발진으로 지목하며 차량을 멈추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직후 기자들에게 "피의자는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며 차량 상태 이상에 따른 급발진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까지 경찰 수사, 사고 당시 CCTV 영상 등을 통해 파악된 사고 정황들은 표면적으로 차씨 주장과 맞지 않는 대목들이 있다.
차씨가 운전한 차량은 지난 1일 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오자마자 속도를 냈고, 바로 앞 일방통행로인 세종대로18길로 진입해 역주행 후 인도를 덮쳤다.
당시 초기 주행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에는 차량 브레이크등(제동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사고 직전 약 5초 가량의 차량 주행기록을 담은 사고기록장치(EDR) 1차 분석에서도 브레이크 페달이 밟힌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가속페달은 90% 이상 강도로 밟힌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피의자 진술을 바탕으로 가해 차량의 급발진, 운전 부주의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추가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경찰은 가해 차량에서 교통사고 이력이 다수 발견됐다는 점도 이미 파악했다.
보험개발원이 운영하는 '카히스토리'를 통해 가해 차량의 보험 사고 이력을 보면, 이 차량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최소 6차례 교통사고로 차량이 파손돼 보험 처리를 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런 사고들로 차씨 측이 부담한 상대차 수리(견적) 비용은 668만 1847원에 달한다.
사고 시점은 2018년 9월, 2019년 2월, 2021년 11월, 2021년 12월로 나타났고, 2020년 10월에는 두 차례 사고가 있었다. 차량을 구입한 2018년 이후 사실상 매해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경찰은 차씨가 사고 당시 인도로 돌진하게 된 배경도 집중적으로 따져볼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6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임에도 차씨의 급발진 주장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면서 비중 있게 다뤄지지 못했다.
차씨에 대한 체포영장이 기각되면서 수사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3일 "출석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있다거나 체포의 필요성 단정이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 희생자들에게 2차 피해를 유발하는 게시글 작성자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대해 형사처벌 가능성을 경고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사건과 관련된 조롱, 모욕, 명예훼손성 게시글 등이 무분별하게 유포되고 있어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한 심각한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러한 행위는 형법상 모욕죄와 사자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 등에 의해 형사 처벌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온라인 모니터링 과정에서 2차 가해를 유발하는 게시글을 반복적으로 유포‧게시하거나, 타인에게 전달한 사실이 확인되면 입건 전 조사나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