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APEC 정상회의 주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 전경. 경주시 제공경북 경주시가 내년 11월 세계 21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2025년 제3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여겨지던 APEC 유치전에서 경주시가 승리하면서 유치 주역들의 숨은 노력이 다시 한 번 조명 받고 있다.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는 지난달 27일 회의를 열고 경주시를 2025년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로 최종 결정했다.
지난 2021년 7월 경주시가 전국 최초로 APEC 정상회의 유치를 위한 도전장을 낸지 3년 만의 일이다.
APEC 개최도시 유치전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여겨졌다. 경쟁도시였던 인천과 제주는 광역지자체인 반면 경주는 인구 25만명에 불과한 기초지자체이기 때문이다.
경주는 도시 규모는 물론, 예산과 준비 인력 등 모든 면에서 두 도시에 비해 크게 불리해 유치에 나설 때부터 많은 우려와 걱정이 제기됐다.
하지만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시는 'K-문화'의 발상지다운 저력을 발휘하며 어려 어려움을 이겨내고 정상회의 유치에 성공했다.
주낙영 시장이 민선8기 2주년을 맞아 언론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경주시 제공APEC 유치의 1등 공신은 누가 뭐라 해도 주낙영 경주시장이다.
주 시장은 대한민국의 역사적 뿌리이자 정체성을 갖고 있는 경주를 알리고 지방시대를 맞아 경주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특별한 행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APEC 정상회의가 국내를 대표하는 역사문화도시 경주를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발전시키고, 대한민국 지역균형 발전에 기여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경쟁도시 중 가장 먼저 도전에 나섰다.
이후 이철우 경북지사, 김석기 국회의원과 함께 대통령실과 외교부, 정치권 등을 상대로 여러 경로를 통해 적극적인 대정부 유치활동을 펼쳤다. 특히 행정고시 출신이자 기획통으로서 자신의 폭넓은 인맥을 적극 활용해 경주유치의 당위성을 적극 알리고 설득해 기적 같은 드라마를 써냈다.
경주가 지역구인 국민의힘 김석기 국회의원의 역할도 매우 컸다.
외교부를 관할하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잔뼈가 굵은 김 의원은 그동안의 경험과 경륜을 토대로 외교부 안팎에서 다양한 루트로 경주 유치의 당위성을 알렸다.
지난달 7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유치계획 현장발표 프레젠테이션(PT)에는 유치에 나선 3개 지역 국회의원 18명(경주 1명, 인천 14명, 제주 3명) 중 유일하게 홀로 참석해 정상회의 유치에 대한 의지와 열망을 보여주며 심사위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등 영남권 국회의원 58명의 'APEC 개최도시 경주' 지지 서명을 받아 개최도시선정위원회에 제출하는 특별한 성과도 냈다.
게다가 그는 22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에 선출되면서 APEC 정상회의 성공개최를 위한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낙영 시장은 지난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석기 의원님이 APEC 정상회의를 관할하는 국회 외통위 위원장을 맡아 정상회의 성공개최에 큰 힘이 되어줄 기반을 마련했다"며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주낙영 경주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 김석기 국회의원 등이 PT발표전 필승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경주시 제공이철우 경북지사도 경주시가 정상회의 유치를 결정한 순간부터 유치 확정의 시간까지 함께 하며 가장 주춧돌 역할을 해왔다.
특이 이 지사는 정상회의 유치를 위해 대통령실과 정부의 여러 고위급 인사를 두루 만나면서 적극적으로 유치 세일즈 활동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또 유치를 위한 경북도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경주시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전직 부시장들을 비롯한 경주시 공직자들의 열정적인 노력은 APEC 정상회의 유치의 토대이자 원동력이 됐다.
최근 퇴직한 김성학 전 경주시 부시장은 APEC 유치 추진단장을 맡아 최일선에서 유치활동을 이끌었다.
지난 5월 외교부 개최도시선정위원회 현장실사단 경주 방문 당시에는 대릉원과 월정교, 국립경주박물관을 거쳐 정상 입국 장소인 김해국제공항 VIP 의전실을 직접 안내하며 경주 유치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2025년 11월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보문관광단지 전경. 경주시 제공 현재 경상북도 기획조정실장을 맡고 있는 김호진 전 부시장도 숨은 주역으로 꼽힌다.
김 실장은 경주시가 정상회의 유치를 선언하자 발 빠르게 경주시 조직을 정비하고 경북도와 협력관계를 이끌어내며 정상회의 유치의 기틀을 닦았다.
경주시 홍보담당관과 APEC 정상회의 유치단을 중심으로 한 공무원들도 한마음 한 뜻으로 똘똘 뭉쳐 기적을 이뤄냈다.
특히, 경주시 홍보실은 최근 자리를 옮긴 윤철용 공보관과 손대기·김경은 팀장, 이영화·김장현·장문생 주무관을 중심으로 APEC 정상회의와 관련한 다양한 홍보 및 보도자료를 내며 유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경주시의 APEC 정상회의 관련 기사양이 경쟁도시이자 광역지자체인 인천과 제주보다 많았던 것은 이들의 의지와 노력이 얼마나 간절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주낙영 시장은 "경주가 APEC 정상회의 개최지로 결정된 것은 경주의 역사적 가치와 문화적 풍요로움, 그리고 시민 여러분의 열정과 노력이 만들어 낸 쾌거"라며 "역대 가장 성공적인 정상회의가 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