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달리(DALL·E)로 제작한 스마트폰과 5G 합성한 이미지제4이동통신사 추진 정책은 정부의 '섣부른 장밋빛 계획'과 사업자의 '동상이몽'이 빚은 정책 실패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가계 통신비 인하 대책으로 제4이통사를 내세운 정부는 기간통신사업자 신규 진입 제도 요건을 완화하면서 제대로 된 대비책을 갖추지 못했고, 사업자는 정부에만 기대 기본적인 요건도 갖추지 않았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실행된 정책 실패로 행정력 낭비는 물론 시장 혼란만 심화시킨 셈이 됐다.
꼬리표처럼 '자본력' 문제 됐지만, 정부 검증 '소홀'
정부가 제4이통사 선정 취소를 하겠다고 방침을 정한 이유는 '법인 동일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필요사항을 이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①자본금 미달 ②구성 주주 ③사업자 자본금 납입 계획이 당초 정부에 냈던 계획과 달랐기 때문에 제4이통사 사업자 후보 자격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이러한 자본금 논란은 제4이통사 정책 추진 과정에서 '꼬리표'처럼 지속적으로 지적된 사항이라는 점이다. 대기업이 아닌 알뜰폰 사업자를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문제제기는 더욱 거세졌다. 모정훈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지난 1월 변재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기간통신사업자, 특히 이동통신사업자를 선정할 때 재정적 역량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사업 초기 단계부터 수조원 이동통신망 구축 비용과 마케팅 비용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며 "신설법인으로 컨소시엄 주관사 등은 상당한 검증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가 '등록제'라는 이유를 들어 재정 능력 문제 검증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9년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되면서 기간통신사업자 신규 진입 제도는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진입 문턱이 낮아졌다.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경영대학 교수도 같은 토론회에서 "등록제는 신청 법인의 재정적 능력을 주파수 할당 여부로 갈음해 주파수를 할당 받는 경우 재정적 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면서 "그러나 이번 28㎓ 주파수 할당 최소경매가는 최저 742억원으로, 신청 사업자의 재정 능력이 기존 통신3사의 경우와 매우 상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 겸임교수(前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는 "주파수 할당 신청고시 제3조 단서의 '면제규정'은 기존 허가제에서 중복해 재정 능력을 검증하는 비효율을 없애기 위해 존재했던 것"이라면서 "등록제로 법이 개정됐으면 이 면제조항을 개정해 재정능력에 대한 심사를 할 수 있도록 했어야 했지만 정부는 그대로 내버려둬 제대로 된 재정적·기술적 능력에 대한 심사를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주파수 할당 신규사업자 로밍 의무 허용 관련 법률 자문. 이해민 의원실 제공사업자의 '로밍' 구상, 정부 '장밋빛 계획'이 바탕…'동상이몽'도 커졌다
제4이통사로 선정된 스테이지엑스의 사업 형태는 '알뜰폰+28㎓ 합종 모델'이었다.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의 대표로 있는 스테이지파이브가 알뜰폰 사업자였기 때문에 정부도 신규 사업자가 알뜰폰과 통신사의 중간지점에 있는 단계로 봤다. 그러나 사업자의 생각은 달랐다. 제4이통사의 핵심이 될 28㎓ 주파수를 사업성이 없다고 보고, 기존 통신사들의 통신망을 빌려 쓰는 방식(로밍)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했다.
사업자가 이같은 로밍 형태의 사업을 구상한 건 정부의 제4이통사를 위한 전폭적인 지원 정책 때문이었다.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28㎓ 주파수 자체가 도전적인 주파수이다보니 이걸 열심히 투자하는 대신 전국망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게 전국망 로밍을 해주는 게 전제가 된 공고나 정책이었던 것 아니냐"면서 "정책에 중대역 주파수 상관 없이 제4이통사 정책에 로밍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과기정통부의 23년 7월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 자료 중 일부. 과기정통부 제공
실제 지난해 7월 과기정통부의 '통신시장 경쟁 촉진 방안' 발표에 따르면, 통신시장 경쟁구조 개선 방안으로 ①주파수 할당과 ②진입 장벽 완화 정책이 담겼다. 주파수 할당에는 28㎓ 대역 전용 주파수와 앵커 주파수(700㎒ 또는 1.8㎓ 대역, 공개토론회 후 확정)를 함께 할당한다고 명시했고, 진입 장벽 완화 정책으로는 신규 사업자가 시장진입 초기 원활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자사 네트워크 미구축 지역에서 기지국·코어망 등 타사네트워크를 공동이용(로밍)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투자 부담 경감을 위해 정책금융(최대 4천만원)·세액공제·단말유통 등도 지원책도 포함됐다.
이때 정부와 사업자 간 '로밍'과 관련해 의견 차이가 계속되자 정부는 법률 자문을 받아봤다. 과기정통부가 이해민 의원실(조국혁신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법률 전문가들은 "로밍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 성립할 수 있는데 스테이지엑스는 전국 사업자로 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로밍이 아닌 도매제공 형식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또 "과기정통부 장관이 스테이지엑스를 로밍 이용사업자로 고시하려면 '스테이지엑스가 28㎓ 서비스 가능 단말기 이용자에게 데이터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로 한정해야만 로밍이용사업자로 인정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사업자가 로밍과 도매제공(알뜰폰) 형식을 혼용해서 자꾸 주장하다보니 로밍 의미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법률 자문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로밍 제도 취지는 기본적으로 전국망 구축 과정 속에서 한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라면서 "사업자가 어떤 형태의 망 구축 모델을 가져가느냐에 따라 로밍을 적용할 수 있었지만, 스테이지엑스의 망 구축 모델은 도매제공으로 해석하는게 맞다는 결론이 도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과기정통부가 제4이통사 후보 자격을 취소하겠다고 발표한 건 통신 시장의 현실을 무시한 졸속 정책이었음을 스스로 확인시켜 준 것"이라며 "과기정통부의 근시안적 사고가 불러온 완전한 정책 실패"라고 평했다. 한 이동통신 전문가는 "대통령이 카르텔 얘기를 하면서 구조를 흔들어야 한다고 한 뒤 과기정통부가 대책 내놓은 것 중 하나가 제4이통사"라면서 "우리 통신시장이 제4이통사를 서둘러야 할 상황인지에 대한 질문부터 필요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