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8·18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레이스가 이재명 전 대표의 당 대표직 연임 선언과 함께 본격 시작됐다. 약 한 달 동안 전당대회에 당력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회에선 민주당 지도부가 대여(對與) 투쟁 전략과 대안 제시에 있어 부족한 모습을 보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연일 여당 이슈를 키우며 불필요하게 전선만 넓히고 있다는 건데, 전당대회에 나서며 '재등판'한 이 전 대표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 지도부, 대여 공세 집중…압박 카드 추진 시점은 뒤바뀌어
1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민주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국민의힘 전당대회 상황, 김건희 여사의 '문자' 논란, 윤석열 정부 인사,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검찰의 이 전 대표 수사 등 다양한 내용을 바탕으로 대여 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발생한 이슈에 대해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지만, 압박 카드가 너무 많다 보니 오히려 우선순위와 추진 시점이 수시로 뒤바뀌는 모습이다.
우선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에선 법제사법위원회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요구' 국민동의청원과 검사 탄핵안 심사 등 정국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안건이 쌓여 있다. 법사위는 당초 검사 탄핵안을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으나, 대통령 탄핵 청원 심사를 위한 청문회 개최로 인해 관련 일정을 미뤘다.
기존에 원내지도부가 주요 과제로 내건 '2특검 4국조'도 정확한 추진 시기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2특검 4국조'는 채 상병 사건,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한 특검과 채 상병·양평고속도로·방송장악·동해유전개발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통칭한다. 이 중 확실하게 진척을 보이고 있는 사안은 국회 본회의 통과 후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 재표결을 앞두고 있는 채 상병 특검법이 유일하다. 국정조사 중에선 채 상병 건과 방송장악 등 2가지만 움직임이 있는데,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윤석열 대통령 채해병특검법 재의요구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윤창원 기자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도 추진 시점을 고심하고 있다. 일단 오는 19일이 채 상병 순직 1주기인 만큼 다른 야당 및 시민단체와 장외투쟁에 나서며 정부 압박 여론을 최대한 끌어올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본회의에 올라가 있는 '방송 3+1'법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는 탓에 정작 특검법 표결은 채 상병 1주기를 훌쩍 넘긴 시점에나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방송 3+1법의 경우 4개 법안이기 때문에 여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나설 경우 처리에 최소 4박5일이 소요된다. 아울러 채 상병 특검법 재의결에는 최소 8표 이상의 여권 이탈표가 필요한 만큼 이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 수립 등에 시간이 소요될 경우 아예 8월 임시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2특검 4국조' 등 처리 계획과 관련해 원내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타임라인은 딱히 없다. 계속 정부 여당과 관련한 새로운 의혹이 추가돼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유동적이다보니 세부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주요 법안들의 본회의 처리 시점에 대해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며 상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방송 3+1법 또한 "곧바로 보내올 준비가 돼 있느냐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생 의제 뒷전 아니냐는 지적…이재명 출마가 '전환점' 될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8·18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 선언에 앞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대여 전선이 넓어지며 당이 민생 의제를 뒷전에 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해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생, 경제, 외교, 안보 한치의 소홀함도 없기 위해 민생 법안을 계속 당론 의결해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11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노란봉투법'과 범죄피해자보호법, 전세사기특별법, 가맹사업법 등 8개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지난 9일 정책 현안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 당론 법안인 '민생위기극복 특별조치법' 처리를 촉구하며 정부와 선별 지급 방법에 대해 협의할 의향이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해외 순방, 여당은 전당대회 상황으로 아직까지 호응이 없는 모양새다. 진 의장은 통화에서 "국회 원(院) 구성이 늦어지면서 심사가 잘 안 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도 있고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다른 민생 법안들도 추진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당에선 "현재 여야 모두 당대표가 없는 상황이니 무슨 일이 이뤄지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당선이 확실시되는 이재명 전 대표의 당대표 경선 출마가 전환점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 전 대표는 이날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나 여당 당권 주자들에 대한 언급은 자제한 채 에너지 전환, 노동시간 단축, 실용 외교 등을 키워드로 제시하며 '민생'을 거듭 강조했다. 유력한 여당 당권 주자인 국민의힘 한동훈 후보와 김건희 여사 간 문자 논쟁에 대한 질문에도 "국민의힘 얘기는 별로 안 하고 싶다. 보기 민망스럽다는 말씀으로 대신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앞으로 한 달여 남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엔 다시 이 전 대표의 리더십이 부각되며 민생 위주 정책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대표 경선은 김두관 전 의원과 청년 원외 인사 김지수 한반도미래경제포럼 대표와 함께 3파전으로 치러지지만, 민주당 내 상황이 사실상 이 전 대표 '일극 체제'로 굳어진 탓에 현임 당 지도부도 이 전 대표 메시지를 따라갈 확률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지금의 혼란스럽고 엄중하고 심각한 위기를 외면할 수 없다"며 "정치인으로서 국민과 당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연임을 시도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