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오른쪽)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이 당원 연임 도전을 선언한 이재명 전 대표의 발언으로 종합부동산세와 금융투자소득세에 대한 정책방향에 대해 고심하는 가운데, 당내에서 이와 정반대의 목소리가 제기돼 향후 논의의 본격화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강령정책분과 토론회에서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도 적극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 해결을 위해 '사회경제적 민주화'라는 정책노선이 전향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불평등 해소를 위한 제도의 도입·유지가 필요함을 강조하면서 보유세제의 강화를 언급했다.
그는 "2022년 세계불평등보고서 지표를 보니 우리나라 상위 10%가 자산의 58.5%를 차지하고, 소득은 하위 50%가 16%를 가지고 있는데 자산은 5.6%밖에 못 가지고 있다"며 "소득보다 자산 격차가 훨씬 크다. 집 한 채가 있고 없고에 따라 부의 규모가 천양지차로 나는 것"이라고 현상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적으로 부의 양극화, 소득의 양극화를 어떻게 해결할 건가 하는 것이 큰 숙제라고 생각하는데, 우리나라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크게 위협받을 것"이라며 "환수된 불로소득 재원을 바탕으로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권 강화를 위한 조치도 적극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정책위의장은 이 같은 논지를 펼치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당내에서도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이견이 제출되고 있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도 당이 심각한 토론과 논의를 통해 분명한 입장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8·18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 같은 제안은 최근 종부세와 금투세 등 각종 세제와 관련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한 이재명 전 대표의 발언과 맞부딪히는 모양새다.
이 전 대표는 전날인 10일 당 대표 선거 출마 기자회견에서 종부세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검토를 할 때가 됐다", 금투세에 대해서는 "(시행) 시기에 있어서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보유와 투자소득에 대한 적극적인 과세를 강조해왔던 기존 민주당의 입장에서 다소 벗어난 것이어서 당 안팎에서는 '우클릭'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도 표심을 얻기 위한 정책적 변화의 필요성은 다양한 경로로 표출돼 왔다.
박찬대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5월 원내대표 선출 직후 실거주용 1주택에 대해서는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며 1주택 종부세 폐지론을 언급했고, 고민정 최고위원도 종부세의 총체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 윤창원 기자
이런 흐름에 대해 민주당 박지원은 이날 BBS라디오에서 "민주당의 절대적 과제인 정권교체를 위해 외연 확장의 길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이 후보가 대표직 연임을 하게 된다면 민주당도 종부세는 물론 상속세·금투세 문제에 있어 더 중도적인 노선으로 옮겨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다만 당론을 모으는 논의 과정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민주당과 함께 사회경제적 민주화에 동참해 온 시민사회는 감세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이날 "부자 감세에 동조하면서 '먹사니즘'을 언급하는 것은 기만이다. 정부가 부자 감세에 여념이 없는데 제1야당 대표 후보까지 이에 합세하는 모양새"라며 "이 전 대표는 금투세·종부세 흔들기를 멈춰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이 전 대표가 대권을 거머쥐기 위해서, 또 민주당 입장에서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 중도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적인 전환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면서도 "종부세·금투세 등은 그간 민주당이 치열하게 싸워오면서 쟁취한 제도들이기 때문에 제도를 손바닥 뒤집듯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