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순직해병특검법 거부 강력 규탄·민생개혁입법 수용 요구' 야당-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에서 규탄 발언을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이 검찰청 폐지 및 수사·기소 분리 등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찰개혁'을 당론으로 추진한다. 21대 국회에서 추진했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이번에는 성사시키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율이 총선 압승에도 불구하고 박스권에 갇혀 여당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칫 민생이 아닌 검찰 공격에 몰두하다가 중도층 민심만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민주당, 검찰청 폐지 입법키로 …'검수완박' 재추진 움직임
11일 민주당에 따르면, 민주당 검찰개혁태스크포스(TF)는 전날 회의에서 검찰청을 폐지한 뒤 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처(중수처)'로, 기소권은 '공소청'으로 넘기는 내용의 법안을 이달 중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수사를 담당하는 중수처는 총리실 산하에 두고, 공소 유지·영장 청구 등을 맡는 공소청은 법무부 아래 설치하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검찰 수사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왜곡죄' 신설과 수사지연 방지 법안도 추진한다.
이는 지난 21대 국회에서 추진했지만 완성에 이르지 못했던 '검수완박'을, 이번에는 완수해 내겠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당시 민주당은 검찰 수사 권한을 '중요 범죄(경제·부패)'로 제한했지만, 정부의 시행령 개정을 통해 수사 범위가 확대되면서 결국 미완에 그쳤다는 평이 많았다. 이에 검찰청을 아예 폐지하는 등 입법을 통해 수사권을 박탈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도 검찰 견제에 힘을 실었다. 그는 전날 당 대표 연임 도전을 선언하며 민주당의 검사 탄핵 추진과 관련해 "검찰이 권력 자체가 돼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를 하니까 국회가 가진 권한으로 조금이나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게 바로 탄핵이다"라고 검찰을 직격했다.
민생 대신 공세 일변도 비판…범야권에서도 진의 '의심'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검찰과의 투쟁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회 단독 과반당인 만큼, 의석을 바탕으로 민생과 같은 필요한 담론을 주도해야 하는데, 오히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치 공세에만 매몰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이 전 대표가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다보니 이 전 대표 '방탄'이라는 지적도 다수 나온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반 국민 중 검찰 수사를 받아 본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피부에 와닿는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다"고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정치검찰 사건 조작 특별대책단 위원이 지난달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대북송금 검찰조작 특검법을 제출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연대를 펴야 할 범야권에서도 검찰개혁의 진의를 의심하는 상황이다. 개혁신당 소속 한 의원은 통화에서 "검찰 조직 재편 논의는 할 수 있지만 단순히 검찰의 수사 역량을 공중분해해버리는 식으로는 곤란하다"며 "민주당이 검찰에 대한 복수심으로 차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수사 전문가로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법을 추진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개혁신당의 구체적인 입장은 민주당의 법안을 검토한 뒤 정할 계획이다.
특히 민주당이 검사 4명에 대해 탄핵을 당론으로 추진 중인 것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탄핵을 위한 법적 근거가 부실해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3명의 검사와 달리 나머지 1명에 대해서는 찬성 혹은 반대로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없었다"며 반대 의견을 표했는데, 당내 강성 지지층의 거센 비난이 일었고, 결국 맡고 있던 원내부대표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검사 탄핵과 관련해서는 여론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검사 탄핵 추진에 대해 '부패 검사·정치 검사에 대한 정당한 국회 권한 사용'이라는 응답이 40%, '이 전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응답이 각각 40%로 같게 나왔다. 민주당 지지자 중에서도 이 전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응답이 22%에 달했다.
박스권 갇힌 당 지지율에 중도층 이탈까지 우려…"외연 확장 시스템 필요" 목소리도
더불어민주당 제5차 중앙위원회의에서 변재일 중앙위 의장이 발언을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민주당의 투쟁 일변도 행보는 단순히 최근 현안에 대한 논란 뿐 아니라, 중도층 확보에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은 총선 압승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 있다. NBS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총선이 끝나고 4월 셋째주 32%로 고점을 찍은 뒤 한번도 30%대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지난 2022년 지방선거 패배를 돌이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시 민주당은 대선 패배 후 지지층 결집을 위해 검수완박에 집중했다가 6·1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5대 12로 완패한 바 있다. 이후 민주당 내 정치모임 '더좋은미래', '더민초' 등에서는 패배 원인 중 하나로 검수완박 추진을 꼽으며 반성 릴레이를 했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전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전 대표가 연임에 성공하면 중도로 외연을 확장하는 시스템과 인적 구성이 필요하다"며 "소위 '쓴소리'도 할 수 있는 당직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안했다.
여론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응답률은 18.5%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