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을 향한 비판 걸개. 연합뉴스한국축구지도자협회가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한 대한축구협회를 비판했다.
축구협회는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후 5개월 동안 차기 사령탑 선임을 진행했으나 결과를 내지 못하고 결국 'K리그 감독 돌려막기'를 선택해 뭇매를 맞고 있다. 대표팀 감독직에 거절 의사를 밝혀왔던 홍 감독 역시 돌연 지휘봉을 잡자 팬들로부터 '배신자', '통수', '피노키홍' 등 비난을 받고 있다.
지도자협회는 12일 입장문을 통해 "우리는 축구협회의 발표가 지난 5개월간의 무능과 반복되던 시행착오를 종결짓는 매듭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그러나 이는 더 심한 혼돈과 또 다른 기만의 서막이 되고 말았다"고 한탄했다.
지난달 28일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의 사퇴 후 권한을 이어받은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단독 결정으로 홍 감독을 선임한 데 대해서도 의문을 품었다.
이 이사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저에게 모든 기술파트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줬다"면서 "부회장에게만 보고했고, 정몽규 회장에게 보고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도자협회는 "무엇인가 숨겨야 할 일이 없다면 모든 권한과 책임을 준 회장에게 과정과 결과를 보고해야 하는 것은 너무도 상식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그의 말대로 회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중차대한 국가대표 감독을 선임하고 기자회견까지 했다면 월권이다"라면서 "회장이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된 감독선임 문제를 보고도 받지 않고 기술위원장 혼자 독단적으로 결정하게 했다면 그런 회장은 있으나 마나 하여 자격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했다"고 꼬집었다.
지도자협회는 지난 1일 '정몽규 회장에게 드리는 고언'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대한축구협회 시스템을 사유화하거나 농단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낸 바 있다. 하지만 축구협회가 이에 침묵한 데 대해 "정 회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대한축구협회 시스템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면서 "합리적 결정을 해야 할 국가대표 감독 선임 과정과 결과가 세계적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이번 신임 대표팀 감독 선임과 발표 과정은 역대 감독 발표와는 모든 것이 이상하고 비정상적이었다"면서 "'보안'이란 이유로 규정과 절차적 시스템을 모두 내팽개쳤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축구협회는 스스로 규정과 절차를 어기는 이런 졸속행정에도 불구하고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와 지도자에게는 규정과 규칙을 준수하라며 휘슬을 불 수 있는 권위가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황진환 기자지도자협회는 정 회장을 비롯한 축구협회에 질문을 던졌다.
일부 외국인 지원자는 면접에서 무려 50여 쪽에 달하는 PPT 자료를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도자협회는 "PPT 발표 및 외국인 감독과의 면접 결과를 선임 과정에서 누구와 공유하고 결과에 어떻게 반영했는가"라고 물었다.
모두에게 공평해야 할 할 면접 기준이 특정 후보 앞에서만 갑자기 주관적이고 자의적 해석으로 바뀐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을 요구했다.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홍 감독의 경우 PPT 발표 및 면접을 진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지도자협회는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선한 의도로 그러했다면, 그럴수록 선한 의도를 증명할 길은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는 것 밖에 없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축구협회는 무엇이 그리 다급해 비정상적 절차로 '밤 11시경 후보자 자택인근 카페'에서 면접 대신 '감독을 맡아 달라'고 부탁해야 했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어 "비록 스타플레이어 출신은 아니지만 현재 아마추어, 학원, 프로축구에 몸담고 있는 수많은 축구지도자들은 최고의 영예인 대한민국 국가대표 감독을 목표로 오늘도 노력하고 있다"면서 "유럽에서 명장 반열에 오른 유수한 지도자들 역시 그러했다. 우리 지도자들에게는 협회 행정의 절차적 정당성이야말로 그나마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의 사다리이다. 그럼에도 정몽규 회장은 여전히 절차적 정당성이 중요하지 않은가"라고 질책했다.
지도자협회는 "절차와 시스템에 의한 집단지성은 간혹 느리고 시끄럽고 때로는 비효율적으로 보여지지만 그런 시행착오 과정 속에서 더욱 단단해지고 그에 따른 결과는 정당성을 부여받아 궁극적으로는 국민적 지지를 획득한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은 이런 상식을 망각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다수 국민들은 이번 결정을 정몽규 회장이 '충성스런' 부하에게 전권을 쥐어준 '독단적 결정'이라는 모양새를 갖추고 마음대로 결정했다고 본다"면서 "이 과정에서 모든 절차는 뒤죽박죽되고 협회의 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영예로워야 할 대한민국 국가대표 신임 축구감독이 선임되는 자리에서 팬들은 축하와 지지 대신 야유와 질책을 그리고 신임 감독은 해명과 변명을 하게 만들었다"고 한탄했다.
박주호 유튜브 캡처
지도자협회는 축구협회가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로 활동한 박주호 위원의 폭로에 법적 대응하겠다고 한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최근 박주호는 자신의 유튜브를 통해 전력강화위의 대표팀 사령탑 선임 과정에 대해 낱낱이 전했고, 홍 감독의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 내정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선임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지도자협회는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축구협회의 무능한 행태를 비판한 특정 축구인에게 '법적 대응'하겠다고 한 대한축구협회에 실망스러움을 넘어 분노를 표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대한축구협회가 평소 축구인들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 보였다"면서 "즉 선수와 지도자에게는 존중을 강요하면서 정작 협회는 전혀 선수와 축구인들을 존중하지 않는다. 조그마한 비판도 들으려 하지 않고 견디지 못하는 협회는 발전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축구협회의 무능과 잘못을 비판하는 축구인에게 법적대응 운운하는 일이 향후 다시 재발한다면 우리 지도자협회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축구지도자 그리고 축구인과 함께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끝으로 지도자협회는 "많은 축구인들이 개탄한다. 역대 이렇게 무능하고 무책임한 축구협회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면서 "이런 총체적 난국을 조장하고 더 큰 혼란만 가중시키는 책임이 전적으로 정몽규 축구협회 회장에게 있음을 명백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은 이 모든 과정과 결과에 대해 책임지고 즉각 회장직에서 사퇴하기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