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남구 양림동에 있는 우일선 선교사 사택. 김수진 기자광주 남구가 오웬기념각 등이 있는 양림동 선교기지 유적을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올리기 위해 나섰다. 앞서 국가유산청이 양림동을 포함한 선교기지 유적을 세계유산 등재 우선 추진 대상 8개 중 4순위로 추천하면서 학술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광주는 1990년대 초반 남구 양림동 일대 5만여 평의 땅에서 근대 역사 문화가 시작됐다. 당시 조용했던 양림동에 찾아온 미국 남장로 교회 선교사들은 학교와 병원, 교회를 짓고 자신들이 묵을 수 있는 선교관 등을 세웠다. 일종의 '선교를 위한 복합시설 단지'가 세워지면서 만들어진 건물들은 오늘날 오웬기념각, 우일선 선교사 사택, 커티스메모리얼홀, 수피아 홀 등이다.
사단법인 한국선교유적연구회는 전국 선교기지의 1930년대까지만 해도 만주벌판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에 37곳의 선교기지가 있었지만 양림동을 포함한 전국 8곳만 70% 이상의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선교유적연구회 서만철 회장은 "1950~60년대를 넘기면서 노후화된 시설에 대한 보수 작업이 진행되지 못했다"며 "완벽히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곳은 없지만 70% 이상 남아있는 전국 8곳의 선교기지에 관한 연구를 8년여 동안 진행했다"고 말했다.
광주에는 단 한 곳뿐이던 남구 양림동 선교기지가 70% 이상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기독교인의 관심과 광주 시민들의 '문화 사랑'이 크게 이바지했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문화를 사랑하는 도시인만큼 근대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원형 보존으로 이어졌다"며 "선교 기지는 단순한 선교 목적이 아닌 한국과 서양 사이 문화 교류의 핵심 본부 역할을 한 중요한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광주 남구 양림동에 있는 오웬기념각. 김수진 기자연구회는 양림동의 세계유산으로서 가치에 대해 선정 기준 2번에 해당하는 '인류 문명사적인 교류의 뚜렷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광주에 서양 문화를 들여오는 창구 역할을 한 점은 기독교인·비기독교인 모두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현재까지 연구회 회원들이 진행한 유적지에 대한 연구를 앞으로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전문가들이 해야 할 차례"라고 말했다.
연구회는 세계 유산의 가치를 밝혀내기 위한 연구용역이 4가지 기준으로 이뤄질 것을 설명했다. △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 탁월한 보편적 가치) △완전성(얼마나 기지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가?) △가치 진정성 △과학적 보존 관리 상황 등이 면밀하게 고려된다.
이에 남구 관계자는 "행정 절차를 밟고 오는 9월부터 4개월 동안 세부적인 연구와 선정 논리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앞선 연구를 토대로 면밀한 연구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남구에서 진행하는 양림동 선교기지에 대한 연구용역은 지난 2021년 국가유산청이 추진한 '세계유산 등재 신규 목록 발굴 용역' 결과에 따라 국가유산청 지원을 받아 진행한다.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경쟁력을 갖춘 전국의 문화유산을 연구‧발굴하는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기독교 선교기지 유적에는 광주 남구 양림동을 포함해 서울 중구, 대구 중구, 청주, 공주, 전주, 순천, 목포 선교기지 유적까지 총 8곳이 연구지원 대상으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