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의 이미영(왼쪽 첫 번째), 원혜성(가운데) 교수가 쌍태아 수혈증후군 치료를 위해 태아내시경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결혼 7년차인 A(38)씨는 수차례 체외수정을 시도해 쌍둥이를 임신했다. 하지만 임신 20주차 때 급작스런 복통으로 검사를 받았고 진단명은 '쌍태아 수혈증후군'이었다.
A씨는 담당의사의 의뢰로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를 내원해 응급 태아내시경 수술을 받았다. 1시간의 치료 끝에 태아 상태는 급격히 호전됐다. 임신 35주차에 A씨는 건강한 여자 일란성 쌍둥이를 품에 안을 수 있었다.
최근 10년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급격히 꺾인 반면 40대 이상 산모의 분만건수는 40% 이상 급증하는 등 뚜렷한 증가세다. 2022년 기준 국내 출생아 100명 중 8명은 40대 산모의 아이라는 통계도 있다.
산모의 고령화와 동시에 보조생식술이 발달하면서, 다태아 임신과 함께 관련 합병증인 쌍태아 수혈증후군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다행히 의료계의 태아치료 기술도 발전해 엄마 뱃속에서 생명이 위급한 태아라 해도 '조기 치료'만 하면 완치가 가능한 상황이 됐다. 쌍둥이 임신의 치명적 복병으로 꼽히는
쌍태아 수혈증후군을 적극 치료해온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는 최근 국내 최다인 300례 기록을 달성했다고 22일 밝혔다.
쌍태아 수혈증후군은 보통 일란성 쌍태아의 약 10~15% 비중을 차지한다. 태반 내 비정상적으로 연결된 혈관을 통해 한쪽 태아에서 다른 태아로 혈액이 공급되며 발생하는 문제다.
한 아이는 혈액이 부족해 성장저하와 양수부족을 겪고 다른 아이는 반대로 혈액이 과다해 심장기능이 떨어지는 양상을 보이는데, 치료하지 않으면 쌍둥이가 모두 사망할 수 있는 위험한 합병증이다.
앞서 태아내시경이 도입되기 전엔 양수과다 증상인 태아의 양수를 반복적으로 제거해 산모의 증상과 태아 상태를 일시적으로 호전시키고, 조기 진통을 예방하는 정도가 의료진의 최선이었다.
현재 이용되는 태아내시경 수술은 태아 간 혈류 연결을 차단해 뱃속 두 아이를 모두 살리는 가장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치료 방법이란 게 서울아산병원의 설명이다.
우선 양쪽 태아를 연결하고 있는 혈관을 없애기 위해 엄마 배꼽을 통해 자궁 안에 태아내시경을 삽입한다. 이후 혈관 상태를 관찰하며 레이저로 혈관 사이에 흐르는 혈액을 응고시켜 태아 사이 혈류 연결을 차단한다. 이 작업은 약 30분 이내로 진행된다.
레이저 치료가 끝나면 늘어나 있는 양수를 빼내 압력을 낮춰주는 작업을 15분 정도 이어간다. 보통 도합 1시간 정도면 치료 전 과정이 마무리된다.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의 태아내시경 치료 후 태아 생존율은 약 89%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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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수준의 치료성적"이라고 병원은 자평했다. 수술 이후 14일 이내 양수가 터지거나 조기진통이 발생하는 경우는 전체 대비 2% 이내로 극히 낮았다.
올해로 운영 20주년을 맞은 센터는 지난 2004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열었다.
연간 4500여 건의 정밀초음파를 시행하며 태아 기형을 진단하고, 출생 전 치료와 더불어 출생 후 치료 및 예후관리도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태아내시경 수술 300건 △테아 션트 수술 657건 △고주파 용해술 248건 △태아 수혈 219건을 수행하는 등 풍부한 치료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태아가 태어난 후 받아야 하는 치료와 경과에 대해선 원내 소아청소년과, 소아청소년심장과, 소아외과, 소아심장외과, 성형외과, 소아비뇨의학과, 소아정형외과, 소아신경외과 의료진과 협진 중이다. 산전 상담도 조기에 시행해 출생 후 신생아 진료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원혜성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소장(산부인과 교수)은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노력한 결과 태아내시경 300례라는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고, 신의료기술 선정과 (건강보험) 급여화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태아치료의 중요성과 가치를 인정받아 급여확대도 이뤄질 예정"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생명이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