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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권선 사실상 불가능"…공회전 1년 '양평고속道' 좌초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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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尹 정권선 사실상 불가능"…공회전 1년 '양평고속道' 좌초 가능성↑

    양평道 용역사 포함된 설계사 간담회
    재개 신호로 읽혔으나 '해프닝' 결론
    실제로 사업 백지화 이후 여전히 답보
    국토부 "야당이 협력해야 노선안 검증"
    야권 "강제 수사로 의혹 해소가 먼저"
    의혹 핵심, 종점 변경 '외압 여부' 규명
    장래 춘천道 연계성 배제 과정도 의문
    김동연 지사의 '춘천선 용역'은 변수
    전문가들 "尹정권 내 재개 어려울 듯"

    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일대. 연합뉴스경기도 양평군 강상면 일대. 연합뉴스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이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의혹에 휩싸인 지 1년이 지나도록 공회전하고 있다. 사실상 현 정권에서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양서면 종점안(예타안)과 본사업 타당성조사 과정에서 의혹에 부딪힌 강상면 종점안(본타안)에 대한 '제3자 검증'을 요구하는 반면, 야권에서는 '의혹 해소가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계사 간담회서 올해 사업에 양평道 올린 도로공사

     
    2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고속도로 설계 주무 관서이면서 논란의 중심인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4월 국내 설계사 대표들과의 초청간담회에서 2024년도(발주년도) 사업 중 양평고속도로를 포함시켰다. 초청간담회 행사를 소개하는 팸플릿에는 올해 추진되는 여러 고속도로 사업 리스트에 양평고속도로 역시 기재돼 있다.
     
    또한 해당 행사에 양평고속도로 타당성조사 용역사인 경동엔지니어링과 동해종합기술공사 대표도 초청돼 업계 일각에서 사업 재개의 신호로 읽혔다.
     
    지난 4월 29일 개최된 고속도로 설계참여사 CEO 초청 조찬간담회 리플렛 내용. 업계 관계자 제공지난 4월 29일 개최된 고속도로 설계참여사 CEO 초청 조찬간담회 리플렛 내용. 업계 관계자 제공
    하지만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해당 간담회는 국토부와의 사전 논의 없이 추진된 단순 설명회라는 게 도로공사 측 설명이다. 도로공사는 서면답변을 통해 "설계 참여사들과 상생과 소통의 설계문화 정착을 위해 개최한 CEO 초청행사로 공식발주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고양시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실 관계자는 "정례적이지 않은 간담회로 사업 재개에 관한 불필요한 오해를 산 것 아니냐"며 "민감한 의혹에 휩싸인 사업과 관련해 신중하지 못한 행사로 보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설계 문턱서 공회전만…국토부 "야당이 받아줘야 3자 검증"


    실제 양평고속도로 건설사업은 지난해 6월 노선 종점이 김 여사 일가 땅이 몰려 있는 강상면 병산리 쪽으로 추진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혜의혹이 불거진 이후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야당의 거센 공격에 당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백지화' 선언을 한 뒤, 사업은 설계 절차로 넘어가지 못하고 타당성조사 단계에서 멈춰진 상태다.
     
    국토부는 본타안이 더 우수하다는 논리를 펴온 데 이어, 타당성조사 용역사가 변경안 최초 보고 후 1년 4개월여 만에 내놓은 두 노선안의 비용 대비 편익(B/C) 분석 결과를 앞세워 반박해 왔다. 본타안의 사업비가 600억 원 더 들지만, B/C값은 0.1 정도 더 높다는 게 요지다.
     
    하지만 의혹 대상자 중 하나인 용역사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종점 변경 노선으로의 추진 동력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그러면서 국토부가 제안한 게 '제3자 검증'이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증단을 꾸려 예타안과 본타안의 과학적 우열을 가리겠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국토부는 노선안 확정과 동시에 올해 안에 기본·실시설계로 진도를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인사청문회 당시 "내년(2024년도) 예산에 일부 반영돼 있어 양평고속도로 사업은 진행돼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얽힌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방법론이 결정되면 투명하게 결론내야 한다"고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8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해 8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올해 편성된 양평고속도로 설계예산은 61억 원이다. 노선이 확정되지 않아 구간별로 집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기존 국회에 상정된 123억 원에서 절반 삭감된 금액이다. 노선이 확정되더라도 전체 노선 설계를 위해서는 추가 예산 확보도 필요한 상황이다.
     
    국토부는 남은 절차를 진행하려면 정치권의 협의가 필수라며 공을 야당 측에 돌렸다. 국토부는 CBS노컷뉴스 질의에 대한 서면답변에서 "2024년도 예산안 의결 결과 양평고속도로 설계비 예산 62억 원과 부대의견으로 '제3자 전문가 검증 이후 설계 추진' 내용이 반영돼 있다"며 "향후 국회 협의를 거쳐 제3자 전문가 검증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협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에 대해서는 "그동안 총선 등의 영향으로 협의 시도가 어려웠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최근 본격 운영된 만큼 이를 기점으로 협의를 시도하고 있다"며 "(제3자 검증의) 방식과 형태 등도 국회와 협의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야권 "의혹 해소가 먼저", '국조 또는 특검' 요구

    민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국토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경제성 분석 결과 발표에 관한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한준호 국회의원실 제공민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국토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경제성 분석 결과 발표에 관한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한준호 국회의원실 제공
    이에 대해 민주당 측은 노선안 비교보다, 종점부가 윤석열 대통령 처가 소유의 땅들과 인접한 곳으로 바뀐 경위 등에 대한 의혹을 푸는 일이 우선이라며 평행선을 긋고 있다. 의혹에 불씨가 남아 있는 한 정상적인 사업은 불가하다는 얘기다.
     
    이들이 요구하는 건 강제력 있는 수사권을 동원한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통해 진상 규명을 위한 증거들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은 최초 용역사가 예타안의 종점부를 바꾸는 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중앙정부 내 '윗선'의 외압이 있었느냐다. 지난해 언론보도와 국정감사 등에서는 국책사업 기간 내내 예타안의 종점이 유지돼 오다,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와 취임 시기와 맞물려 용역사 담당자가 한 차례 현장 실사를 거쳐 종점 변경 제안부터 이뤄졌다는 정황 등이 확인됐다.
     
    타당성조사 용역 착수 50일 만에 발주처인 국토부 지시도 없이 업체가 먼저 노선 변경을 제안한 게 이례적이라는 비판이 잇따르면서, 그 배경에 외압이 있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방위적인 관련자들의 증언과 증거 조사가 시급하다는 게 야권의 요구다.
     
    국회의사당 계단에서 열린 국정조사 촉구 결의대회 현장 모습. 강득구 의원실 제공국회의사당 계단에서 열린 국정조사 촉구 결의대회 현장 모습. 강득구 의원실 제공
    한준호 의원은 "국토부 장관은 취임 이래 3자 검증만을 강조했을 뿐, 사안의 핵심인 의혹 해소를 위해 결산심사와 국정감사에서 의결된 자체감사 등 수많은 요구사항은 제대로 처리된 것이 없다"며 "어느 노선이 좋으냐를 따지는 3자 검증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양평고속도로 의혹 제기 1주년 기자회견을 연 강득구(안양시만안구) 의원은 "종점 변경으로 예산이 더 소요됨에도 국토부가 추진한다는 점, 강상면 종점안의 우월성 논리를 억지로 만들어 낸 정황들이 국정감사 등에서 드러났다"며 "이제 구체적으로 누가, 왜, 어떤 절차로 종점을 바꿨는지 확인하는 일만 남았다"고 수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배제된 '춘천선 연계성'도 의혹 핵심 축, 경기도 용역 '변수'

     
    의혹의 또 다른 한 축은 장래 상위 고속도로와의 연계성이 배제된 세부 경위다. 당초 동서7축에 속했던 양평고속도로는 예타 시기 국내 '최상'위 도로계획인 2차 국가도로망 종합계획 고시에서 춘천선이 있는 동서9축 지선으로 바뀌었는데, 이를 근거로 두 노선이 향후 연계될 가능성을 감안하면 본타안보다 예타안이 유리한데도 종점 변경이 추진돼 의문을 남겼다.
     
    용역사 임원도 장래 노선축을 고려하면 "예타안이 더 유리하다"고 국감에서 분명하게 증언했고, 국토부와 용역사 간 주고받았던 사업 공식보고서에서도 장래 노선축 내용이 등장했으나, 국토부는 '지선은 동서9축에 대해 일부 보완할 수 있는 노선일 뿐, 춘천선과 연결하는 계획은 없다'는 취지로 반박해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8월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관련 입장을 발표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8월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관련 입장을 발표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이 의문점은 CBS노컷뉴스의 연속 단독 보도로 알려진 내용이다. 예타 보고서에 명시된 주요 사업목적(춘천선 교통체증 해소 등)을 보면 당초 국토부가 왜 양서면 종점안을 최적안으로 판단했는지 추정할 수 있다는 보도였다.
     
    도로법(시행령 제18조)상 지선 지정 기준은 '인근 도시, 항만, 산업단지 등을 직접 연결해 접근성을 높이거나 교통물류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간 국토부 해명과는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 명확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해당 의혹 제기와 관련해 실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양평고속도로와 춘천고속도로를 연계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예타안의 장점이 부각됨으로써 사업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전문가들 "의혹 해소 전엔 정권 내 시동 어려울 듯"

    지난 2021년 9월 고시된 '제2차 국가도로망종합계획' 내 국가간선도로망(동서축) 노선도를 보면 동서9축 지선(서울-양평 고속도로)이 서울-춘천 고속도로 쪽을 향해 보라색 점선으로 표기돼 있다. 전체 노선 지도와 서울-양평 고속도로 부분을 확대한 이미지다. 문서 원문 캡처지난 2021년 9월 고시된 '제2차 국가도로망종합계획' 내 국가간선도로망(동서축) 노선도를 보면 동서9축 지선(서울-양평 고속도로)이 서울-춘천 고속도로 쪽을 향해 보라색 점선으로 표기돼 있다. 전체 노선 지도와 서울-양평 고속도로 부분을 확대한 이미지다. 문서 원문 캡처
    전문가들은 의혹의 본질인 새로운 노선안이 등장한 구체적 배경이 밝혀지지 않는 한 현 정권 내에는 사업의 남은 절차가 진행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정쟁 사안이 된 만큼, 먼저 의혹과 정치적 매듭을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금창호 한국정책분석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본계획상 추진 기간이 설정돼 있는데, 일정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닌 데다 이를 준수하기도 어려워 보인다"며 "행정절차가 정치적 사안에 묻혔다. 이대로라면 정권이 끝나야 추진이 가능하다"고 짚었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도 "제3자 검증을 하더라도 이미 야권과 일부 시민사회에서 신뢰가 무너진 측면이 있다"며 "어느 노선이 더 합리적인가를 따지는 것은 의혹의 본질과 거리가 있다. 변경 노선이 왜 갑자기 등장하고 추진됐는지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으면 노선의 비교 우위를 따져도 야권 동의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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