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이후 미국 민주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하면서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과 잠재적 대권 경쟁자로 인식됐던 인사들이 잇따라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고 당의 상징적 원로인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해리스 지지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 상하원 지도부가 곧 해리스 지지를 표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기류 속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행보가 주목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민주당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감과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지만 아직까지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밝히지 않았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 사퇴하자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에 찬사를 보냈지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이름은 아예 언급하지도 않았다. 교체 후보에 대해서는 "민주당의 지도자들이 뛰어난 후보가 나올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만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같은 '거리두기'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공화당 측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을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의 원로로서 중립성을 지키려는 신중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오바마 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이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측근들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해리스를 즉각 지지하지 않기로 결정했을 때 다른 후보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측근들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4년 전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후보 경선을 중단하자 바이든의 보좌진이 지지 의사를 표명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그때도 지금과 같은 입장을 취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당시 오바마 전 대통령이 좋아했던 표현은 '저울에 손을 대고 싶지 않다(I don't want to thumb the scale.") 였다며 너무 일찍 지지를 표명하는 것도 정치적 실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후보 지명이 서둘러 이뤄진다면 '최선의 합의'라는 평가 대신 일종의 '대관식'이라는 비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의 역할을 후보가 결정된 이후 당을 빠르게 통합하는 작업을 돕는 것으로 여긴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NYT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간의 개인적인 고려사항도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매우 자존심이 강한 사람인데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조용히 지지한 것을 결코 완전히 용서하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또 2020년 바이든이 대선 경선에 뛰어들자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만류한 것에 대해서도 서운한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 첫 TV 토론 이후 바이든 사퇴론이 거세진 상황에서도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는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NYT는 전직 백악관 관료들의 말을 인용해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도 사퇴한 날, 그의 업적을 축하하는 날로 지내고 싶어했으며 성급하게 행동할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