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입주민이 자신의 집 도어락을 살펴보고 있다. 인상준 기자충남 아산의 한 아파트에서 3살과 5살 자녀를 키우는 서모씨. 서씨는 최근 자녀들만 있는 집에 현관문이 잠겨 2시간 동안 밖에 있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몸서리가 쳐진다.
지난 22일 자녀들을 재운 뒤 남편과 함께 분리수거를 위해 밖에 나온 서씨는 현관문 도어락이 먹통이 되자 당혹스러웠다고 한다.
서씨는 "아이들이 자고 있는 집에 들어갈 수 없게 되자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고 빨리 문을 열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면서 "늦은 시간 열쇠수리센터에 연락해 도어락을 뜯어낸 뒤에야 집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여러 세대에서 같은 증상이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언제 또 잠길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공성을 띈 아파트에서 수십세대가 현관문 도어락 잠김 현상이 발생해 입주자들이 불안감에 떨고 있다.
25일 입주자 등에 따르면 충남 아산 배방읍에 위치한 A아파트는 LH가 발주하고 B건설사에서 시공을 맡아 지난해 12월부터 입주가 시작됐다.
510세대 규모로 현재 약 420세대가 입주를 완료한 상태다.
입주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1월부터 현관문에 부착돼 있는 도어락이 먹통이 돼 문이 열리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입주자들은 처음엔 대수롭지 않은 단순 오류라고 생각했지만 도어락 잠김 현상이 발생한 세대가 늘어나면서 불안감에 휩싸인 상황이다.
입주자이면서 이장을 맡고 있는 오모씨는 현관문이 고장난 세대를 파악했고 60세대 가량이 한번 이상 도어락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오씨는 "한 두 가정에서 도어락이 열리지 않아 도어락 콜센터를 통해 문을 연 경우가 있어 문의해보니 겨울이어서 습도와 결로로 인한 문제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해 문제가 발생하면 도어락을 교체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도어락 잠김 현상이 더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해당 아파트는 신혼부부 등이 대부분이어서 영유아를 키우는 가정이 많아 밖에서 문이 잠기면 아예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까 입주민들이 전전긍긍한다는게 오씨의 설명이다.
보통의 도어락은 터치를 하면 키패드가 보이고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수 있지만 키패드가 아예 보이지 않거나 일부 세대에서는 마스터키를 사용해도 문이 열리지 않는 등 같은 증상이 6개월간 발생했다.
늦은 시간 외출했다 돌아오는 경우 열쇠수리 상가도 문을 닫아 오랫동안 밖에서 대기하거나 심지어 임신을 한 입주자는 병원을 다녀온 뒤 현관문을 열지 못해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됐지만 LH와 시공사는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는 게 입주민들의 주장이다.
오씨는 "처음 LH하자보수센터에서는 도어락 문제는 접수도 해주지 않았고. 시공사 역시 자신들이 해줄 수 없으니 도어락 업체에 접수해야 한다고 했다"면서 "도어락 업체도 지역의 열쇠수리센터와 연결해줘 도어락을 뜯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편의는 상관도 않고 발주처와 시공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겨 입주민들은 6개월 동안 불안감에 떨고 있다"며 "일부 입주민은 자비를 들여 아예 다른 제품으로 교체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LH측은 "현재까지 발생한 하자에 대한 보수와 교체는 모두 완료된 상태"라며 "24시간 긴급출동 대기중이며 새로 발생한 하자는 새제품으로 교체를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오는 8월 2일~3일 전수조사를 진행해 결과에 따라 후속조치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