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2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센강을 따라 선상행진을 마친 대한민국 선수들이 트로카데로광장에 설치된 개회식장에 들어서 있다. 2024.7.26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파리=황진환 기자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2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센강에서 북한 선수단 보트가 행진하고 있다. 2024.7.26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파리=황진환 기자작년 9월에 개최된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남북 대결이 끝난 뒤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 있었던 일이다. 취재진이 정성심 북한 감독에게 질문하는 과정에서 국가명을 북한이라 부르자 북한 관계자가 답변을 차단하더니 갑자기 화를 냈다.
그는 "우리는 노스 코리아(North Korea)가 아닙니다.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입니다. 그건 옳지 않습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모든 국가명을 정확하게 불러야 합니다"라고 불만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남북 관계는 냉랭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와 비교하면 현장에서 마주하는 북한 선수단의 분위기는 180도 달랐다.
굳이 그렇게까지 화를 낼 일인가 싶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었다. '노스 코리아' 역시 일반적으로 북한을 뜻하는 명칭으로 쓰이지만 국가명을 정확하게 불러달라는 요청은 충분히 납득됐다.
2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명소 센강 주변에서 개최된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서 1년 전의 일을 떠올릴 줄은 몰랐다.
물론, 상황은 많이 다르다. 이번 사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심각하다.
한국의 공식 영어명은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Republic of Korea)다. 남북을 구분하기 위해 사우스 코리아(South Korea)라고도 불린다. 해외에서 '코리아' 하면 북한이 아닌 대한민국을 떠올리는 게 일반적이다.
전체 국가 중 48번째로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 장내에서 이상한 말이 들렸다. 사우스 코리아도, 코리아도 아닌 '데모크라틱 피플스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를 호명하는 행사장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국을 북한으로 잘못 소개한 것이다. 영어 소개에 앞서 프랑스에서 사용하는 불어로 국가명을 호명했는데 마찬가지로 한국이 아닌 북한(République populaire démocratique de Corée)으로 소개됐다.
헷갈릴 게 따로 있지, 올림픽 개회식에서 나와서는 안 되고, 상상할 수도 없었던 실수가 나왔다.
한참 뒤에 북한이 보트를 타고 센강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행사장 아나운서가 정확하게 북한을 호명했다. 결과적으로 개회식에 태극기는 보였지만 공식적으로 대한민국이 호명되지는 않았다.
파리 올림픽 대회 조직위원회는 사상 최초로 주 경기장이 아닌 야외에서 개회식을 개최했다. 파리의 낭만과 예술성을 스포츠와 접목해 역대 가장 잊을 수 없는 개회식을 열겠다고 자랑했다. 그런데 그들은 기본을 놓쳤다. 그 자체로 수준낮은 개회식이 되고 말았다. 나라명을 정확하게 챙기는 것은 올림픽에서 기본 중의 기본이다.
대한체육회는 해당 내용을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보고했다. 개회식 이후 파리 조직위원회에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지도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