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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노동' 빠진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에 일본 환호…우리 정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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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 노동' 빠진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에 일본 환호…우리 정부는?

    등재 요건인 사도광산 전시물에 '강제 동원' 명시적 표현 없어…외교부는 "우리 입장 반영"

    일본 니가타현 사도 광산 내부. 연합뉴스일본 니가타현 사도 광산 내부. 연합뉴스
    일제 강점기 조선인 1500여 명의 강제 노역 아픈 역사가 서린 일본 니카다현 사도광산이 결국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4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27일 일본이 신청한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컨센서스 즉, 전원 동의 방식으로 결정한 것이다.

    일본은 2010년 11월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추천 잠정목록에 올린 지 근 14년 만에 숙원을 풀게 됐다.

    니가타현 북서쪽 사도섬에 있는 사도광산은 도쿠가와 막부가 '에도시대'를 연 1603년부터 일본 최대 금 생산지로 명성이 높았다.

    1918년 미쓰비시광업이 관리권을 인수한 이후 1939년부터 조선이 강제 동원이 본격화했고, 1941년부터 1945년까지 '태평양전쟁' 시기에는 광산 활동 초점이 전쟁 물자 확보에 맞춰졌다.

    이 과정에서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은 혹독한 노역에 시달려야 했다.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내 노동자 생활 등을 담은 전시물. 연합뉴스아이카와 향토박물관 내 노동자 생활 등을 담은 전시물. 연합뉴스
    지난달 역사 연구자 다케우치 야스토 씨 등이 일본에서 출판한 '사도광산·조선인 강제노동 자료집'은 일본 측 자료와 증언을 토대로 강제 동원된 조선인 수가 1500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자료집은 "동원된 조선인들은 경찰과 기업으로부터 감시받으며 직장을 옮기는 자유를 빼앗겼고 죽음을 무릅쓰고 생산량을 늘린다는 구호 아래 생명을 건 노동을 강요받았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는 2022년 2월 1일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 유네스코 세계유산 신청을 정식 결정하자 불과 사흘 만에 '사도 광산 대응 태스크포스'를 가동하는 등 민감하게 대응하고 나섰다.

    조선인 강제 노역 사실이 제외된 채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지난해 2월 사도광산의 세계유산으로서 가치를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에도시대에 한정해 신청서를 제출했다.

    조선인 노동자 강제 동원 시기인 20세기를 제외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유산 시대를 임의적으로 한정해 일부 역사를 제외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산협의회(ICOMOS)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ICOMOS도 일본에 에도시대뿐 아니라 20세기가 포함된 '전체 역사'를 설명하라고 권고했고, 일본이 이를 수용해 우리 정부도 사도광산 등재에 동의했다는 게 외교부 설명이다.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모습. 연합뉴스아이카와 향토박물관 모습.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일본은 "전체 역사 반영 요구를 수용해 현장에 조선인 노동자 등과 관련한 전시물을 이미 설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이 설치했다는 전시물 등에 조선인 노동자와 관련된 사도광산 20세기 역사의 핵심인 '강제 노동' 또는 '강제 동원' 명시적 표현은 없다.

    전시물 설명은 '전시에 국가총동원법, 국민징용령 및 기타 관련 조치들이 한반도에서 시행되었음', '초기에는 초선총독부 관여하에 '모집', '관 알선'이 순차적으로 시행되었음' 따위다.

    '1944년 9월부터는 '징용'이 시행돼 노동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작업이 부여되고 위반자는 수감되거나 벌금을 부과받았다'는 설명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징용이 '전시나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에 국가 권력으로 국민을 강제적으로 일정한 업무에 종사시키는 일'이라는 점에서 일제의 조선이 강제 동원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일제의 조선인 강제 동원은 이미 1939년부터 본격화했는데도 일본 정부는 '징용'이 1944년 9월부터나 시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가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에 섣불리 동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그러나 27일 보도자료에서 "반드시 '전체 역사'가 반영돼야 한다는 우리 정부 입장이 이번 세계유산위원회 결정에 반영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명시적인 강제 동원 등 표현 없이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를 성사시킨 일본은 환호하는 모습이다.

    기시다 총리는 "사도광산은 구미의 기계화에 견줄 만한 일본 독자 기술의 정수"라며 "지역과 국민 여러분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내용의 글을 '엑스'에 올렸다.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도 담화문을 내고 "세계유산 등재를 진심으로 환영하며 오랜 세월에 걸친 지역 주민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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