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드 양궁 국가대표 이스라엘 마다예. 세계양궁연맹 제공"화살이 어디 갔나요?"
지난 30일(한국 시각)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32강 경기. 강력한 우승 후보인 세계 랭킹 2위 한국의 김우진(청주시청)은 세계 랭킹 200위인 차드의 이스라엘 마다예를 상대했다.
반전은 없었다. 침착하게 활을 쏜 김우진은 총 9발 중 7발을 10점에 꽂아 넣으며 세트 스코어 6 대 0(29-26 29-15 30-25) 완승으로 손쉽게 16강에 진출했다. 1세트와 3세트의 점수 차는 각 3점과 5점. 그러나 2세트는 14점 차이로 김우진이 크게 앞섰다.
3발 중 마지막 화살에서 마다예가 1점을 쐈기 때문. 활시위를 놓은 직후 중계 화면에 비친 과녁에서 마다예의 화살을 찾기 힘들 정도로 크게 벗어난 슈팅이었다.
마다예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자신이 쏜 과녁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국내 중계진 역시 마찬가지. 경기를 보던 SBS 중계진은 "화살이 어디로 갔나요? 화면에는 안 보이는데요"라며 화들짝 놀랐다. 이어 박성현 해설위원은 "3시 방향 1점 정도로 맞아 보인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모인 올림픽 양궁 경기에서 1점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게다가 양궁 강국인 한국에서는 더욱 보기 힘든 광경이다. 이에 국내에서는 마다예에 대한 응원과 관심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마다예의 성적. 세계양궁연맹 홈페이지 캡처마다예는 오랜 기간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차드 출신 선수다.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차드의 국내 총생산(GDP)은 117억 달러로,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도 최빈국에 속한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차드 선수는 3명뿐이다. 마다예를 포함해 유도 여자 70kg급 데모스 멤넬룸, 마라톤 발렌틴 베투주가 대회에 나섰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마다예는 꾸준하게 활시위를 당겨왔다. 마다예는 지난 도쿄올림픽 출전에 도전할 당시 한 외신과 인터뷰에서 "나는 다른 사람들과 같은 장비를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강철 같은 마음을 가졌다"고 말했다.
당시 마다예는 전기 기계 공부와 운동을 병행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마다예는 "시간이 날 때마다 훈련을 한다"며 "활과 화살이 없어도 늘 훈련장에 있는 청년들을 도와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마다예는 "내가 바라는 것은 그저 국가가 우리의 모든 꿈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것뿐"이라고 진심을 전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 출전은 무산됐다. 마다예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프랑스 매체 'RFI'와 인터뷰에서 "도쿄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것은 나에게는 견디기 힘든 상황이었다. 상처였다"고 심정을 밝혔다. 하지만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것에 대해서는 "경기장을 보면 정말 신난다. 안도감이 든다"며 기뻐했다.
해당 매체는 지난 25일 "차드 양궁 선수 마다예가 마침내 올림픽 목표를 달성했다"며 마다예를 조명했다. 매체에 따르면 대회 전부터 마다예는 엄청난 양의 훈련을 소화했다. 매체는 "비와 돌풍이 내리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마다예는 파리에서 마지막 훈련을 준비하며 악천후에 대비했다"고 전했다.
훈련 중인 마다예. 마다예 SNS 캡처마다예는 당시 "바람이 불고 통제할 수 없는 요소가 있다"면서도 "나는 이러한 환경에 대해 연구해 왔다. 돌풍이 닥쳤을 때 대처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훈련에 대해서는 "그냥 반복하고, 또 반복하면 마스터할 수 있다. 가장 좋은 양궁 학습 방법은 반복"이라고 강조했다.
김우진과 경기가 끝난 뒤 국내 누리꾼들은 마다예를 향한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한 누리꾼은 "마다예의 용기를 본받고 싶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올림픽에서 당당하게 꿈을 펼치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이번에 쏜 1점이 10점으로 향하는 위대한 역사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