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환 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임명했습니다.
이진숙 위원장은 취임일성으로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을 조속히 완료하겠다"고 밝혔고, 야당은 2인 체제에서 의결할 경우, 곧바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권영철 대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진숙 방통위원장을 임명했군요?
[권영철 대기자] 그렇습니다. 어제까지 청문보고서를 송부해달라고 했는데, 오늘 아침 임명했습니다. 대통령실에서는 대통령이 임명안을 재가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는데, 대통령이 임명하는 거잖아요? 공무원들이 보도자료를 그렇게 내더라도 언론에서는 임명했다고 보도했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청문회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대통령실에서 이에 대한 입장 발표가 있었나요?
[대기자] 정진석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방통위원장 임명안을 재가했다"는 것과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김태규 권익위 부위원장을 임명했다"는 것만 발표했습니다.
대통령실 기자들의 질문이 없었고요. 질문할 틈도 없었다고 합니다.
[앵커] 이진숙 신임 방통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어떤 입장을 밝혔나요?
[대기자] 취임 일성으로 "공영방송 이사진 구성을 조속히 완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사회적 공기인 공영방송과 미디어의 공영성, 공정성을 재정립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면서 "방통위원장으로서 공영방송이 공정 보도를 할 기반을 만들기 위해 공영방송 공공성, 공정성 확보를 위한 이사회 구성을 조속히 완료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오늘 저는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불과 1년이 채 안되는 짧은 시간 동안에 두 분의 전임 위원장님이 자리를 떠나야했기 때문이다. 정치적 탄핵을 앞두고 방송과 통신 정책이 중단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두 분의 큰 희생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두 분의 전임 위원장들의 희생과 여러분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위원장으로서 방통위에 부여된 책무에 최선을 다해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머릿속에 아무리 좋은 생각이 있어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말"이라면서 "물에 빠지는 것이 두려워 버둥대지 않으면 물에 빠질 위험은 없지만, 평생 강을 건널 수 없다는 말도 있다. 그만큼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라고 한 겁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앵커] 이진숙 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2인 체제의 회의를 열어서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새 이사진 구성을 의결할 거라고 했는데 결과가 나왔나요?
[대기자] 처음부터 혼선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오후 2시에 회의가 열릴 거라고 알려졌다가 방통위가 사실이 아니라는 해명 자료를 냈습니다. 그러더니 오후 5시부터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위한 2인 회의를 비공개로 열어 KBS 이사 추천안과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안을 의결했습니다.
방통위가 2인체제에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안을 의결함에 따라 민주당은 내일(8월 1일) 의총에서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를 할 걸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진을 구성한다는 건 경영진 교체를 위한 수순일까요?
[대기자] 임기가 됐기도 하지만 경영진 교체 수순 아니냐는 게 방송가의 관측입니다. 이진숙 위원장은 후보자일 때 "MBC 경영진을 선임하는 것은 방문진에 달려있기 때문에 법과 규정에 따라 MBC의 편향성을 시정할 수 있는 이사가 선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힌 적이 있습니다.
방통위는 방문진 이사 임명 권한이 있습니다. 방문진 이사회는 MBC 경영진 선출권과 해임권한이 있습니다. 물론 해임을 위해서는 경영진의 잘못이 있어야 하겠죠?
지금 MBC 안형준 사장의 경우 다른 방송 KBS나 SBS가 적자인데 비해 흑자를 내고 있으니까, 교체하려고 할 경우 논란이 거셀 걸로 보입니다. 그렇지만 이미 여러차례 정권 교체기마다 KBS나 MBC 경영진을 교체해왔기 때문에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앵커] 이진숙 위원장의 역할이 '원 포인트 릴리프'가 될 거다, 이런 관측이 많았지 않습니까?
[대기자] 그럴 가능성이 높은 걸로 관측됩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여러가지 방통위의 산적한 현안을 다루는 목적보다는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소위 방송 공정화라는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추구하는 방송 장악 가까운 행위를 하기 위해 투입되는 '원포인트 릴리프' 투수 같은 역할이 아닌가 저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원 포인트 릴리프'는 야구용어로 타자 1명만을 상대하기 위해 투입되는 투수를 말하는 겁니다.
이진숙 위원장의 역할이 공영방송 중 마지막 남은 MBC를 장악하는데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한 겁니다.
[앵커] '원 포인트 릴리프'라면 이진숙 위원장이 방문진 이사회를 구성한 뒤, 전임 위원장들처럼 탄핵소추 전에 사퇴하는 수순을 밟는 걸까요?
[대기자] 그건 미지수입니다. 버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진숙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두 전임 위원장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부여된 책무를 최선을 다해 성실히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진숙 위원장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더라도 사퇴하지 않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여당의 한 의원은 "사퇴는 방통위원장 본인이 결정할 문제라고 본다. 왜냐면 그걸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 위원장이) 그런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지금은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방위 여당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헌재에서는 각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전제하면서 "방통위 업무는 방송뿐 아니라 통신업무도 있는데, 6개월 정도의 업무 공백을 견딜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했습니다. 최 의원은 그러면서 "사퇴 여부는 정부에서 판단할 일이지 여당에서 관여할 사안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연합뉴스[앵커] 방통위 말고, 방통심의위원회도 6기 위원회 구성이 현재 안 되고 있지요?
[대기자] 그렇습니다. 9명의 위원 중 대통령 몫 3인만 추천이 됐구요. 6명의 위원은 국회추천 몫인데 추천이 안 되고 있습니다.
다음달 5일 전체회의가 열릴 예정인데, 5기 위원 2명의 임기가 8월 5일까지입니다.
그 이후는 3명의 위원만 남게 돼, 방통위 설치법 22조 3항 "심의위원회의 회의는 재적 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규정과 충돌하게 됩니다.
[앵커] 그러면 심의위원회 자체가 열리지 못하는 건가요?
[대기자] 법에 따르면 재적 위원이 9명이니까 그렇게 보는 게 맞을 걸로 봅니다. 다만, 방심위에서는 방통위도 5인 체제에서 2인 만으로 의결하니까 방심위도 3인을 재적으로 봐서 심의, 의결 할 수 있다는 입장인 걸로 알려졌습니다.
방심위 관계자는 "방통위 사례에 비추어 방심위에서도 재적 3인 만으로 심의 의결이 가능한 걸로 진행할 예정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방통위는 5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하고, 방심위는 9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는 법률 조항이 있는데도, 위원회 구성을 제대로 안하는 이유가 뭘까요?
[대기자] 이해가 안 됩니다. 방통위법 제4조에 방통위는 위원장 1인, 부위원장 1인을 포함한 5인의 상임인 위원으로 구성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또 방통위법 18조에 "심의위원회는 9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방통위는 2인 체제의 사실상 독임제 부처처럼 운영하면서 탄핵소추를 자초하고 있고, 방심위도 6기 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데, 국회추천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 몫 3인만 위촉한 뒤, 논란이 많은 류희림 위원장을 다시 선출해 출범부터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앵커] 방통위는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이니까 위원회 구성부터 제대로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대기자] 그렇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상식적이고 법치주의에 맞는 겁니다.
그런데 이미 정부에서 먼저 신뢰를 상실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서 추천된 최민희 방통위원 후보를 7개월 7일 동안 임명하지 않으면서 그 기간 대통령 추천 몫의 이상인 위원과 이동관 위원장을 임명했습니다. 야당 추천위원만 패싱한 겁니다.
마찬가지로 방심위도 국회추천(야권 몫) 위원에 대해 임기를 마칠 때까지 위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야당에서는 추천해도 임명하지 않았으니, 더이상 추천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겁니다.
국회 과방위 여당간사인 최형두 의원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민주당이 자신들의 추천 몫 2인을 추천하지 않았기 때문에 2인 체제가 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윤석열 대통령이 법제처 심의를 이유로 최민희 방통위원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데서 출발한 겁니다.
윤석열 정부에서 '결자해지'해서 왜곡된 방통위와 방심위의 구조를 바로잡는 게 시급합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권영철 대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