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 한국과 헝가리의 경기. 헝가리를 꺾고 금메달을 획득한 박상원, 오상욱, 구본길, 도경동 , 원우영 코치(왼쪽부터)가 태극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7.31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SS 황진환 기자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020 도쿄 올림픽 단체전에서 대회 2연패를 달성한 뒤 한국 스포츠의 간판급 스타로 발돋움 했다. 압도적인 실력, 훈훈한 외모, 마치 친형제 같은 우애 등으로 대중의 이목을 끌며 '어펜져스'라는 별명을 얻었다.
'어펜져스'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김정환과 김준호 등 두 명의 주축 선수들이 떠난 자리는 도경동, 박상원 등 새 얼굴들이 채웠다. 막내였던 오상욱은 어느덧 중견 선수가 됐다. 베테랑 구본길은 늘 그래왔듯이 그 자리를 지켰다.
'뉴 어펜져스'는 펜싱의 종주국 프랑스 파리에서 다시 한 번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구본길, 오상욱, 박상원, 도경동이 출전한 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에서 헝가리를 45-41로 따돌리고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서로를 끌어주고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다는 게 단체전의 매력이다. 구본길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오상욱은 4강 막판부터 생각이 많아졌다. 그러나 그들은 제 몫을 해냈고 형들이 흔들리면 동생들이 빈 자리를 채웠다.
특히 도경동은 결승전 중반에서야 이번 대회 처음으로 출전 기회를 얻었다. 헝가리에 근소하게 앞서가던 상황에서 연속 5점을 뽑아내며 승리의 결정적인 발판을 놓았다.
도경동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올림픽 금메달은 운동 선수로서의 최종 목표라 생각하면서 운동했다. 개인적인 기쁨보다는 우리 펜싱의 새 역사를 쓰는 3연패를 할 수 있어서 기분 좋다"고 말했다.
이어 "(오)상욱이 형이 2관왕을 해서 너무 축하한다고 했다. 지금 우리는 오상욱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 말을 전해들은 올림픽 2관왕 오상욱은 잠시 당황하더니 "그건 잘 모르겠다"고 말한 뒤 "어펜져스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고 했다.
플뢰레, 에페, 사브르 등 올림픽 펜싱의 세부 종목에서 2관왕을 차지했던 선수는 많았다. 그러나 아시아 선수 중 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른 선수는 오상욱이 최초다.
그러나 오상욱은 2관왕의 영광을 혼자만 누릴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오상욱은 후배 선수들이 고비 때 정말 잘해줬다며 "제가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제가 너희는 100점이야 90점이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박상원과 도경동이 잘해줬다. 두 선수가 의지만 있다면 정말 뉴 어펜져스가 더 강해질 수 있을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후배들도 이런 힘들 상황을 이겨내면서 저보다 그리고 구본길 선수보다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뉴 어펜져스'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앞으로도 계속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놓고 다툴 수 있을 전망이다. 올림픽 3연패,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오상욱은 질문을 받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LA(2028년 올림픽 개최지)까지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