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파리올림픽 탁구 혼합 복식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신유빈(왼쪽)과 임종훈이 30일 오후(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아레나 파리 쉬드4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활짝 웃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황진환 기자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탁구에 12년 만의 메달을 안긴 임종훈(27·한국거래소).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신유빈(20·대한항공)과 함께 혼합 복식 3위 결정전에서 값진 동메달을 따냈다.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한국 탁구에서 들린 메달 낭보다. 현재 남자 대표팀 사령탑인 주세혁 감독과 오상은 미래에셋증권 감독, 현 대한탁구협회장이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유승민 선수위원이 합작한 남자 단체전 은메달 이후 처음이다.
임종훈의 메달을 누구보다 흐뭇하게 바라본 사람이 있다. 바로 임종훈의 소속팀 사령탑인 유남규 한국거래소 감독이다. 남자 대표팀 단장도 맡은 유 감독은 특히 MBC 해설위원으로 현장에서 제자의 감격적인 메달 순간을 직접 국내 팬들에게 생생하게 중계했다.
지난해 임종훈은 국제 대회 출전 등 갈등 속에 전 소속팀과 계약이 끝난 뒤 한동안 무적 신분이었다. 그러다 유 감독의 한국거래소에 입단해 항저우아시안게임과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안정적인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유 감독은 1988년 서울올림픽,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남자 단식 금메달을 따낸 한국 탁구의 전설이다. 지도자로서도 파리올림픽에 앞서 한국 탁구의 마지막 메달인 런던 대회 은메달을 이끌었다. 당시 유 감독은 남자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제자의 메달에 대해 유 감독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그동안 종훈이가 몸과 마음고생이 많았는데 정말 열심히 훈련한 결과를 얻어 내가 메달을 딴 것처럼 기쁘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이어 "대표팀 훈련단장으로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고 은메달을 지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틈틈이 조언했는데 종훈이가 유빈이, 주 감독, 황성훈 혼합 복식 코치와 함께 정말 잘 해줬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임종훈도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이라는 평생의 목표를 이뤘다. 임종훈은 "한달에 10일도 한국에 못 있을 만큼 계속 해외로 대회를 다니면서 혼합 복식 준비를 했다"면서 "부상이 있어도, 개인 단식은 기권하더라도 혼합 복식만큼은 경기를 해왔던 과정이 많이 생각이 나는 것 같다"고 감개무량한 소감을 밝혔다.
스승의 애정에도 화답했다. 임종훈은 "힘든 과정이지만 한국에 잠시 훈련할 때도 탁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소속팀에서 국제 대회 출전 지원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해줬다"면서 "또 유 감독님의 경험에서 나오는 진심어린 조언과 팀 동료들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거래소 입단 당시 유남규 감독(왼쪽)과 임종훈. 한국거래소
특히 임종훈은 군 입대를 불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은 가운데 올림픽 메달을 따냈다. 오는 19일 입대 예정이었던 임종훈은 극적인 병역 혜택을 받게 됐다.
임종훈은 메달을 따낸 뒤 CBS노컷뉴스 등 현지 국내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군 입대) 생각이 안 났다면 거짓말"이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유빈이와 매 경기 도전한다는 키워드를 만들어 이겨냈다"고 밝혔다. 유 감독도 "선수 생활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선물"이라고 반색했다.
이제 임종훈은 이번 대회 또 하나의 메달을 노린다. 장우진(세아 후원), 조대성(삼성생명)과 함께 남자 단체전에 나선다.
더 나아가 2028년 LA올림픽에도 출전할 꿈을 키우고 있다. 유 감독은 "2012년 런던 이후 12년 만에 종훈이가 메달을 따줘서 너무 고맙다"면서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LA올림픽 때는 금메달을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임종훈도 "새롭고 더 큰 목표를 마음 속에 품고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탁구의 전설과 12년 만에 메달 명맥을 이은 한국 탁구의 현재. 두 왼손 사제의 찰떡 호흡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