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식 정책위원회 의장.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점식 정책위원회 의장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당직 인사는 당 대표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교체' 쪽으로 무게가 실렸었다. 그러나 정 정책위의장이 여전히 버티고 있고,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한동훈 대표에게 '유임' 요청을 했던 사실이 뒤늦게 전해지자 정반대의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1일 취재를 종합하면 정 정책위의장은 한 대표 측의 사퇴 압박 속 '버티기'에 들어간 가운데, 한 대표는 "인선은 당 대표의 권한"이라며 '교체' 의지를 재확인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오전 한동훈 대표와의 회동에서 "(당직 인선은) 당 대표가 알아서 하라"라고 말한 소식이 전해졌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 '화해 시그널'을 보내며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다음 날 서범수 사무총장은 당대표가 임면권을 가진 당직자들에게 일괄 사퇴를 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하면서 당직 개편에 속도가 붙는 듯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회동한 날 저녁, 정진석 비서실장이 한 대표와 따로 만찬을 하면서 정 정책위의장의 유임 의견을 전달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면서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윤 대통령이 본래 정 정책위의장의 '유임'을 강조하려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의 회담에서 "이 사람, 저 사람 폭넓게 포용해서 한 대표 사람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라며 "조직 취약점을 강화해서 조직을 잘 이끌어가기를 바란다. 발전시켰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조언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메시지의 맥락에 따라 윤 대통령이 강조하려던 바가 본래 "다 끌어안고 가야한다"는 데 있는 것 아니였냐는 해석이다.
이 자리에 배석했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때 어떤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있었는지 관련해서는 편한 자리라 말씀드릴 수 없음을 양해해달라"며 "당과 당대표가 함께 자리하면서 앞으로 의기투합해 힘을 모으자고 하는, 서로 마음을 모으는 허심탄회한 자리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향후 인선과 관련해 "당 대표가 여러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말하기는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윤창원 기자윤심(尹心)이 정 정책위의장의 '유임'에 있다는 해석이 다시 제기됐지만, 한 대표는 즉각 반박에 나서 "인선은 당대표의 권한"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면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정점식 정책위의장 같은 분들은 저를 포함해서 누구나 함께 일하고 싶은 인품과 면면 가진 분"이라면서도 "당이 변화해야 되고 변화하는 모습을 신속히 보여달라는 지난 전대에서의 당심과 민심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또 정 비서실장이 정책위의장 유임 의사를 밝혔단 것과 관련해서도 "저는 집권여당 당대표"라며 "어떤 공적·사적 자리에서 했던 이야기 자체를 제가 맞다 아니다라고 확인해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정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자신에 대한 사퇴설을 일축하며 '버티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정 정책위의장은 최고위원 회의에 참석하기 직전 기자들과 만나 "(사퇴 여부를) 고민할 게 있나. (최고위원 회의에) 당연히 들어가겠다"라고 답했다. 최고위 회의에선 "오늘은 발언하지 않겠다"며 말을 줄였다. 그는 서 사무총장의 사의 압박에도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묵묵부답'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한 대표는 오는 2일 여의도 모처에서 전임 지도부인 '황우여 비대위'와 오찬을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정 정책위의장의 참석 여부가 주목할 지점이다. 오찬은 한 대표 측 제안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추 원내대표와 정 정책위의장도 당연직 비대위원으로 참석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