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경남 통영시 통영중앙시장을 찾아 상인,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해 지난달 30일 정부로 이송된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통위법 개정안)'에 대해 6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름 휴가 중이지만 법안에 대한 문제점이 명확한 만큼, 거부권 행사를 지체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야당 단독으로 처리해 전날 정부로 넘어온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 역시 거부권 행사는 수순으로 전망된다.
여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개최해 '방송4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는 안건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4법'은 윤 대통령이 지난 21대 국회 당시 거부권을 행사했던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등 3법에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을 추가한 것이다. KBS·MBC·EBS 등 공영방송 이사 수를 대폭 늘리고 이사 추천권을 언론·방송 학회와 관련 직능단체에 부여하는 한편, 방통위 전체회의 개의 요건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이 법이 공영방송의 미래지향적인 역할 정립보다는 지배구조 변경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는 입장이다. 특정 이해관계나 편향적인 단체 중심으로 이사회가 구성되면 공정성과 공익성이 훼손되고, 견제와 감독을 받는 이해당사자들에게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면 이사회의 기능이 형해화될 위험이 높다는 판단이다.
대통령실은 거부권 행사를 시사해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논란이 있던, 폐기된 법안을 재발의하고,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반복하게 하고 있다"며 "여야의 합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법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름 휴가 중인 윤 대통령은 휴가지에서 전자결재로 거부권을 재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가가 완료되면 윤 대통령의 취임 후 9번째, 법안 수로는 19건째 거부권 행사이며, 22대 국회 들어선 '채 상병 특검법' 이후 두 번째가 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에선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만 재의결이 가능하다. 총 의석 300석 중 국민의힘이 108석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재통과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野 단독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거부권 '수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석179인, 찬성177인, 반대2인, 기권0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윤창원 기자야당 단독으로 지난 2일과 5일 각각 국회 문턱을 넘은 이른바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역시 거부권 행사가 예상된다. 두 법안은 5일 정부로 이송됐다.
윤 대통령은 법안이 이송된 다음 날부터 15일 이내인 오는 20일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아직 기한이 남은 만큼 법리적 문제점을 명확히 정리해 향후 국무회의에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는 동시에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총선 공약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재정적 지원을 통해 전 국민에게 25만~35만원 금액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게 골자다.
국민의힘은 이들 법안이 각각 '현금 살포법', '불법 파업 조장법'이라면서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재원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고, 헌법상 예산 편성권은 정부에 있는데 (입법부가) 법률을 통해 행정부에 예산을 강제하는 건 위헌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