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제공국책연구기관 KDI(한국개발연구원)이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 대해 내수 부진을 지적하며 "경기 개선을 제약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KDI는 7일 'KDI 경제동향 8월호'를 통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높은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었으나, 내수는 미약한 수준에 그치며 경기 개선을 제약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KDI는 5월까지는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어 6월에는 "경기가 다소 개선되고 있다"고 경기 상황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내수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덧붙였다.
하지만 7월에는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하면서 경기 개선세가 다소 미약한 모습"이라고 우려한 데 이어 이번에는 회복하지 못하는 내수가 경기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수출의 경우 세계경제가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한 가운데 반도체 업황도 호조세를 지속하면서 ICT(정보통신기술) 품목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지속했다.
덕분에 지난 6월 광공업생산도 자동차(-4.1%), 전기장비(-18.7%) 등 반도체를 제외한 부문(-1.6%)은 감소로 전환됐음에도, 반도체(26.9%)의 높은 증가세에 힘입어 전월(4.3%)에 이어 증가세(3.8%)를 유지했다.
이에 대해 KDI는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생산이 감소한 가운데 내수출하도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반도체와 그 외 부문의 경기 격차가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또 지난달 수출 역시 IT품목(44.0%)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한 데 힘입어 전월(5.1%)보다 증가폭이 2배 넘게 커진 13.9%를 기록했다.
다만 KDI는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 고조,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다소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피 폭락, 미국발 경기침체 공포. 연합뉴스실제로 최근 미국의 고용·제조업 관련 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난데다 주요 빅테크 기업의 실적에 대한 우려, 이란-이스라엘 갈등 사태로 인한 중동 지역 위기 고조 등이 겹치면서 증시 폭락 사태까지 빚어진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내수다. 서비스업생산이 낮은 증가세에 머무르고 건설투자는 감소세를 지속하는 등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한다는 평가다.
지난 6월 소매판매는 전월(-2.9%)보다 감소폭이 더 커진 -3.6%를 기록했다. 승용차가 21.4%나 감소한데다 의복(-4.6%), 음식료품(-2.8%) 등을 중심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같은 달 서비스업생산은 도소매업(-3.7%), 숙박 및 음식점업(-1.2%) 등이 감소하며 0.5% 증가에 턱걸이했다.
또 건설업 역시 4.6% 감소한 바람에 전산업생산은 전월(2.3%)보다 증가폭이 크게 줄어든 0.5% 성장에 머물렀다. 이미 지은 건설기성(불변)은 건축부문(-9.7%)을 중심으로 감소폭이 전월(-3.0%)보다 더 커진 -4.6%를 기록했다.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이 힘을 잃은 바람에 설비투자도 부진해서 설비투자는 감소폭이 전월 -1.5%에서 -2.7%로 확대됐다.
이처럼 내수가 부진하면서 지난 5월 개인사업자 연체율(3개월 이동평균, 0.59%→0.61%)은 장기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에서 상승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KDI는 "건설수주의 누적된 부진이 건설투자의 위축으로 이어짐에 따라 고용 여건도 점차 조정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하고, "2022년 말 이후 누적된 건설수주의 부진이 반영되면서 건설투자가 위축되었으며, 소매판매액과 설비투자도 감소세를 지속하며 내수 경기가 미약함을 시사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