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올해 국내 주식시장의 상승을 이끈 외국인이 이달 들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코스피가 하락을 주도한 핵심으로 꼽히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여파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 코스피를 24조 116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2023년 한해 11조 4241억원보다 2.1배 더 큰 자금을 코스피에 투자했다.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시가총액 기준 올해 초 32%에서 7월 36%로 확대했다. 전년 비중이 31~32%를 오간 것과 비교하면 외국인의 순유입이 대폭 늘었다.
코스피 상승률은 저점 대비 고점 기준으로 지난해(25%)가 올해(19.2%)보다 높지만, 작년은 기관이 1조원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함께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반면 올해는 7월까지 기관이 6조 4천억원 순매도했다는 점에서 외국인이 코스피 상승을 홀로 견인했다.
하지만 외국인은 8월 들어 코스피에 등을 돌렸다.
1일부터 8일까지 6거래일 동안 2조 6395억원어치 팔아치웠다. 7개월간 매수세의 10%에 육박한 규모다. 특히 코스피가 8.77% 하락한 지난 5일 하루에만 1조 5238억원을 순매도했다. 코스피 지수는 이달 들어 종가 고점 대기 저점 기준으로 12.1% 폭락했다.
외국인 이탈 배경에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핵심으로 꼽힌다.
연합뉴스교보증권 신윤정 선임연구원은 "외국인은 지난해 밸류업 모멘텀에 힘입어 상승한 일본을 보고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밸류업에 대한 의지를 보이는 한국 증시에 베팅했을 것"이라며 "이런 외국인의 엔화 절상에 따른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급격하게 유출되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은행이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를 0.15%p 올리는 동시에 추가 인상을 시사하고, 미국이 경기침체 우려로 금리를 0.5%p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엔화로 빌려 투자한 자금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갔다는 설명이다.
지난 4월 기준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한 일본계 자금은 16조 3천억원이다. 일본에서 돈을 빌려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된 자금까지 합하면 엔캐리 트레이드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당분간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계속될 가능성이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글로벌 주식시장 폭락의 원인으로 지목되자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는 7일 "금융 자본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9월 FOMC(연방공개시장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관측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시장의 일부 기대처럼 0.5%p를 인하할 경우 '연준의 정책이 실패했다'는 논리로 시장의 불안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있어 0.25%p 내릴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또 7월 초 엔화 추가 약세(엔달러 환율 상승)에 베팅한 투기적 금액이 140억달러(약 19조 2800억원)에서 최근 80억달러(약 11조원)가 청산됐지만, 남은 60억달러(약 8조 2600억원)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을 자극할 여지도 존재한다.
키움증권 김지현 연구원은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반면, 연준의 금리 인하 시 미일 금리차 축소는 기정사실이기 때문에 향후 물량이 추가로 출회할 수 있는 리스크가 남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