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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전기차에 속타는 기업들…"가뜩이나 캐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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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타는 전기차에 속타는 기업들…"가뜩이나 캐즘인데"

    잇따른 전기차 화재에 자동차 업계 긴장
    캐즘 장기화시 K-배터리도 타격 불가피
    시장 안팎선 불안감 해소 급선무 공감대
    정부, 배터리 정보 깜깜이 문제 논의키로

    8일 오전 인천 서구의 한 공업사에서 경찰이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시작된 벤츠 전기차에 대해 2차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8일 오전 인천 서구의 한 공업사에서 경찰이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시작된 벤츠 전기차에 대해 2차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최근 잇따른 전기차 화재에 자동차 업계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져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가뜩이나 시장이 얼어붙어 있는데 화재 사고로 더욱 위축될까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조마조마하기는 배터리 업계도 마찬가지다.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할수록 배터리 업계가 받는 타격도 덩달아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전기차를 둘러싼 불안감을 제대로 해소하지 않으면 업황 회복은 요원할 거란 목소리마저 나온다.

    연이은 전기차 화재, 車 업계는 예의주시


    그간 전기차 화재는 자동차 업체들에게 더 없는 악재로 여겨져왔다. 빈도수에서는 1만대당 1.9대의 화재가 발생한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1.3대)가 낮지만, 전기차 화재는 사고에 따른 피해가 커 소비자들에게 공포로 각인되는 측면이 있어서다. 지난 1일 인천 한 아파트에서 일어난 화재만 해도 전기차 1대의 폭발로 주변 차량 140여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고, 5개동 480여가구의 전기와 수도가 끊기면서 주민 300여명이 때 아닌 이재민 생활에 놓였다.

    벤츠 전기차 화재가 발생한지 닷새 뒤에는 충남 금산에서 기아 전기차 EV6가 불에 탔다. 벤츠 화재 때만큼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단기간에 전기차 화재 사고가 잇따라 일어나면서 사회 전반의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

    전기차 화재가 연이어 겹치자 자동차 업계는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안 그래도 전기차 시장이 캐즘의 영향으로 침체돼 있는데 화재 사고로 소비 심리가 더욱 위축되는 건 아닌지 긴장 속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2020~2022년까지 두자릿수 이상 증가율을 보이다가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1% 감소하며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유일하게 역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도 전년 동기보다 16.5% 감소한 처지다.

    8일 오전 인천 서구의 한 공업사에서 경찰이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시작된 벤츠 전기차에 대해 2차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8일 오전 인천 서구의 한 공업사에서 경찰이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시작된 벤츠 전기차에 대해 2차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이번 화재 사고가 특히나 악재인 건 자동차 업체들이 이같은 캐즘을 딛고 하반기부터 전기차 대중화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려던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대표적으로 현대자동차는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기아는 'EV3'로 하반기 신차 효과를 노리고 있고,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은 하반기에 중형 전기 SUV '이쿼녹스 EV' 출시를 앞두고 있다. BMW는 순수 전기 SAC '올 뉴 iX2'를 선보이고, 벤츠는 마이바흐 최초의 전기 SUV를 최근 내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전기차 대중화와 시장 활력에 시동을 걸려던 자동차 업체들에게 화재 사고가 완전히 찬물을 끼얹었다"며 "화재 원인이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전기차 공포가 커질 건 뻔하다"고 내다봤다.

    부진한 업황 속 K-배터리도 노심초사

    연합뉴스연합뉴스
    배터리 업계의 한숨도 커지고 있다. 전방 산업인 전기차 시장이 위축되면 배터리 업계의 연쇄 타격 역시 사실상 불가피해서다. 애초 벤츠 전기차 화재 때까지만 해도 탑재된 배터리가 중국 파라시스의 제품으로 확인되면서 K-배터리의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도 했지만, SK온 배터리를 적용한 EV6에도 불이 나면서 기대감은 상당 부분 사라진 상황이다.

    최근 업황이 좋지 않다는 점도 근심을 키우는 배경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기차에 탑재된 총 배터리 사용량은 364.6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기 대비 22.3% 성장했지만, K-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의 배터리 사용량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 포인트 하락한 22.1%로 나타났다.

    부진한 업황은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2분기 실적을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대비 57.6% 감소한 195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 공제 금액을 제외하면 사실상 2525억원 적자다. SK온은 460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11분기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삼성SDI만 영업이익 2802억원을 거뒀지만, 이마저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7.8% 감소한 규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다른 제품들도 많지만 K-배터리가 부진한 실적을 개선하려면 전기차 수요가 살아나야 하는데 이번 화재 사고로 당분간 업황이 극적으로 반전하기는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며 "다만 K-배터리는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만큼 화재 안전 측면에서 중국 배터리와 차별화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터리 정보 '깜깜이' 문제 논의 본격화


    시장 안팎에서는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의 업황을 개선하려면 무엇보다 전기차를 둘러싼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그 일환으로 거론되는 게 바로 정보의 투명성이다.

    지금껏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과 주행거리 등 성능만 공개하고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의 제조사는 밝히지 않았다. 배터리 제조사와의 계약상 이유나 다른 업체와의 협상 등 여러 문제로 공개를 꺼려왔다. 이번 인천 화재 때도 사고 초기에는 중국 CATL 배터리가 탑재됐다고 알려졌지만 실제 들어간 건 파라시스의 배터리였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시작되는 지점도 바로 이같은 '깜깜이' 문제다. 내가 타는 전기차의 배터리를 나도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면 전기차를 바라보는 사회 전반의 불안감도 여전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배터리가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만큼 차량 출시 때 배터리 정보를 함께 공개함으로써 소비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도 소비자들의 요구에 공감하면서 향후 자동차 업체들이 차량 제원을 안내할 때 배터리 제조사 정보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알려졌다. 오는 13일에는 국내 완성차·수입차 업체와 전기차 안전 점검 회의를 열고 배터리 정보 공개와 관련한 입장을 청취한다고 전해졌다.

    비슷한 취지에서 내년 2월부터는 '전기차 배터리 안정성 인증제'의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배터리마다 식별 번호를 부여한 뒤 사전에 안전 성능 시험을 거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아울러 매년 하반기 진행하는 '자동차 안전도 평가'에도 배터리 안전 기능 항목을 추가한다. 배터리 이상 작동을 감지할 경우 차주와 소방당국·제조사에 자동으로 알림을 발송하는 기능과 배터리 이상 발열시 화재 발생을 지연하는 기능이 평가 항목에 들어간다. 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총망라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다음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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