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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연속 흑자 행진에도 시름 깊은 한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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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분기 연속 흑자 행진에도 시름 깊은 한전, 왜?

    연결기준 4분기 연속 흑자지만 자회사 빼면 적자전환
    전기요금 인상 압력 커지지만 여야 모두 소극적
    "한전 적자 못 줄이면 결국 국민 부담…4분기엔 10~20원 올려야"

    황진환 기자 황진환 기자 
    4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전력(이하 한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3분기부터 흑자가 계속되고 있지만 영업이익 규모는 계속 줄고 있고, 자회사를 뺀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한 지 3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전환하는 등 실적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한전과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국회는 인상에 선을 긋고 있어 전기요금이 언제쯤 현실화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금융감독원 제공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8일 연결기준 상반기 결산 결과, 매출 43조 7664억원, 영업이익 2조 549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11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인데 지난해 세 차례 요금 인상과 연료 가격 안정화에 따른 결과다.

    연결기준으로는 흑자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영업이익 규모는 지난해 3분기 2조원에서 올 2분기 1조2천억원으로 계속해서 줄고 있다. 특히 자회사를 뺀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는 3분기 만에 영업손실 1천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한전은 "자구 노력을 철저하게 이행하고, 전력구입비 절감 등 전기요금 원가 감축을 통한 누적 적자 해소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정부와 협의해나가고 있다"고 밝혔지만 40조원이 넘는 적자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란 평가가 많다.

    한전은 지난 2021년 2분기부터 적자를 지속해 왔는데 지난 1분기까지 누적된 적자는 45조원, 이로 인한 총 부채는 20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엔 이자비용만 4조5천억원, 매일 이자로만 120억원을 지급했다.

    부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원가 이하의 판매 가격이 꼽힌다. 2022년 한전의 전력구입단가는 ㎾h(키로와트시)당 162.5원이었지만 판매단가는 120.5원으로 ㎾h당 42원의 역마진이 발생했다. 한전은 2022년 경영정상화 방안을 통해 2023년 전기요금을 ㎾h당 51.6원 더 올려야 한다고 했지만 2023년 가정용 전기요금은 ㎾h당 21.1원 올리는데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써야 할 돈은 더 늘고 있다. 한전 김동철 사장은 지난 24일 '전력망 적기 확충을 위한 대토론회' 인사말을 통해 "국가 경쟁력 강화와 국민 경제 안정을 위해 전력망 투자를 늘려야 하지만 현재 여건상 투자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AI(인공지능)산업의 확대 등으로 전력망 투자 비용은 56억560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김 사장은 부연했다.

    한국전력 제공한국전력 제공
    이렇듯 전기요금 인상 압력은 커지고 있지만 정치권은 오히려 앞다퉈 전기요금 인하를 말하고 있다. 여야 모두 서민 전기요금 인하를 골자로 한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취약계층에 대한 전기요금 감면을 제안했다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인 추경호 원내대표가 한전의 재정난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자 에너지바우처 예산 잔액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지원하자고 입장을 선회했다. 에너지바우처는 에너지 취약계층에게 전기, 도시가스 등 에너지를 구입할 수 있는 이용권을 지원하는 제도다.

    이외에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여당 내에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집권 후 여러차례 전기 요금을 인상했고, 역대급 폭염으로 인한 냉방비 부담이 커진 데다 물가 상승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감이 적지 않아 추가 요금인상을 두고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가기에는 부담스러운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전의 적자는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만큼, 국민들을 설득해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이를 통해 한전의 부담을 줄여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유승훈 교수는 "한전의 최근 실적 발표를 보면 연결기준으로는 영업이익을 내긴 했지만 (자회사를 제외한 한전) 단독 기준으로는 적자로 전환하며 40조원이 넘는 적자를 해소하기는커녕 더 늘어나게 생겼는데 이런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나중에는 국민들의 부담이 더 커 진다"며 "전기요금 부담이 큰 혹서기를 지나고 4분기에는 (㎾h당) 10~20원은 올려서 한전이 이를 통해 적자를 줄이진 못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은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계절마다 차이가 있지만 4인가족 전기요금은 월 평균 5만원 내외인데 (㎾h) 10원이 오르면 월 부담이 2천원에서 3천원 늘어나는 것이고 취약계층은 에너지바우처 지원이나 한전에서 복지할인 등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기요금을 올리더라도 부담이 덜 하다"며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은 생산원가 등 산업경쟁력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하반기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하더라도 가정용보다는 인상폭이 적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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