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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존립 기로 '나눔의집'…어떻게 바뀌나

    나눔의집 생활하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3명
    건강악화로 요양병원…텅 빈 나눔의집
    일본군 만행 알리는 교육관으로 전환 검토
    법인 전환 걸림돌…예산 마련도 문제

    10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집에서 열린 '2024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에서 고인이 된 할머니들 흉상 앞에 꽃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10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집에서 열린 '2024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에서 고인이 된 할머니들 흉상 앞에 꽃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머물렀던 '나눔의집'이 존립의 기로에 놓였다. 나눔의집에서 생활하던 피해 할머니들이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떠나면서 텅 비게 된 것인데, 나눔의집은 변화를 고심하고 있다.

    14일 사회복지법인 대한불교조계종 나눔의집(나눔의집)에 따르면 나눔의집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생활공간을 제공하고자 1992년 10월 불교계와 국민성금으로 서울 마포에 개소했다. 그러다 경기 광주시 퇴촌면 부지를 후원받아 1995년 광주로 이전, 현재까지 운영중이다.

    30년가량 운영되는 동안 이곳에서 생활하는 할머니들이 24명까지 늘어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고령인 할머니들이 병원으로 옮겨가거나 별세했고, 최근에는 3명만 남았다.

    박옥선(101세), 이옥선(97세), 강일출(97세) 할머니들이 그들인데, 남은 할머니들마저 건강이 악화되면서 올해 3월부터는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해 지어진 공간에 할머니들이 부재하면서 나눔의집이 존립 기로에 놓인 것이다.


    '위안부' 할머니 보금자리서, 일본군 인권유린 교육관으로

    나눔의집은 할머니들이 생활하던 시설을 보존해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를 알리는 교육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일본군의 인권유린 문제와 역사를 배울 수 있는 현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나눔의집은 이미 부지 안에 부설 역사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할머니들이 생활하던 시설도 역사관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상황에 따라선 교육관 등 새로운 시설을 건립할 계획도 있다.

    다만 큰 틀에서 이뤄진 논의일 뿐, 세부적인 계획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나눔의집 관계자는 "살아계신 할머니들이 고령이어서 이제 나눔의집으로는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알리는 시설로 가야 한다는 논의는 이뤄졌지만, 아직 세부적인 내용까지 정해진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법인 전환 불가피…정부·경기도 논의는 진전 없어

    나눔의집을 교육관으로 전환하려면 행정적인 변경이 불가피하다. 현재 나눔의집은 사회복지법인으로서 양로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복지 주체인 할머니들이 떠났고, 사회복지법인이 교육시설을 운영하는 것 역시 목적사업에 부합하지 않는다.

    때문에 나눔의집 측은 법인 변경 등 행정 절차를 고심하고 있는데, 정부가 국가시설로 운영하거나 경기도와 함께 특수법인을 설립해 역사관으로서 역할이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정부나 경기도와 구체적인 논의나 진전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산 문제도 해결 과제다. 나눔의집은 법인 예산과 시민들의 후원금, 정부·경기도로부터 보조금 등으로 운영해왔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부터 경기도의 보조금이 중단됐고, 후원마저 줄어들면서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후원금 유용·보조금 부정수급 겪기도


    나눔의집은 과거 후원금 유용 의혹과 보조금 부정수급 문제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지난 2020년 나눔의집 직원들은 "나눔의집이 후원금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아닌 건물 증축 등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논란이 일었다. 이후 경기도의 조사와 경찰 수사가 이어졌고, 나눔의집 시설장 안모씨가 지방재정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안씨는 2001년부터 2020년까지 나눔의집 시설장으로 근무하면서 사무국장과 공모해 가짜 직원을 등록하거나 허위 서류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지자체로부터 5천만원 상당의 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혐의를 받았다. 또 허위 서류를 제출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지원금 2900만원을 받거나, 관할 관청에 등록하지 않고 불법 기부금을 모집한 혐의도 있었다.

    이밖에도 공개입찰을 거치지 않고 허위 서류를 제출해 건물 공사비 7억1천만원을 부정 수급한 혐의, 나눔의집에서 거주하다 사망한 김화선 할머니의 대체전표를 위조해 예금 6천만원을 나눔의집 법인계좌로 송금한 혐의도 있었다.

    1심 재판부는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안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공소시효가 지난 2013~2015년 당시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 2015년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를 고려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형사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안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2년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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