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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침탈에 화난 평범했던 그들…기록보니 '독립영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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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 침탈에 화난 평범했던 그들…기록보니 '독립영웅'이었다

    경남도, 판결문 등 입증자료 모아 역대 최대 규모 34명 서훈 신청
    역사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농민운동 등 독립운동가 발굴
    독립운동가 발굴 전담조직 꾸린 이후 지금까지 64명 서훈 신청

    항일 운동 기록으로 입증될 형사공소사건부. 경남도청 제공  항일 운동 기록으로 입증될 형사공소사건부. 경남도청 제공
    경상남도가 광복절을 앞두고 잊혀선 안 될 이름, '독립 영웅'을 또 찾아 국가보훈부에 서훈을 신청했다.

    도는 경남 출신이거나 이곳에서 활동한 미서훈 독립운동가 34명을 발굴해 독립유공자 서훈신청서를 국가보훈부에 제출했다고 14일 밝혔다.

    독립운동에 참여하고도 객관적인 입증 자료가 부족해 서훈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지난해 '독립운동가 발굴·서훈 신청 전담조직(TF)'을 꾸린 이후 서훈 신청 수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도가 서훈 신청한 대상자는 지난해 24명과 지난 5월 6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64명에 이른다.
     
    이번에 신청한 34명은 역사적으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일제 침탈에 맞선 독립 영웅들로 확인됐다. 평범했지만,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은 경남도의 발굴 노력 끝에 잊힌 그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됐다.

    남차권·이일우·이정신·남찬우 선생은 1914년 8월 26일 조선총독부 임시토지조사국원이 토지 수탈을 목적으로 의령군 정곡면 일대 국유지와 민유지 경계선을 측량하는 것에 반대했다.

    주민 700여 명과 함께 토지 측량을 못 하도록 저지한 이유로 징역 8개월 등을 선고받았다.

    김응윤 선생은 조선 독립 의지를 널리 알리고자 1921년 2월 독립군의 청산리 전투 승전 소식을 등사한 전단을 창원군 구산면사무소에 배포했고, 일제는 출판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일제의 토지 조사 사업 반대 사건에 대한 판결문. 경남도청 제공 일제의 토지 조사 사업 반대 사건에 대한 판결문. 경남도청 제공 
    강윤갑·황수연 선생은 1930년 1월 24일 광주학생운동에 호응해 김해 지역 각 학교에 항일격문을 살포한 사건으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밖에 윤수만·강만수 선생 등은 1932년 3월 14일 양산농민조합 간부원 17명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 도중 일제의 총탄으로 사상자가 발생하자 이에 화가 나 군중 300여 명과 함께 시위를 이어갔고, 유치장을 습격한 죄명으로 징역 1년 등을 선고받았다.

    도는 판결문 등의 주요 자료뿐만 아니라 부산의 역사기록관에 있는 형집행원부, 형사공소사건부와 미서훈 독립운동가 제적부를 발급받는 등 이들의 독립운동 입증 자료를 모아 국가보훈부에 제출했다.

    도는 미서훈 독립운동가 발굴 확대와 친일 행적, 이적 행위 등 정밀한 조사를 하고자 지난 5월 '독립운동 선양사업 자문단'을 꾸렸다.

    애초 서훈 신청자가 36명이었지만, 자문단 회의를 거쳐 친일 행적이 의심되는 2명을 제외하고 34명에 대해 서훈을 신청했다.

    독립기념관 제공 독립기념관 제공 
    독립운동가 서훈은 독립운동 활동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후의 삶도 철저하게 검증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독립운동을 했어도 일제 식민통치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했거나 광복 이후 형사 사건 등의 이유로 서훈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경남은 3·1운동 이후 만세 운동이 가장 길고 격렬했으며 독립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됐던 곳이지만, 지난해 8월 기준 경남의 독립유공자 수는 1182명으로, 전국(1만 7748명)의 6.6% 수준에 그친다.

    이에 도는 도내 독립운동 사건을 지역의 관점으로 재조명하고 무명의 독립운동가를 찾는 데 집중하고자 독립운동가 발굴 전담조직을 꾸렸다.

    잊힌 독립운동가를 찾는 일은 고단한 작업이다. 당시 의병 등 독립운동가들은 스스로 신분을 숨겨야 했고, 기록도 남기지 않다 보니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 있는 일이 많다.

    일제에 의해 독립운동이 지워지거나 축소·왜곡돼 공적 내용과 증거 자료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 남북 분단과 6·25 전쟁으로 기록과 기억도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도의 발굴 노력은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388명의 독립운동 관련 행형기록뿐만 아니라 지난 2월에는 도내 읍면동을 뒤져 먼지가 쌓인 일제강점기 기록 수형인명부 13권을 찾았다.

    이 중 경남 출신 미서훈 독립운동가 20명과 경남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4명 등 직접 발굴한 24명을 지난해 국가보훈부에 서훈을 신청해 오는 광복절을 앞두고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 심사가 진행 중이다.

    경남도가 찾은 일제강점기에 기록된 수형인명부. 경남도청 제공 경남도가 찾은 일제강점기에 기록된 수형인명부. 경남도청 제공 
    지난 5월에도 창원 흑우연맹 소속의 이름 없는 '아나키스트'로 활동한 독립운동가 6명을 찾아 서훈을 신청했다.

    서훈은 3·1절과 8·15 광복절, 11월 17일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1년에 세 번 확정된다.

    경남도 신종우 복지여성국장은 "이번에 서훈을 신청한 34명의 독립운동가는 농민운동, 토지조사사업 반대운동, 의병운동 등 평범하지만 나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위대한 분들인 만큼 모두가 서훈을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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