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 총리. 연합뉴스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면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등 양국간 전쟁이 확전 양상을 띄고 있는 가운데 중국 리창 국무원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했다.
중-러 총리간 정례회담을 위한 방러 일정이지만 리 총리가 그동안 '전쟁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재 메시지를 들고 갔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리창 '급하게' 러시아 방문…시진핑 메시지 전달 가능성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 도착한 리 총리는 오는 22일까지 러시아에 머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접견,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와의 회담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리 총리는 모스크바 도착 직후 "중국과 러시아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전략적 지도 아래 국제관계와 주요 주변국 간의 관계에서 새로운 유형의 모델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리 총리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형식적으로는 지난 1996년부터 매년 이어져온 양국 총리간 정례회담을 위한 것이다. 미슈스틴 총리는 양국 수교 75주년을 맞아 리 총리를 초청했다.
다만, 8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 양국 총리 정례회담이 열린데다, 시 주석이 지난 7월과 5월에 두차례나 푸틴 대통령을 만난 점을 고려하면 리 총리의 러시아 방문은 갑작스럽다.
리 총리는 또 러시아 방문 뒤 22~23일에는 벨라루스를 찾는데, 러시아는 지난해 우방인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하는가 하면 지난 6월에는 벨라루스군과 합동으로 전술핵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에따라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되며 최근 격화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에 대한 시 주석의 중재 메시지를 들고 리 총리가 급하게 러시아를 찾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은 그동안 러시아에 대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우방인 러시아의 편을 들면서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등 우크라이나 측과 접촉을 이어가며 중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본토 공격당하며 곤경처한 푸틴, 핵무기 사용 가능성 거론
연합뉴스한편, 최근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해 점령하는 등 양국간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19일 현재 러시아 쿠르스크 일대 1250㎢를 점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서울 면적의 두배가 넘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점령한 이유는 러시아 본토에 대한 중·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승인받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확전을 우려해 그 사용을 '방어용'으로 한정하고 있다.
실제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 파트너들이 러시아 영토에서 무기 사용에 대한 권한 제한을 모두 해제한다면, 우리는 쿠르스크 지역에 물리적으로 진입할 필요가 없다"며 재외공관장들에게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 해제에 대해 설득하라고 지시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다만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지난 15일 언론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필요한 무기와 능력을 갖추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향후 중·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승인할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으로 곤경에 처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국가 존립에 위협이 있으면 이론적으로 (핵무기) 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 입에서도 러시아 본토가 공격 당하는 상황을 가정한 핵무기 사용 언급이 나온바 있다.
특히, 전술핵이 배치된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 이후인 지난 18일 "우크라이나의 격화는 러시아로 하여금 핵무기를 사용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