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 연합뉴스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가 변론이 재개된 김혜경씨의 재판이 22일 열렸다. 재판부는 진술거부권으로 피고인 신문에 응하지 않았던 김씨 측에 신문과 관련된 의견서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수원지법 형사13부(박정호 부장판사)는 이날 김씨의 선거법 위반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당초 재판부는 이달 13일 김씨의 선고공판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선고를 하루 앞두고 직권으로 변론을 재개했다.
이날 재판부는 김씨 측에 피고인 신문과 관련된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공판에서 김씨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검찰의 피고인 신문에 응하지 않았다.
당시 김씨의 변호인은 "현재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도 조사를 받고 있고, 이달(7월) 4일에는 검찰로부터 출석 요구도 받았다"라며 "이 사건(공직선거법 위반)을 포함한 법인카드 사용 내역이 조사대상으로 돼 있기 때문에 (이 재판에서) 검찰의 질문 일체에 진술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신문할 수 있는 권한보다는 포괄적 진술거부권에 대한 효력이 상위개념이라고 판단된다"라며 김씨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변론이 재개된 이날 재판부는 "지난 번에는 변호인이 진술거부권을 밝혀서 피고인 신문을 진행하지 않았다"며 "당시 검찰에서 신문 사항을 상당량 준비했고, 변호인은 열람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종결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술거부권 취지에 따라서 피고인 신문을 실시하지 않는 기존 입장은 유지하지만, 신문 사항과 관련해 어떤 형식으로든 피고인 측 정보를 받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변호인은 의견서 형식으로 제출해달라"고 밝혔다.
김씨는 경기도청 전 별정직 공무원인 배모씨와 공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2021년 8월 당시 서울의 한 식당에서 경기도 법인카드로 민주당 인사 3명(7만 8천원)과 수행원 3명 등 식사비용 10만 4천원을 결제한 혐의(기부행위)로 기소됐다.
검찰은 김씨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 대표를 민주당 대선 후보로 당선시키기 위해 민주당 관계자들을 매수하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본건은 피고인이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를 민주당 대선 후보로 당선되게 하기 위해서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를 매수하려 한 범행으로, 기부행위 금액과 관계없이 죄질이 중하다"며 김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김씨는 결제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김씨는 지난달 최후진술에서 "남편이 비주류 정치인으로 살면서 많은 탄압을 받았다"며 "그래서 항상 '꼬투리 잡히지 말아야지' 하며 긴장하고 산다"고 말했다. 이어 "식사비에 대한 의논이나 협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큰 원칙이라 따로 지시할 상황이 아니었다. 다만 이 자리에 서있는 것은 불찰이고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공범으로 지목한 경기도청 전 공무원 배씨 역시 문제를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올해 5월 증인으로 재판에 출석한 배씨는 "김씨가 참석한 해당 식사자리에서 경기도 법인카드를 사용할 수 있느냐"라는 검찰 질문에 "없다"라고 답했다. 이에 검찰이 "그걸 알고 있고,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본인이) 식대를 결제했다는 거냐"라고 다시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