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관광지 민간개발사업. 남원시 제공최경식 남원시장이 전임 이환주 시장이 추진한 테마파크 사업 협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 408억 규모의 배상금을 혈세로 물어주게 됐다. 시장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 행정 당국의 판단 때문에 막대한 빚 폭탄을 떠안은 것이다.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 민사부는 금융대주단이 남원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하고 남원시에 408억 원과 이자 지급을 명령했다. 의회 동의 및 대출약정 승인 절차를 거친 민간사업자와 남원시 간 실시협약을 무효로 볼만한 중대한 하자가 없음을 들었다.
재판부는 "피고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제때 사용·수익허가를 하지 않아 이 시설의 개장이 지연됐고 결국 업체는 실시협약을 해지했다"면서 "분쟁의 근본적 원인을 남원시가 제공한 점에 비춰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테마파크 사업이 결과적으로 실패했다고 하더라도 사업성 예측 자체가 잘못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남원시가 사업자의 시설 반납 이후로도 대체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시도를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원리금 상환을 요구하는 대주단의 청구는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남원 관광 인프라 구축 조감도. 남원시 제공남원 관광지 민간 개발사업은?
남원시 등에 따르면 이환주 전 시장 때인 지난 2020년 6월 4일 남원시는 남원테마파크㈜와 모노레일 및 어드벤처 시설 설치가 포함된 '남원 관광지 민간 개발 사업' 실시 협약을 체결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시설물을 남원시에 기부채납하는 대신 20년간 운영권을 받는 조건이었다.
남원테마파크㈜는 자기 자본 20억 원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405억 원을 대출받고 2022년 6월 어현동에 모노레일과 집와이어 등을 갖춘 놀이 시설을 완공했다. 그러나 2022년 7월 취임한 최경식 남원시장이 사업 재검토에 나서며 사용 승인 허가는 물론 기부채납 등 행정 절차도 중단됐다.
두 달 뒤인 2022년 8월 31일 임시로 개장했지만 경영난이 악화하며 남원테마파크㈜는 남원시에 실시협약 해지를 통보했고 대주단은 남원시의 책임이 크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별도로 남원테마파크㈜는 남원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나섰으며 법원은 지난해 12월 남원시에 1억77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최경식 남원시장(사진 왼쪽)과 이환주 전 남원시장. 자료사진최경식 "여러 문제" vs 이환주 "근거 없는 소문"
남원시는 2022년 9월 전임 시장 당시 남원시가 면밀한 수익성 검토 없이 업체가 빌린 405억 원에 대해 채무 보증을 섰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담당 공무원을 징계하고 협약 변경을 추진했다.
최경식 남원시장은 2022년 9월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업과 관련해 자체 감사 결과 여러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 시장은 "그간 각계에서 제기된 공사비 과다 논란 등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사업 전반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한 결과 실시협약서 및 자금조달계획의 검토 소홀, 행정절차 상 문제점(투자심사 미이행 등) 등을 다수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간사업자가 제출한 자료만으로 협약서와 사업비의 적정성을 판단하기에 한계가 있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으나 현재 민간사업자와 손해배상 재판 중인 사항이라는 이유로 각하됐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사업을 직접 추진한 이환주 전 남원시장은 올해 3월 전북특별자치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노레일 사업과 관련해 '저와 공무원들이 금품을 착복했다'는 등의 흑색선전이 유포되고 있다"며 "이는 음해성 흑색선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제22대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남원·장수·임실·순창 예비후보로 출마한 이 전 시장은 "모노레일은 남원시장으로 재임 시절에 민간개발사업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완성한 상업"이라며 "그 사업이 후임시장이 들어와 영업개시 허가가 제대로 나지 않고 사업에 대한 근거 없는 부정적인 소문과 분위기로 인해 어려움에 빠졌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개발사업자는 현 시장을 상대로 소송을 내서 지난해 12월 남원시가 잘못한 행정행위에 대해 손해를 배상해 주라는 법원 판결이 났다"며 "사업 당시 사업협약에 대한 잘못된 내용이 전혀 없고 민간개발사업자가 건설 과정에서의 폭리는 근거가 없다는 게 밝혀졌다"고 말했다.
남원시가 남원관광지 민간개발사업 관련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25일 공청회를 개최했다. 남원시 제공남원시 "협약 무효" 주장, 항소 방침
현 최경식 시장 체제의 남원시는 민간사업자와 체결한 실시협약이 협약 해지 시 남원시가 대출원리금을 배상하게 되어 있는 등 위법한 독소조항이 포함됐기에 그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시협약 제17조(협약의 해지)의 규정에 의하면 협약이 해지될 경우, 남원시가 협약 해지일로부터 12개월 내 대체 사업자를 선정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남원시가 대주단에게 직접 대출원리금을 손해배상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이런 조항은 '사업이 잘되면 그에 따른 운영이익을 취하고 사업이 안되면 사업 포기로 지방자치단체인 남원시의 재정으로 대출원리금 손해배상책임 남원시 전부 부담(593억 원)하는 구조이고 지방재정법 제13조와 지방자치법 제47조를 위반한 사항'이라는 게 남원시의 설명이다.
남원시는 또한 민간사업자가 ㈜삼안이라는 대기업을 대표사로 앞세워 과도한 수요예측과 사업 수익구조 왜곡으로 기망적 자금 조달을 계획하고 대출금액을 부풀렸음에도 대리금융기관인 메리츠증권 주식회사에서는 사업 타당성, 수요예측 등 사업계획에 대한 검증 없이 남원시의 신용보강을 빌미로 민간사업자에게 PF대출을 무리하게 추진한 점은 대주단 측의 과실이 명백하다는 입장이다.
남원시는 항소에 나서며 민간사업자와 대주단의 부당함을 재판부에 관철하겠다는 방침이다.
남원시 관계자는 "대주단의 과실이 1심 재판부를 통해 판단되지 않은 부분과 부당함을 재판부에 호소하고 소송대리인과 협의 법적 대응 논리를 보강해 시민의 혈세가 허투루 쓰이지 않고 시민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