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에서 "건전 재정과 협업의 기반 위에 맞춤형 약자 복지의 확충, 경제 활력의 확산, 미래를 대비하는 경제 체질 개선, 안전한 사회 및 글로벌 중추 외교 등 4대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총지출 677조원 규모로 편성된 내년 정부예산안을 의결했다. 야당은 예산안을 놓고 "부자 감세, 민생 외면, 미래 포기가 드러난 예산안"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총지출 677조원 규모로 편성된 내년 정부예산안을 의결했다. 올해 본예산보다 3.2% 늘어난 수치로, 정부가 예상하는 내년도 경상성장률(4.5%)에 못 미치는 '긴축 재정'으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은 먼저 "지난 정부는 5년 동안 400조 원 이상의 국가 채무를 늘렸다"며 "1948년 정부 출범 이후 2017년까지 69년간 누적 국가 채무가 660조 원이었는데, 지난 정부 단 5년 만에 176조 원이 됐다"고 했다. 이어 "재정 부담이 크게 늘면서 정부가 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건전재정'은 정부가 세 번의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지켜온 재정의 대원칙이라며, 재정사업 전반을 재검증해 총 24조 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어려운 분들을 두텁게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약자 복지 기조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내년 기준 중위소득을 역대 최대인 6.42% 올리고, 생계급여 역시 역대 최대인 연평균 8.3%로 인상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R&D(연구개발) 투자에 대해선 "AI(인공지능), 바이오 양자 등 3대 미래 게임 체인저와 전략 기술을 중심으로 R&D 재정 투자를 올해 26조 5천억 원에서 내년 29조 7천억 원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보건의료 분야와 관련해선 "향후 5년간 재정투자 10조 원을 포함해 총 20조 이상을 투자해서 대한민국 어느 지역에 사시는 국민이라도 공정한 접근성을 가지는 지역 필수 의료 체계를 반드시 구축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또 군 장병 처우 개선을 위해 내년 병장 기준 봉급을 205만 원으로 상향하고, 2025년 경주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공적 개발 원조 확대와 북한 이탈 주민 적극 지원 계획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 연합뉴스
민주당은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놓고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 민생 외면, 미래 포기가 드러난 예산안"이라고 비판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과 허영 예산결산 정책조정위원은 입장문에서 "예산안 총수입 651조8천억원에는 금융 투자세 폐지, 상속세 세율 인하, 각종 부담금 폐지 등 부자 감세로 세입 기반이 훼손된 내용이 반영돼있다"고 밝혔다.
특히 "국민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민생사업 예산은 반영하지 않거나 투자를 축소했다"면서 "민생을 강조한 예산안임에도 국민과 소상공인·자영업자 모두가 민생 대책으로 주문하는 지역사랑 상품권 예산이 전혀 반영돼있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부천 호텔 화재 참사에 따른 스프링클러 설치 지원 사업 등 재난관리 투자가 중요하지만, 재난관리 예산은 2조67억원으로 올해보다 2661억원 줄어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부는 R&D 예산이 29조7천억원으로 역대 최대라고 강조하지만, 실상은 2023년 R&D 예산 규모인 29조3천억원에서 소폭 상승한 수준에 그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의결된 예산안은 세법 개정안과 함께 다음 달 초 국회에 제출된다. 민주당은 "책임지고 국회 심사 과정에서 수정해 내년 예산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국가 재정으로 탈바꿈하게 하겠다"고 예고해 향후 국회 통과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 등 정부 관계자들은 예산안에 어떤 고민이 담겨 있고, 예산안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국민과 국회의 잘 설명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오는 10월 국회 국정감사 이후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는 시정연설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