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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울음 삼킨 4대 천왕 "산체스는 끝났다고 했지만 난 평생 당구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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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내 울음 삼킨 4대 천왕 "산체스는 끝났다고 했지만 난 평생 당구할 겁니다"

    프로당구(PBA) 도전 13개 대회 만에 정상에 오른 스페인 3쿠션 전설 산체스. PBA 프로당구(PBA) 도전 13개 대회 만에 정상에 오른 스페인 3쿠션 전설 산체스. PBA 
    한때 세계 당구 3쿠션을 주름잡았던 '4대 천왕'은 끝내 울음을 삼켰다. 이제 끝났다는 혹평에도 12전 13기 만에 마침내 프로당구(PBA) 정상에 올랐다.

    '스페인 3쿠션 전설' 다니엘 산체스(50∙에스와이)는 26일(현지 시각) 베트남 하노이그랜드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4 PBA 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 오픈' 결승에서 엄상필(우리금융캐피탈)을 눌렀다. 세트 스코어 4 대 2(15:2 15:3 15:6 13:15 2:15 15:6) 승리로 상금 1억 원을 거머쥐었다.

    PBA 합류 이후 13개 대회 만에 들어올린 우승컵이다. 산체스는 지난해 6월 전격 PBA 도전을 선언했지만 첫 9개 대회에서 32강 진출이 최고 성적일 만큼 부진을 면치 못했다.

    당연히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산체스는 PBA 이전 세계선수권 4회, 월드컵 15회 우승 등 '황제' 토브욘 브롬달(스웨덴)과 PBA를 휩쓴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 '인간 줄자' 딕 야스퍼스(네덜란드) 등과 세계 3쿠션 '4대 천왕'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올 시즌 산체스는 절치부심 달라졌다. 2차전인 하나카드 PBA 챔피언십에서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한 산체스는 3차 투어인 이번 대회 '헐크' 강동궁(SK렌터카), 이충복(하이원리조트), 륏피 체네트(튀르키예·하이원리조트) 등 강호들을 연파한 기세를 몰아 정상까지 등극했다.

    결승에서 산체스는 그야말로 전성기 실력을 뽐냈다. 1세트를 하이 런 12점을 앞세워 2이닝 만에 마무리하더니 2세트 하이 런 8점을 앞세워 5이닝, 첫 이닝 7점을 퍼부은 3세트 6이닝 등 빠르게 기선을 제압했다. 3세트까지 이닝 평균 3.461점을 찍었다.

    PBA 원년인 2019-20시즌 메디힐 챔피언십 이후 5년 만에 결승에 오른 엄상필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4세트 8 대 13 열세에서 5이닝 3점, 6이닝 4점으로 만회했다. 5세트 첫 이닝부터 4개의 뱅크 샷을 몰아치는 등 폭풍 9점으로 세트 스코어 2 대 3, 맹추격했다.

    하지만 산체스가 다시 힘을 냈다. 3 대 6으로 뒤진 가운데 5이닝에서 7점을 퍼부으며 가볍게 역전한 뒤 6이닝 2점, 7이닝 3점으로 우승을 확정했다.

    결승에서 뱅킴 샷을 펼치는 엄상필(왼쪽)과 산체스. PBA결승에서 뱅킴 샷을 펼치는 엄상필(왼쪽)과 산체스. PBA

    경기 후 산체스는 "우승 순간이 잘 떠오르지 않고 머리가 하얘졌다"면서 "마지막 1점에 모든 집중력을 쏟았고 마지막 득점을 하고도 기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고 돌아봤다. 이어 "팀 동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우승했다는 것을 체감했다"면서 "거의 울 뻔했는데 우승 후 울지 않는다는 스스로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눈물을 삼켰다. 정말 기쁘다"고 벅찬 소감을 밝혔다.

    마음고생이 심했다. 산체스는 "우승 축하를 받은 뒤 긴장이 완전히 풀렸고 힘들었던 순간이 떠올랐다"면서 "지난 1년 동안 잘 풀리지 않았는데 128강이나 64강에서 탈락하고 승부치기에서 패하는 것을 보여주는 게 심리적으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지난 30년간 나는 32강이나 16강에서 떨어지는 선수가 아니었고 항상 준결승 이상 올랐다"면서 "사람들이 '산체스는 끝났다'는 이야기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이겨냈다. 산체스는 "2차 투어가 끝나고 한 달 정도 스페인에 다녀왔지만 한국에 온 뒤 어려운 시기에도 꾸준히 열심히 훈련했다"면서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당구 말고는 할 게 별로 없었고 매일 오전 9시 30분에 당구장에 간 뒤 오후 10시까지 훈련에 매진했다. 중간중간 휴식도 취했지만 정말 많은 시간을 훈련에 투자했다"고 강조했다.

    기세를 몰아 또 한번의 정상을 노린다. 산체스는 "이번 우승으로 정신적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해소됐고 우선 지금 우승을 즐기겠다"면서도 "2주 후 4차 투어에서는 첫 라운드에서 탈락할지도 모르는 게 당구"라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하늘의 명을 깨닫는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다. 산체스는 "당구와 평생을 함께 했고, 아직 당구를 하기에 나는 젊다"면서 "70대도 칠 수 있는 게 당구인데 PBA 적응이 아직 느리지만 더 나아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세계 3쿠션을 정복했던 산체스의 PBA 정복기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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