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토지' 작가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와 '김약국의 딸들' '파시' 등 시대를 관통하는 굵직한 작품으로 한국 문학사에 획을 그은 소설가 박경리(1926~2008) 작가의 타계 16주기를 맞아 미발표 시 5편을 추가한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가 재출간됐다.
2008년 출간된 유고시집에서 미발표 5편을 더해 총 44편의 시를 실은 개정판이다.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시는 '부모의 혼인'과 '생명'을 비롯해 제목 미상의 시 세 편이다.
미발표 시들은 토지문화재단 수장고를 정리하던 중 관계자가 찾아냈다.
대표작인 대하소설 '토지'로 일반에 소설가로 널리 알려졌지만, 생전에 200편에 가까운 시를 남겼다. 유고시집을 포함해 '못 떠나는 배' '도시의 고양이들' '자유' '우리들의 시간' 등 총 5권의 시집을 펴냈다.
그의 전반기 시집에는 문학인으로 치열한 자기 고민과 연민이 담겼다면, 유고시집에서는 삶의 막바지에서 작가가 지난 세월과 삶의 흔적을 돌아보고,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이 담겼다는 특징이 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미발표 시 역시 유고집에 담긴 어머니와 생명에 관한 결을 같이 한다. 시 '생명'에서 작가는 나무와 풀꽃으로부터 발견한 강인한 생명력에 감탄한다.
'생명은 무엇이며/ 아아 생명은 무엇이며/ 사는 것은 어떤 걸까// 서로가 서로의 살을 깎고/ 서로가 서로의 뼈를 깎고/ 살아 있다는 그 처절함이여' -'생명' 중에서
다산책방 제공 제목 미상의 시 3편에서도 시인으로서 마주한 노년을 그렸다. 작가의 외손인 김세희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이 할머니의 생과 작품 세계를 숙고해 '죽어가는 연어를 생각하라', '그만두자', '머무는 시간'이라고 가제를 붙였다.
작가는 1955년 김동리의 추천을 받아 단편 '계산'으로 등단하기 전 1954년 당시 재직하던 은행 사보 '천일' 9호에 시 '바다와 하늘'을 내놓은 바 있다. 회고록에서는 작가는 고등학교 시절 시를 쓰며 외로움을 달랬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