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CCTV통합관제센터. 박요진 기자▶ 글 싣는 순서 |
① 주취자 민원 당직AI에 맡겼더니…AI 행정 활용 어디까지? ② 사람 살리고 건강 챙기고…복지 행정 지평 바꾼 '학습 AI' ③ 1인가구 안부 묻고 다문화가정 언어치료도…'AI 친구' ④ AI 기술 접목 '지능형CCTV'…"범죄 막고, 신고 전 해결" (계속) |
지난 8월 23일 밤 11시 40분쯤 광주광역시CCTV통합관제센터에 설치된 지능형 관제시스템 한 화면에 팝업창이 떴다.
팝업창에는 광주 한 공원에서 학생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것 같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관제원은 즉시 경찰에 출동을 요청했고 경찰관들은 현장에 출동해 청소년들을 훈계하고 귀가 조치했다.
8월 22일 새벽과 심야 시간에는 도로와 상가 앞에서 잠들어 있는 50대 남성과 40대 여성을 지능형 관제시스템이 탐지했다. 관제원들이 경찰에 알리자 경찰관들이 이들을 모두 경찰차에 태워 집으로 안전하게 호송했다.
지난 3일 새벽에는 치매 환자로 추정되는 노인이 배회하는 것을 확인한 지능형CCTV가 관제원에 이 사실을 알렸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이 노인의 신원을 확인해 가족들이 실종 신고도 하기 전 집으로 데려갔다.
수동 관제 시대 지나…선별관제·지능형 검색 가능
이처럼 지능형CCTV가 도입되면서 과거 CCTV 영상을 관제원들이 일일이 살피거나 사건·사고가 발생한 이후 확인 차원에서 영상을 확인하던 이른바 '수동 관제' 시대가 끝났다. CCTV에 인공지능(AI) 기술이 도입되면서 사용자가 정해둔 필터(기능)를 적용해 유의미한 영상을 선별하는 '선별 관제'와 썸네일과 축적된 메타데이터를 활용한 '지능형 검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실종자 수색 등을 목적으로 머리스타일과 옷차림, 옷색깔, 성별, 나이대를 구분해 검색이 가능하다. 앞선 사례처럼 누군가 특정 지역을 배회하는 경우에도 자동으로 관제원에게 알려준다. 치매 노인의 경우 가족들의 신고가 접수되기 전 집을 나간 사실을 인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광주광역시CCTV 통합관제센터. 박요진 기자이르면 올해 안에 실종자 관련 정보를 넣으면 자동으로 동선을 추적해 마지막으로 잡힌 CCTV 위치를 확인해 주는 기술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실종자 수색에 들어가는 인력과 비용 등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실종자 수색 뿐만 아니라 기존에 없었던 상자 등의 물품이 인지될 경우에도 지능형CCTV는 관제원에게 알려준다. 최근 광주 한 치과병원에서 발생한 폭발·방화 사건의 경우 지능형 CCTV가 설치돼 있었다면 사전에 인지해 범행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의미다.
이태원 참사·광주 모 치과 폭발방화 등 사건·사고 사전 대응 가능
광주광역시CCTV 통합관제센터 제공이태원 참사와 같이 좁은 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밀집되면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피플카운팅' 기능도 이미 적용되고 있다. 집회 참여 인원들을 추정하기 위해 지하철 입구에 가상의 선을 그어두고 지나가는 사람의 수를 세는 '라인크로싱' 기능도 활용 중이다. 미리 정해둔 기준을 넘어설 경우 경찰관 등이 현장에 출동해 사고가 발생하기 전 사전에 통제가 가능해진 셈이다.
또 하천 등 위험지역에 가상의 선을 그어 두고 사람 등이 진입할 경우 자동으로 알려주고 가스배관 등을 이용한 절도 범행 등을 막기 위해 벽을 타고 가상의 선을 지나는 사람이 있다면 침입을 감지한다. 비슷한 기능을 활용해 무단횡단이 자주 발생하는 위험 지역을 파악해 대응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광주광역시CCTV 통합관제센터 제공또 공중화장실 등에 옷차림이나 인상착의 등을 통해 다른 성별이 침입하는 것도 관제가 가능해 성범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이처럼 지능형CCTV는 화재와 유기, 폭력, 범람 등을 자동으로 인지해 관제원에게 통보해 준다. 실제 지난 8월 10일 광주 서구 금호동 한 공원에서 새벽시간대 불장난을 하던 청소년들을 인지해 화재를 예방했다.
쓰러짐이나 특정 위험 동작을 인지하도록 해둘 경우 폭력 등의 범죄도 인지할 수 있다. 지능형CCTV를 활용해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범죄 16건을 포함해 음주·노숙, 예방활동, 청소년선도 등 총 332건의 관제 실적을 올렸다.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통합관제센터에 경찰관 3명이 상주하며 24시간 근무하고 있다"며 "경찰관 통해 무전이나 전화로 현장 경찰관에게 관련 상황을 전파해 신속하게 조치하고 있어 한 해 20여 건 이상의 범죄 예방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시, 지난해 12월부터 지능형CCTV 본격 활용…2027년까지 모두 적용
광주광역시CCTV 통합관제센터 제공
광주시CCTV통합관제센터에서 지능형CCTV가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2023년 12월부터로, 통합관제센터가 관제하는 CCTV 1만 1449대 중 6862대에 지능형CCTV 기능이 적용돼 있다. 늦어도 오는 2027년까지 광주시CCTV통합관제센터가 관제하는 모든 CCTV를 지능형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광주시 배복환 시민안전실장은 "지능형CCTV가 도입되면서 효율적으로 감시가 가능해진 만큼 예산을 지속적으로 투입해 확대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CCTV를 촘촘히 관제하고 지능형 영상분석 시스템 등 최첨단 시스템을 활용해 신속한 대응으로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남에서도 3만 2934대의 CCTV 중 1만 5165대에 지능형CCTV가 현장에서 가동되고 있다. 여수시가 선별관제 1981대 등 2101대로 가장 많은 지능형CCTV를 활용 중이며 오는 11월까지 확대하고 있다.
여수시 CCTV통합관제센터는 CCTV의 급격한 증가로 1인당 관제대수가 400여 대에 이르는 등 관제업무 과중 및 능률 저하로 발생된 육안관제의 한계를 지능형 선별관제시스템 도입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광주시와 마찬가지로 사람, 차량 등 주요 관제대상의 영상만을 표출하고 범죄, 실종, 무단투기, 화재 등 설정된 조건에 따른 영상을 선별해 우선순위에 따라 표출하는 등 최첨단 인공지능 기반 영상분석 기술을 접목하게 된다.
한편 광주시CCTV통합관제센터는 지난 2013년에 개소해 어린이보호구역 등 3955곳에 설치된 CCTV를 전문 관제원 86명이 365일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즉각 신고와 문의가 가능한 비상벨 3091대를 설치해 실종자, 침입, 배회 등 다양한 범죄예방 및 조치를 하는데 지능형 영상 분석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