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서 발언하는 한덕수 총리. 연합뉴스최근 잇따른 전기차 화재로 국민 불안이 커진 가운데,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 시범사업을 올해 10월로 앞당겨 실시하도록 확정했다.
또 전기차 정기검사에서 배터리 관련 항목을 늘리고, 전기차 제작사 등의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해 '전기차 화재 안전 관리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자동차업계 간담회, 국회 토론회 등을 거쳐 지난달 25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전기차 화재 방지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기차 안전성 확보 △지하주차장 등 안전관리 강화 △화재 대응능력 강화 및 중장기적 대응방안 등 분야별 세부 대책을 수립해 이번 대책을 확정했다.
우선 내년 2월에 국내외 제작사를 대상으로 시행할 예정이었던 전기차 배터리 인증제는 올해 10월로 4개월 앞당겨 시범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각 전기차 제작사는 미리 정부로부터 배터리 안전성을 인증받아야 판매할 수 있다. 그동안에는 관련법상 안전기준에 부합하면 제작사가 자체적으로 배터리 팩을 제작, 탑재시킬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이나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정하는 시험기관에서 안전 성능시험을 통과해 인증을 받아야만 한다.
또 배터리 제조사와 제작기술 등 주요 정보까지 반드시 공개하도록 한다. 그동안 배터리 용량, 정격전압, 최고 출력만 공개했는데, 앞으로는 셀 제조사와 배터리 팩 형태, 주요 원료까지 공개하도록 의무화했다.
전기차 정기검사에서는 배터리 검사항목에 셀 전압, 배터리 온도·충전·열화 상태, 누적 충·방전 등을 대거 추가하고, 한국교통안전공단 검사소는 물론 민간검사소까지 전기차 배터리진단기 등 검사 인프라를 확충하기로 했다. 배터리 이력관리제 역시 예정대로 내년 2월부터 시행하도록 재확인했다.
관련 사업자들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전기차 제작사·충전사업자들이 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당장 내년부터는 제조물 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자동차 제작사에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해 보험 가입을 유도하되, 제조물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가로 추진한다.
언하는 한덕수 총리. 연합뉴스화재가 발생했을 때 충전사업자가 피해를 구제할 수 있도록 무과실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도록 추진한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6월 관련 내용을 담은 '전기안전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아울러 국내외 주요 제작사가 시행중인 차량 무상점검을 앞으로 매년 반드시 실시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배터리 자체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배터리 상태를 원격으로 진단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소비자와 제조사에 알려주는 전기차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Battery Management System) 기능·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현대·기아 등 주요 제작사의 경우 BMS 안전기능이 없는 구형 전기차에도 무료로 설치하도록 추진하고, 이미 설치된 차량은 성능을 무상 업데이트하기로 했다. 또 BMS 연결·알림 서비스 무상제공 기간을 연장하고, BMS 관련 자동차 보험료 할인을 제공하는 보험사를 8곳에서 12곳으로 늘리는 등 사용 문턱을 낮추도록 했다.
국토부 백원국 2차관은 "지금 약 60만 대의 전기차가 있는데, BMS가 장착된 차량이 약 73%, 약 44만 대고, 업데이트를 통해 탑재 가능한 차량이 17%, 약 10만 대"라며 "업데이트가 불가한 초기 모델 차량들은 10%, 약 6만 대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정부는 올해 안에 BMS의 '배터리 위험도 표준'을 마련한다. △주의:정비 필요 △경고:제작자 긴급출동 △위험:소방출동 등 3단계로 위험도를 나주고, 내년 상반기부터는 자동차 소유주가 정보제공에 동의한 차량을 대상으로 위험단계인 경우에는 자동으로 소방당국에도 알리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전기차 충전 중 충전량을 제어하는 안전장치인 스마트 제어 충전기는 올해 안에 2만 기, 내년에는 7만 1천 기까지 보급하고, 이미 설치된 완속충전기도 내년 2만 기 교체를 시작으로 2027년 이후에는 27만 9천 기를 교체할 계획이다.
이미 화재가 발생한 경우 스프링클러가 신속히 작동하는 것이 피해 방지에 가장 효과적인 점을 고려해, 앞으로 모든 신축 건물의 지하주차장에는 화재 감지·작동이 빠른 '습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한다. 다만 동파 우려가 있는 건물에는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도 허용한다.
신축 건물의 모든 지하주차장에 조기감지형 연기감지기를 설치하도록 하는 등 화재감지기 설치기준도 강화하고, 의무설치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한편 지하주차장 안에서 전기차가 충전하는 데 대해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점을 고려해 내년 1월부터 시행하려던 전기차 주차구역‧충전시설 확대 의무이행 시기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또 지하주차장 내부 벽·천장·기둥 등에는 방화성능을 갖춘 소재를 사용하도록 내년 상반기까지 관련법 개정도 추진한다.
소방당국이 화재를 빠르게 진압하기 위해서는 내년까지 전국 240개 모든 소방관서에 이동식 수조, 방사장치, 질식소화덮개 등 전기차 화재 진압장비를 확대 보급한다.
또 지하주차장에 진입할 수 있는 무인 소형소방차를 민‧관 협업으로 군용기술을 활용해 올해 안에 개발하고, 내년부터 보급할 계획도 세웠다.
공동주택 등의 전기차 충전시설 위치·도면 등 정보를 소방관서에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관련 규정도 개정한다.
다만 논란이 됐던 전기차 충전시설 위치를 지상으로 변경하는 방안 등은 관계부처 합동 연구와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거쳐 추가로 검토할 예정이다.
산업부 최남호 2차관은 "지하주차장에서 지상으로 올리는 문제는 신축 아파트는 지상에 주차장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거 형태와 지하주차장에 분포된 현황을 보고, 일반 주민이나 지자체와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며 "아파트 구조 자체를 바꿔야 되는 문제가 같이 따라가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정부가 결정해서 다 올려라, 하기는 좀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 이외에도 추가로 검토가 필요한 사항은 소방청과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안전 TF'에서 연말까지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