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신종 인플루엔자 대유행 대비 대응계획 등 현안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조류 인플루엔자(조류 독감)의 인체 감염 위험성이 커진 가운데 가을철 철새 유입을 앞두고 정부가 신·변종 인플루엔자 치료제 비축과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질병관리청은 6일 이런 내용을 담은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 대비·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인플루엔자는 바이러스 구조가 다양한 데다 한 개체 안에서 서로 다른 바이러스끼리 중복 감염돼 빈번하게 변이가 발생한다. 인플루엔자는 매년 세계 인구의 5~15%가 감염되는 대표적 호흡기 감염병이다.
유럽질병관리예방센터(ECDC)에 따르면 2003년 이후 24개국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A형(H5N1) 인체감염 사례가 총 907건 보고됐고, 지난 3월에는 베트남에서 조류 인플루엔자 인체 감염에 따른 사망 사례도 나왔다.
국내에서는 아직 인체 감염 사례는 없었지만, 지난해 7월 조류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포유류인 고양이 43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당시 조사 결과, 폐사율은 100%였고 감염된 조직도 뇌, 호흡기, 심장, 비장, 신장, 간 등으로 다양했다.
이 때문에 조류 변이 인플루엔자 발생 → 포유류 감염 → 사람 전파 → 사람 간 전파 순으로 인플루엔자가 대유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질병청이 신·변종 인플루엔자 대유행의 피해 규모를 예측한 결과, 전파율과 치명률이 높다고 가정했을 때 따로 방역하지 않을 경우 111일 만에 유행 정점을 찍고 300일 안에 최대 41.8%의 인구가 감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 제공이에 대해 정부는 유행 정점 시기를 111일에서 190일까지로 늦추고, 정점일 때의 최대 환자를 35%까지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는 표본감시 의료기관을 기존 300곳에서 1천곳으로 늘리고, 병원체 유전자 분석을 위한 실험실 감시 시설도 180곳에서 200곳으로 늘린다.
동물 인플루엔자 감시 체계도 기존 가금류와 야생 조류를 넘어 포유류와 반려동물까지 확장하고, 사람과 동물, 환경을 포괄한 '원헬스' 감시·대응 차원의 조기경보체계도 구축한다.
또 인플루엔자 유행 시 초기 6개월간 대응이 가능하도록 전 국민의 25%(약 1200만명)가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를 비축하고, 보호구와 마스크 같은 방역 물자도 비축한다.
신속한 감염 진단을 위해 원스텝 검사법을 개발해 진단 시간을 72시간에서 12시간으로 단축하고, 감염병 병상도 기존 1100여개에서 3500여개로 늘린다.
백신의 경우 유행 발생 시 100일 또는 200일 안에 개발하는 전략을 세웠다. 질병청은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된 팬데믹 대비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 지원사업을 통해 2028년까지 mRNA 백신 플랫폼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밖에 유행 '첫 3일' 대응 계획과 유행 초기·확산기·회복기 등 단계별 방역 전략도 세웠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감염병 대유행은 국민의 건강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전 대비가 중요하다"며 "인플루엔자는 백신과 항바이러스제라는 대응수단이 있는 만큼 새 바이러스 유행 시 백신을 빨리 확보할 수 있도록 신종 인플루엔자 특성(항원형)에 맞는 백신 시제품을 개발하고, mRNA 등 백신 플랫폼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