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건물 지하 주차장 전기차 충전 시설. 류영주 기자부산의 대표 전시시설인 벡스코 지하주차장에 있던 전기자전거 배터리에서 불이 났다. 전기자동차와 자전거 등에 쓰이는 이차전지 화재가 반복되면서 공포가 더욱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행사 열리는 벡스코 지하 주차장서 '리튬-이온 전지' 화재
부산 벡스코 지하주차장에 있던 전기자전거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10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15분쯤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 지하주차장에 있던 전기자전거 배터리에서 불이 났다. 화재를 감지한 스프링클러가 곧바로 작동해 다행히 더 큰 불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일부 설비가 불에 타 소방당국 추산 200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이날 벡스코에서는 안전산업 박람회, K-ICT위크, 해양모빌리티 안전엑스포 등 각종 전시와 행사가 열릴 예정이었다. 배터리에서 난 불이 다른 차에 옮겨붙는 등 큰 화재로 번졌을 경우 각종 행사에 차질이 생기고 대형 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불이 난 배터리는 한 공유 모빌리티 업체 소유로 확인됐다. 당시 공유용 전기자전거에서 분리해 별도의 충전 시설에서 충전 중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 주차장에는 해당 업체 소유의 전기 자전거와 공유용 소형전기차 등이 함께 보관 중이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이 난 배터리 종류는 리튬-이온 전지로,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와 용량만 다를 뿐 같은 종류다. 이른바 '전기차 포비아'를 불러일으킨 인천의 한 지하주차장 화재 역시 이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시작됐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기차와 전기자전거 등에 쓰이는 이차전지로, 불이 난 배터리 역시 전기차에 쓰이는 것보다 용량만 작을 뿐 같은 종류"라며 "전기차 배터리는 차량 하부에 장착됐고 노출되지 않아 진화가 어려운 반면, 전기자전거 배터리는 외부에 노출돼 있고 용량도 작아 상대적으로 진화에 어려움은 덜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에서도 지하 배터리 화재 등 아찔한 사고 잇따라…전기차 화재도 13건
경찰 등이 인천 청라국제신도시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나 대형 재산피해를 야기한 전기차에 대한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부산에서도 이처럼 이차전지 화재가 끊이지 않고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6월 14일 오전 11시 50분쯤에는 부산진구 양정동의 한 다세대주택 안에서충전 중인 전기자전거 배터리에 불이 났다. 당시 화재 역시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초기에 진화되면서 큰 불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자전거 등이 불에 타 소방당국 추산 180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지난해 8월에는 부산도시철도 1호선에 실려 있던 전동킥보드에서 연기와 함께 불이 나는 위험천만한 사고도 발생했다. 당시 승객이 곧바로 전동킥보드를 열차 밖으로 들고 나가 대형 화재는 피할 수 있었다. 부산교통공사는 이 사고 이후 열차 내 개인형 이동장치 화재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후속 대책을 마련했다.
지난해 5월 1일에는 부산진구 범천동의 한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초소형 전기차에 불이 나 주변 차량 4대까지 파손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전기차에서는 충전을 시작한 지 불과 20여 분 만에 불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를 발견한 입주민이 곧바로 신고해 더 큰 화재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게 소방관계자 설명이다.
이 사고를 포함해 지금까지 소방당국이 파악한 부산지역 전기차 배터리 화재는 13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인천 지하주차장 화재와 마찬가지로 대형 피해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 반복된 셈이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전기차나 배터리 화재가 더 큰 피해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스프링클러와 같은 소방 장비가 초기에 작동하는 등 초동 대처가 빨랐기 때문"이라며 "소방시설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유지·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