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최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큰 원인은 미국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보다 AI(인공지능) 산업이 고점에 다다랐다는 공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AI 산업이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지만, 상반기처럼 주식시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라는 평가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본격화한 8월 1일부터 지난 9일까지 8.47% 하락했다.
지난달 5일 '블랙 먼데이' 당시 장중 2400이 무너졌던 코스피는 2700선까지 회복했지만, 이달 들어 다시 6% 넘게 빠지며 '갈지자' 행보를 보인다.
이른바 '공포 지수'라고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표(V-KOSPI)는 같은 기간 평균 24.2를 기록했다. 이 지표가 20을 넘으면 변동성이 확대, 즉 시장에 공포가 확산한다고 해석한다. 8월 1일(17.12) 하루를 제외한 26거래일 동안 V-KOSPI가 올해 상반기 평균인 17.32보다 높았다.
시장은 이 같은 변동성의 원인으로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를 꼽았다. 지난달 초 발표된 미국의 7월 실업률이 4.3%로 2021년 10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며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샴의 법칙'이 발동한 것이 대표적 이유다.
그 결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오는 1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p가 아닌 0.5%p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도 30%에 달한다.
다만 최근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의 고용관련 지표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2001년 이후 3차례의 경기침체 사이클 당시 공통으로 발생한 현상은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의 급증, 즉 고용시장의 급냉각"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최근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안정세를 유지해 미국의 경기침체가 임박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면서 "연준이 고용시장 안정을 위해 공격적 금리인하에 나선다면 고용시장의 연착륙 개연성도 크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에 AI 산업의 고점에 대한 공포는 여전한 모습이다. 상반기 주식시장을 주도한 AI 산업의 성장 속도가 최근에는 기대치를 넘지 못하는 탓이다.
대장주인 엔비디아의 경우 2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123% 성장했지만, 향후 3분기 82%와 내년 1분기 52% 등으로 둔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 결과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도 지난달 22일 고점 대비 최근 13% 하락했다. 이 기간 외국인 각각 3조 831억원과 1조 5230억원 순매도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가가 각각 13.79%와 18.48% 폭락했다.
엔비디아. 연합뉴스 메리츠증권 이진우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매출 성장 둔화가 여전히 독과점 속에 진행되는 것이라면 시장은 크게 걱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만, GPU 시장의 경쟁 심화 속에 수반되는 매출 성장률 둔화라면 불편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것은 당연하지만, 성장률 둔화의 속도도 문제다. 시장 예상보다 성장률 둔화 속도가 빨라진다면 부정적 이슈일 수 있다"면서 "지금이 엔비디아 성장의 정점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성장 산업에서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성장률 둔화의 첫 국면을 경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AI에 대한 빅테크의 투자가 하반기에도 계속되겠지만, 주식시장의 상승을 이끌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평가다.
신한투자증권 노동길 연구원은 "빅테크는 과잉 투자보다 과소 투자에 따른 시장 점유율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빅테크의 투자전망은 증가율 상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2027년 초까지 역성장을 염두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AI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AI를 비즈니스에 활용할 소프트웨어로 중심 이동이 나타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