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19일부터 2박4일 일정으로 체코를 공식 방문해 '팀 코리아'의 신규 원전 건설사업 수주 확정을 위한 '세일즈 외교'를 전개한다. 원전 수주 과정에서 불거진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적재산권 분쟁 우려를 줄이고, 한·체코 간 원전 사업 신뢰를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양국 간 '원전 동맹'을 구축하고 경제, 과학기술 등을 아우르는 전방위 협력 관계 발전을 협의할 예정이다.
尹, 2박4일 체코 방문…원전 사업 수주 확정 향해 '세일즈 외교'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추석 연휴 직후인 19일 서울을 출발해 2박4일 일정으로 체코를 공식 방문한다. 우리 대통령의 체코 방문은 2015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체코 방문 이후 약 9년 만이다.
이번 체코 방문은 지난 7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체코 정부의 신규 원전 건설 사업에서 프랑스전력공사(EDF)를 제치고 우선협상 대상자로 최종 선정된 이후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체코 정부는 두코바니 지역에 원전 2기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 예상 사업비만 24조 원에 달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이번 체코 공식 방문을 통해 원전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는 '팀 코리아'의 확고한 협력 의지를 체코 측에 전달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제1호 영업사원으로서 우리 기업의 원전 사업 수주가 확정될 수 있도록 적극적 세일즈 외교를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 최종 계약은 내년 3월이다. 이번 사업이 순항한다면 체코 정부가 테멜린 지역에 추진하는 원전 2기 건설 사업도 수주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체코의 원자력 발전소. 연합뉴스다만 이번 원전 수주 과정에서 한수원과 미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 간 분쟁이 변수로 떠오른 상태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월 입찰 경쟁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그에 앞서 2022년 10월 한국형 원전이 미국 원자력에너지법에 따른 수출통제 대상인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을 활용했다고 주장하며 미국 정부 허가 없이는 수출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했다.
지난해 9월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민간기업인 웨스팅하우스가 소송 주체가 될 수 없다며 각하했지만, 웨스팅하우스는 지난해 10월 항소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웨스팅하우스 분쟁 관련 질문에 "많이 걱정하지 말라"며 "최근 언론보도를 보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데, 최선을 다해 내년 3월에 공식 계약서에 사인할 수 있도록 저부터 열심히 뛸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한미 동맹 기조하에 미국 측과 지속적으로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지난 4일 체코 국가안보보좌관이 방한해 "사업 최종 계약을 체결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한 점을 들어 양국 간 신뢰가 굳건하다는 자신감도 내비치고 있다.
원전 동맹, 첨단 산업 등 협력…'전략적 동반자 관계' 한층 도약
이번 체코 방문을 계기로 한·체코 간 '원전 동맹' 구축에도 나선다. 기존의 핵연료 연구와 함께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포함한 차세대 원자력 연구·개발 등을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양국 간 인력 교류도 확대할 계획이다.
원전 외에도 북한 핵 대응,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등 외교·안보와 제조업, 첨단 산업을 비롯한 경제 협력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다.
윤 대통령은 공식 방문 첫날 체코 국가 원수로서 외교·안보를 담당하는 페트르 파벨 대통령과 단독·확대회담을 연 뒤 공동 기자회견을 갖는다. 내년 양국 수교 35주년 및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을 앞두고 협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부분이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방문 둘째 날에는 파벨 대통령과 함께 한-체코 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한다. 같은 날 윤 대통령은 체코 정부 수반으로 경제·사회 정책 수립을 담당하는 페트르 피알라 총리와 함께 프라하에서 약 90㎞ 떨어진 풀젠시를 방문해 원전 관련 기업을 시찰할 예정이다. 이후 피알라 총리와 소인수회담을 갖고 원전 협력을 포함해 무역·투자·첨단기술·공급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제도화할 양해각서(MOU) 서명식에 참석한다.
대통령실은 체코는 100개 이상의 국내 기업들이 진출해 있으며, 동서 유럽을 연결하는 비즈니스의 거점이라고 설명했다.
박춘섭 경제수석은 브리핑에서 "대외 무역의존도가 높은 개방형 경제구조라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으로서 잠재력이 매우 큰 전략적 파트너"라며 "미래차, 배터리, 수소, 첨단농업 등 첨단 산업분야에서 양국간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체코 방문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 전원이 동행한다.
아울러 미래차, 배터리, 수소, 항공우주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의 협력 논의도 적극 이뤄질 전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유럽 항공우주국 이사회 회원국인 체코와 우주항공 분야 협력을 함으로써, 유럽과 협력을 늘려나갈 수 있는 주요한 계기"라며 "과학기술 분야 교류 협력은 연 2.5억 규모인데, 이것보다 수십 배 규모로 커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