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교육청 관계자들은 지난 8월 13~18일 베트남 외무청 관계자들을 만나 해외 유학생 사업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강원도교육청 제공▶ 글 싣는 순서 |
①신입생 0명 시대…인구위기 속 현실로 닥친 지역소멸 ②'K전문가를 꿈꾼다' 한국에서 꿈 키우는 외국 청소년들 ③글로벌 직업교육, '지속가능한 미래' 뒷받침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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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19년째 학생 수 감소…유치원, 초등학생 수 급감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24년 교육 기본 통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4월 1일 기준 유·초·중·고교생은 568만474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578만3612명)보다 9만8867명(1.7%) 감소했다. 학생 수 감소는 2006년부터 19년 연속 이어졌다.
학생 수는 1986년 1031만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감소세로 돌아서 1990년 1천만명 아래로 떨어졌고, 2021년에는 600만명대가 무너졌다.
특히 올해 유치원생이 49만8604명으로 2만3190명(4.4%) 줄었고, 초등학생은 249만5005명으로 10만8924명(4.2%) 감소해 중장기적으로 학령인구 급감 추세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구 증가, 유입 요인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비수도권 상황은 더 심각하다. 강원도내 출생아 수가 급감하며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다. 2024년 1월 강원도에서는 618명 신생아가 태어났는데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4명 줄어든 수치다. 인구 자연 감소 현상은 2016년 7월 이후 무려 90개월 동안 지속되고 있다.
출생아 수가 8년 동안 지속 감소하면서 학령인구 감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출생아 수가 줄어들면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로 진입하는 학생 수가 급감하게 되고 결국 학교 통폐합, 교사 수 축소, 교육 자원 부족 등 교육 시스템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강원도교육청이 발표한 '2025~2029학년도 중장기 학생 추계'에 따르면 강원도 학령인구 감소가 예상보다 급속도로 진행 중이다. 2029년에는 강원도 내 초·중·고 학생 수가 지금보다 약 만7100명(12.3%) 줄어들며 12만 명 선 붕괴를 코앞에 두고 있다.
올해 13만9174명으로 집계된 학생 수는 2029년에는 12만2071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초등학생 수 감소가 두드러지며 2027년에는 5만7964명, 2029년에는 5만2230명으로 줄어들어 현재 대비 약 20.5%의 감소가 예상된다.
신입생 '0'명,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숫자
'2024학년도 초‧중·고 학급편성'에 따르면 올해 도내 24개 학교가 신입생이 한 명도 없어 입학식을 하지 못한 채 새학기를 시작했다. 학생 수 급감으로 사라지는 학급 수도 90여개에 달한다.
특히 태백, 영월, 정선 등 중소도시에서는 학생 수 감소가 더 심각하다. 태백은 올해 초등학생 수 1527명에서 2029년에는 916명으로 약 40%가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영월과 정선 역시 각각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권 역시 예외는 아니다. 춘천은 올해 만3825명의 초등학생 수가 2029년에는 1만 560명으로 줄어 만 명 선 붕괴가 우려되며 강릉도 8496명에서 6646명으로 21.8% 감소할 전망이다.
학령인구 감소의 여파로 강원도 내 분교장의 통폐합도 지속되고 있다. 2024년에는 6곳의 분교장이 폐지될 예정이며 이로 인해 지난 10년 동안 문을 닫은 도내 학교 수는 총 45곳에 달한다. 강원도교육청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교육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매년 강원도내에서 문을 닫는 학교가 늘어나면서 폐교의 활용방안에 대해 교육 당국이나 지자체의 고심 또한 깊어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는 단순히 교육 문제를 넘어 지역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학교가 줄어들고 지역 내 교육 인프라가 축소되면 청년층은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결국 지역 경제와 인구 감소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출생아 수 감소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는 국가적 차원에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는 이유다.
학령인구 감소, 베트남 유학생 유치 시동… 국제교육팀 신설
강원도교육청은 학령인구를 늘리기 위해 농어촌 유학과 강원형 마이스터고등학교 활성화, 외국인 고등학생 유치 등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해외 우수 유학생 유치를 통한 지역 활성화와 강원교육 홍보를 위해 지난 8월 12일부터 17일까지 베트남 하띤성과 다낭을 방문했다. 최준호 정책협력관을 단장으로 한 4명의 방문단은 하띤성 교육청, 다낭 교육청, 다낭외무서비스 센터를 방문해 직업교육 분야의 유학생을 유치하고 유학생의 적응 및 졸업 후 취업, 국내 정주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협의를 진행했다.
강원도교육청은 무엇보다 지난 1일 조직 개편을 통해 해당 업무를 담당할 '국제교육팀'을 신설, 한국에너지마이스터고등학교를 시범학교로 지정하고 2025학년도 외국인 유학생 입학을 목표로 관련 행정 절차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 11월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직업교육 인구정책 수립과 지역경제 활성화 포럼'을 개최했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제공
지난해 11월에는 '직업교육 인구정책 수립과 지역경제 활성화 포럼'을 개최, 저출산으로 인한 도내 인구감소에 가장 효과적인 인구정책으로 해외 우수 유학생 유치는 물론 이후 취업과 정주할 방안을 찾기 위해 3시간이 넘는 마라톤 토론을 펼치기도 했다.
강원도교육청은 농촌유학에 이어 해외 우수 고등학생 유치로 소멸위기에 몰린 강원도를 지키기 위한 도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해외 우수 고등학생 유치는 고등학교 3년 교육 후 취업에 중점을 둔 유학생 유치 정책은 대학입학보다는 취업을 우선하기 때문에 취업비자 문제 해결과 지역 기업과 직접적으로 연계하는 방안까지 마련해야 한다. 3년 후 고등학교를 졸업한 외국인 학생들이 강원도를 떠나거나 본인들의 나라로 되돌아간다면 투자 결과에는 큰 차질을 빚게 된다.
농촌유학과 해외 우수 유학생 유치는 출산율 감소로 인한 학령인구 절대수 감소라는 거대한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근본적인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이러한 대책은 단기적이며 제한적인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조차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강원도는 수년 내에 '첫 번째 소멸지역'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은 "해외 우수 유학생 유치를 통해 지역 교육의 질을 높이고 동시에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다"며 "또한 학생 유치를 통해 학교의 존립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활성화, 인구 유입, 문화 다양성 증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