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대안)이 재석167인, 찬성 167인, 반대 0인, 기권 0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윤창원 기자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명품백 수수, 22대 공천 개입 등 의혹들에 대한 수사를 골자로 한 특검법이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채상병 특검법'과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하는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정부의 행정·재정 지원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지역화폐법' 역시 국회 문턱을 넘었다.
세 법안 모두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표결이 이뤄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본회의 의사일정 자체에 합의한 적이 없다며 회의 자체를 보이콧하고 장외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상정된 법안들 모두 위헌적 요소가 짙은 데다가, 정쟁용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폐기 200여일…'명품백·공천개입' 추가된 '김건희 특검법' 통과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김건희 특검법)과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상병 특검법),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지역화폐법) 개정안을 차례로 상정해 의결했다.
'김건희 특검법'은 지난 21대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 재표결 끝에 부결돼 폐기된 바 있다. 이후 200여일 만에 다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됐다. 수사 대상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외에 '명품백 수수 의혹', '22대 총선 개입 의혹', '채상병 사망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의혹' 등이 추가되면서 직전 법안보다 더욱 강화됐다. 특별검사 임명은 더불어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각각 1인씩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인을 임명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김건희·채 상병특검법 등을 강행 처리하려는 야당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반대 토론에 나선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5선, 비례)은 "예외적으로 행사돼야 될 특검과 탄핵이 난무하는 현실이 정상적인 국회의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죄를 짓고도 처벌을 받지 않으면 안 되지만 역으로 일반인이라면 무혐의 종결 처분될 사건을 대통령 배우자라고 해서, 또 국민 여론이 좋지 않다고 해서 수사와 기소를 해야 한다고 몰아치는 것 또한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이성윤 중앙지검장에 이어 이정수 중앙지검장 등 대표적인 친문(親文) 검사들이 수사를 지휘했다"며 "3년 8개월 동안 50여 곳에 대해 6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관련자 150명을 반복 소환하는 등 소위 '먼지털이 수사'를 했음에도 증거가 안 나와서 기소에 실패한 사건이다. 왜 그때 기소하지 않았나"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미 검찰과 공수처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고, 진행 중인 사건을 중지하고 새로 특검에서 이것을 진행한다고 하는 것은 이중 수사, 과잉 수사"라며 "국력의 낭비이고 인권의 침해다. 특검의 취지에 맞지 않는 온갖 의혹을 끄집어내고 상대방을 죽이는 정쟁용"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찬성 토론에 나선 민주당 서영교 의원(4선, 서울 중랑갑)은 "국민의힘은 그렇게 김 여사를 변명하고도 부끄럽지 않나. 그렇게 윤석열 대통령에 아부하면서 부끄럽지 않나"라고 꼬집으며 "우리는 국민의힘을 규탄한다. 이제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해 확실하게 수사하자, 그리고 확실하게 처벌하자"고 강조했다.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통과…"한동훈이 제안한 것"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건희 특검법 수용 촉구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날 통과된 '채상병 특검법'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제안했던 이른바 '제3자 추천'으로 본회의 통과만 세 번째다. 대법원장이 후보 4명을 추천하면 국회법 제33조에 따른 교섭단체 중 대통령이 소속되거나 소속되었던 정당이 아니 정당의 교섭단체와 비교섭단체가 이 중 2인의 후보를 추천, 대통령이 1인을 임명하도록 했다. 다만 야당에겐 후보 비토권도 주는 방식이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은 반대 토론에 나서 "거대 야권은 이미 두 번이나 재의요구로 부결된 순직해병 특검법을 무늬만 제3자 특검으로 고쳐서 또다시 일방적으로 본회의 처리를 시도하고 있다"며 "그보다는 근본적인 사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여야가 함께 나서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찬성 토론에서 "우리는 특검을 통해 억울하게 나라의 안보를, 국민의 안보를 지키려 했던 그 어린 해병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야 되지 않겠나"라며 "공수처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수사 인력은 너무나 규모가 작고 언제 수사가 끝날지도 모른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의 제3자 추천안은 민주당의 본래의 안이 아니었다. 한동훈 대표가 제시한 안이다. 그것을 우리 민주당과 야권이 받았을 뿐"이라며 "한 대표에게 묻는다. 정말로 제3자 특검을 통해 채 해병의 억울한 죽음을 밝힐 의지가 있는지"라고 되물었다. 또 "대통령이 여기에 또 거부권을 행사하면 우리는 다시 재의결을 통해 국민의 진상규명에 대한 요구에 부흥해야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가의 지자체 재정 지원 의무화…"지역 경제 활성" vs "현금살포"
'지역화폐법'은 행안부 장관이 각 지자체로부터 지역사랑상품권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신청받아 기재부 장관에게 요구하도록 하고, 운영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 규정을 기존 '재량'에서 '의무'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에서는 지방자치 사무인 데다가,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한다며 반대해 온 법안이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재선, 서울 서초갑)은 반대 토론에서 "13조원 현금 살포법에 이어 한 술 더 떠서 제도적으로 현금 살포를 뿌리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며 "정파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국민 혈세를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것은 기업으로 따지면 배임 행위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근 5년간 지역사랑상품권의 국비 지원 규모는 벌써 95조원이 넘는다"며 "만약 이 법안이 민주당 일방으로 통과되면 얼마나 많은 액수를 국비로 감당해야 될지 도무지 가늠이 안 된다. 물론 지방사무, 국가사무 구분하지 않고 국비를 마구마구 뿌리면 얼마나 좋겠나. 그런데 그 잔치가 끝난 후 국가는 완전 빚더미에 앉는 것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반면 야당에선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라고 맞섰다. 민주당 오세희 의원(초선, 비례)은 "현재 전국 사업자 779만명 중 734만명이 소상공인, 40만명이 중소기업으로 95.1%가 소상공인이다. 소상공인들 지금 폐업이 98~100만으로 내수침체, 고금리, 정말 위기의 골목상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온누리상품권 5조는 전통시장에서만 쓸 수 있다"며 "지역을 골고루 살릴 수 있고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지역사랑상품권이 우리한테도 정말 필요하다. 지역 경제가 살아야 국가 경제도 성장하지 않겠나. 지역이 없는데 어떻게 국가만 성장하겠나"라고 강조했다.
각 법안에 대한 설명과 찬반 토론이 끝난 후 표결이 이뤄졌고, 국민의힘 의원들 불참 속 과반 찬성으로 전부 통과됐다. 다만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채상병 특검법' 표결 때만 잠깐 본회의장으로 돌아와 '찬성'을 누르기도 했다. 또 이주영·이준석·천하람 개혁신당 의원 3명은 두 특검법엔 찬성표를 던졌지만, 지역화폐법에는 '반대'를 누르기도 했다.
한편 본회의장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예결위회의장에 모여 비상 의원총회를 진행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반헌법적인 무리한 특검법안 등이 민주당의 일방적인 강행처리로 무리하게 통과됐다"며 "대통령께서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주실 것을 강력하게 건의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