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악수.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독대(獨對) 요청을 거절하면서 윤·한 갈등이 다시 심화되고 있다. 독대를 거절당한 한 대표는 "(이를) 언론을 통해 접했다"거나 "공개하기 어려운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독대는 꼭 필요하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에 24일로 예정된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간 만찬 역시 각종 현안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보다는 원론적인 의견 교환에 머무르며 깊어진 감정의 골만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바라는 김 여사의 사과 등 전향적 조치를 윤 대통령이 수용할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기 때문에 한 대표가 '나쁜 커플링(부정적 동조화)' 현상을 끊어내기 위해 당정관계 재정립을 시도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한동훈 스타일' 거부한 尹대통령…리스크 해소 '난망'
대통령실 관계자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독대란 게 꼭 내일 해야만 성사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라며 "(독대 문제는) 추후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날인 24일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 앞서 한 대표가 독대를 요청했지만 이를 거절한 것이다.
이에 윤한 갈등은 또 다시 위험 수위에 근접했다. 한 대표가 물밑 접촉 대신 언론을 통해 대통령실과의 '차별화'나 여론전을 주도하려 하면 이를 대통령실이 불쾌해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마치 하나의 패턴처럼 굳어지는 모양새다.
앞서도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는 지난달 30일 만찬을 하기로 했지만, 한 대표가 2026년도 의대 정원 증원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한 차례 순연된 바 있다. 당시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물밑에서 의료계와 소통하며 의료개혁의 성과가 임박한 상황이었는데, 한 대표의 발언으로 판이 어그러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번에도 대통령실은 한 대표 측이 독대 제안 사실을 언론에 유출하고 이를 토대로 독대 수용을 관철시키려 한다고 보고 있는데, 한 대표는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금 공개하기 어려운 주요 현안이 있고 그런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독대는) 필요하다. 이번에 (독대가) 어렵다면 조속한 시일 내에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당대표 비서실장 명의로 "한동훈 지도부는 독대요청을 의도적으로 사전노출한 바 없었음을 재차 확인드린다"고 밝혀 유출 관련 갈등 또한 증폭되고 있다.
독대마저 거절당했지만…시간은 한동훈 편?
윤석열 대통령,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악수.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을 거절한 것에 대해 당내 당혹감은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의정 갈등은 물론, 김영선 전 의원을 둘러싼 공천 개입 의혹 등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해 "이번에야말로 일촉즉발의 위기"라는 공감대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어떠한 형식으로도 당 대표의 독대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지나치게 고압적인 모습이라는 반응도 없지 않다. 국민의힘 한 초선의원은 "그동안 친윤계-친한계 사이에서 곁불만 쬐면서 팔짱 끼고 있던 의원들도 '독대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인 것 같다"며 "시간이 흐를 수록 '같이 타 죽을 수 없다'는 인식도 생겨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의 체코 순방 직후 지지율이 깜짝 반등하긴 했지만 밑바닥 지지율은 이미 최저치에 근접했다는 것이 당내 중론이다. 특히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모두 지지율 고전을 면치 못하는 '나쁜 커플링' 현상이 이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크다. 한 친한계 의원은 "당 지도부 만찬 전 대통령과 당 대표 독대가 이례적인 일도 아니지 않느냐"며 "당정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받아야 하는데, 이런 식이라면 누가 보더라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당 대표를 몰아세우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독대 거절'을 오히려 지렛대로 삼아 '수평적 당정 관계'를 재정립할 명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이 다음달로 다가온 것도 변수다. '대통령의 시간'이 가고 거듭되는 특검법 재표결에 이어 헌법재판관 추천 등 '국회의 시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대통령실이 당에 정무적 부담을 주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의원들도 관망 모드를 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용태 의원 등을 필두로 김 여사가 직접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