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삼성 준감위원장. 연합뉴스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이찬희 위원장은 24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사건 항소심과 관련해 "사법부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3기 준감위 정례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심급마다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어떤 의견을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근본적으로 사법부를 신뢰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최소 비용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그룹 미래전략실이 추진한 각종 부정 거래와 시세 조종, 회계 부정 등에 관여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기소 3년 5개월 만인 지난 2월 1심은 이 회장의 19개 혐의 전부를 무죄 판결했지만 검찰의 항소로 오는 30일 항소심 공판을 앞두고 있다.
'이 회장과 만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이 위원장은 "준법경영과 관련해 어떤 의견을 드리기 위한 자리를 (이 회장에게) 할애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삼성이 지금 내외부적으로 처해 있는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는, 우선 급한 일을 처리하고 그 다음에 준감위와의 만남을 계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독대나 이런 것은 권위주의적인 상징이고 (이 회장과) 끊임없이 여러 채널로 소통하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삼성의 준법경영은 제대로 실현되고 있다고 위원장으로서 확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인도법인의 노동자 파업과 관련해서는 "근로자의 권리는 국내외 사업장을 막론하고 보장받아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라며 "혹시라도 그 과정에서 인권 문제나 차별이 있었는지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 헌법의 평등은 '절대적 평등'이 아니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금지하는 '상대적 평등'"이라며 "어떤 조건에서 어떤 권리를 보장하면서 인정할지는 경영진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발생한 방사선 피폭 사고 및 인도법인의 파업 등에 대한 안건은 아직 준감위에 올라오지 않았다고 이 위원장은 전했다.
삼성전자 등 4개 관계사의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비 납부를 승인하며 '정경유착'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이제 한경협이 어떻게 할지는 설득의 문제"라며 "무엇이 원칙인지에 대해 (한경협이) 충분히 검토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의를 위한 개인의 결단"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위원장을 포함한 준감위 위원 일부는 정치인 출신인 김병준 전 전경련 회장 직무 대행이 한경협에서 상근고문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한경협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는 인적쇄신이 되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