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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 신설만 인구 문제의 유일한 해법일까…"인구부 역할 모호"

사회 일반

    부처 신설만 인구 문제의 유일한 해법일까…"인구부 역할 모호"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주최 인구포럼
    고영준 충남대 교수 "인구부 신설 정부案, 조직개편 당위성 부족"
    "인구정책 어디까지 맡을지 명확한 범위설정 필요…관련법 뒷받침돼야"
    홍석철 교수 "실패한 저고위 방식 유지할 필요 있나…저출생특별회계 만들어야"

    연합뉴스연합뉴스
    정부가 저출생 관련 '인구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인구전략기획부(인구부) 신설을 공언한 가운데 해당 부처의 역할과 기능이 다소 모호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인구정책 전반을 지휘할 '컨트롤타워'의 개선 필요성엔 동의하지만, 정부가 구상 중인 조직개편안에는 독립적 전담부처가 꼭 필요한지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다.
     
    고영준 충남대 국가정책대학원 교수는 24일 서울대 우석경제관에서 '인구전담부처 설치의 쟁점과 과제'란 주제로 열린 미래인구포럼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이번 행사는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한미연)이 공동 주최했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고 교수는 "인구문제 해결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응책으로 인구정책 전담 부처 신설이 타당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지난 2005년 출범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자문위원회 중심의 범부처 협력체계란 점에서 저출생·고령화 정책을 강력하고 일관성 있게 끌고 가기엔 한계가 분명했다는 점에 동의했다.
     
    정책 심의 권한은 있으나 실질적인 집행권과 예산권은 부재했고, 새로운 인구정책 개발 또는 부처 간 정책 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없었던 부분을 짚은 것이다. 
     
    다만, 거버넌스 재구성의 시급성과 별개로, '독임제(獨任制)' 형태의 인구부 모델이 최선의 대안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현 정부안에는 기존 인구정책의 문제점에 대한 명확한 원인 파악이 빠져 있고, 구체적인 조직설계안 또한 누락돼 있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인구정책 관련) 기획과 예산 문제는 기획재정부가 하고 있고, 국무총리실 역시 정책조정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장래인구 추계 등 관련) 통계는 통계청의 업무이고, 연구와 조사는 독립적인 연구원의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조직을 설립하는 것(만)이 기존 조직의 역할이나 역량을 뛰어넘을 무언가를 만들어낼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같은 맥락에서 "인구 전담부처(인구부)가 담당할 인구정책에 대한 명확한 범위 설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책 범위가 저출생·고령화 대응뿐 아니라 지방소멸, 이민 등까지 광범위하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인구부의 영역을 확실하게 정리해야 정책 추진과정의 공백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고영준 충남대 국가정책대학원 교수 발제자료 중 발췌.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제공고영준 충남대 국가정책대학원 교수 발제자료 중 발췌.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제공
    인구부가 인구정책을 수립·총괄하고 조정하는 기능만을 맡을 것인지, 개별 정책의 집행권도 부여받을 것인지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체 정부조직 차원에서 각 부처의 정책영역을 정비하고 이에 부합한 조직개편을 고려하는 것도 과제로 꼽았다.
     
    이와 함께 인구부가 키를 잡을 인구정책의 효과적 추진·집행을 위한 관련법 및 제도의 뒷받침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현행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은 협업의 책무성 확보 규정이 없다"며 "부처 간 (인구 정책 관련) 역할과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하고, 거시적 시각에서 인구정책을 기획하고 추진할 유인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포럼에서 토론자로 참여한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前 저고위 상임위원)도 기존 저고위 체제에 대해 "소요자원이 지나치게 컸던 게 아니다. (투자 대비) 효과 구현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충분한 효과'를 낼 만큼의 과감한 지원이 부족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교수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지출 비중은 1.5~1.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1%에 미치려면 12조~15조 원이 모자란다"며 "2015년 이후 실질적인 저출생 대응 예산은 (오히려) 정체 중"이라고 밝혔다. 또 이 정도의 예산이라도 투입되지 않았다면 현재 0.7명대로 OECD 최하위인 합계출산율은 더 떨어졌을 거라고 진단했다.
     
    홍 교수는 저고위가 5개년 기본계획을 기반으로 한 시행계획 수립·평가에 대한 '형식적 심사'만으로 제대로 된 정책을 세우는 것은 처음부터 다소 무리였다고 봤다. 또한 "대통령이 관심을 갖는다고 부처 간 조정이 원활해지겠나"라며 이미 '실패'한 저고위 방식의 합의제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총괄 부처 신설이 필요하다"며 "충분한 권한과 인구정책 전반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국무조정실이 나선다고 인구정책 조정이 되진 않는다. 기재부 역시 인구정책을 총괄하기엔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향후 인구부에 인구정책 예산의 사전심의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선 "국가 예산에 대한 편성 권한은 기재부가 갖고 있어 절차상 사전심의권을 준다 해도 여러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핵심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저출생대응특별회계 또는 기금 신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아울러 인구정책의 연구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국가인구연구원'을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밝혔다. 현재 관련 연구는 산발적으로 나뉘어 체계적 연구·평가가 불가능하고, 올 상반기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꾸려진 인구정책평가센터도 전담 연구원과 예산 부족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이인실 한미연 원장은 "대한민국은 '인구 싱크홀'에 빠져 있는데 여야(與野) 구분이 어디 있느냐"며 정치권이 즉각 초당적 협력을 통해 인구부 설치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원장은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제5조를 보면 출산을 국민의 책무라 명시했다"며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인간이 가지는 행복인데 권리로 보장을 해야지, 어떻게 책임을 다하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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