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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한명이 아쉬운 때, '미등록아동'에게도 희망을

기고

    아이 한명이 아쉬운 때, '미등록아동'에게도 희망을

    편집자 주

    분기별 합계출산율이 0.6명대까지 떨어진 대한민국의 인구위기. 아이들과 함께 우리의 미래까지 사라지는 현실을 마주하며 그 해법을 찾는 데 온 사회가 골몰하고 있습니다. 저출산 인구위기를 극복하려 'Happy Birth K' 캠페인을 펼쳐온 CBS는 [미래를 품은 목소리] 연재 칼럼을 통해,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을 전합니다.

    [미래를품은목소리㉘]
    사단법인 미등록아동지원센터 은희곤 대표

    미등록아동지원센터 은희곤 대표미등록아동지원센터 은희곤 대표
    할아버지가 손자를 데리고 초등학교 운동회를 갔다.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며 툭 나온 말이 "아시안게임이네". 그만큼 많은 외국인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 곳곳에 터를 잡고 살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라! 한국은 이미 다문화 다민족 이주민 사회로 들어섰다. 그러나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는 매우 강한 민족적 배타성으로 이주민들이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더하여 불법체류자들의 증가도 한몫을 한다. 불법체류자들은 말 그대로 불법적인 존재들이기에 사회적으로 보호받기 어렵고, 심한 경우 잠재적 범죄자 취급까지 받고 살아간다. 그런데 성인들이야 본인들의 선택이고 거기에 따른 책임이 있다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우리는 생각해 봐야 한다. 본인들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불법체류자가 된 그들의 자녀들이다.

    '있지만 없는 아이들' 4만명 추정…대책마련 시급

    '있지만 없는 아이들! 스스로를 유령이라고 부르는 아이들! 스스로 선택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아이들! 그러나 결코 스스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홀로 짊어져야만 하는 아이들! 누군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아이들!'
    정부는 그런 아이들이 대략 5천명 정도일 것으로 파악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그 수가 4만명 전후라고 추정한다. 법무부의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체류 외국인은 250만 7584명이고 이 가운데 불법체류자는 42만 3675명, 대략 6명 중 1명꼴이다. 말 그대로 미등록아동이고 현실적으로 정확한 통계는 없기에 불법체류자의 자녀를 약 10% 정도로 추정할 때 4만명이라는 추정치가 나온다. 지금도 적지 않은 숫자인데,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여서 불법체류 외국인과 미등록아동의 수치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사회적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태어나서 18세가 될 때까지 미등록아동으로 분류하지만 사회로 나와서도 진학, 취직, 자격증 취득 등등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신분을 확인해 줄 아무런 '등록'번호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미등록'이라는 운명적 굴레를 벗겨줄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관련 법을 만들고 전반적인 행정관리를 통해 미등록아동의 인권과 생존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 더 이상 음지가 아니라 양지로 나오도록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미 그들은 우리 사회의 일원이다. '나도 이 사회의 구성원이다'라는 자아의식을 갖게 해주고 대한민국 사회 발전에 적법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말이다.

    미등록아동문제는 부정한다 해서 '없는 문제'가 될 수 없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잠재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기에 우리 사회의 안녕과 질서유지를 위해서라도 선제적으로 빗장을 열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당면과제로 '초저출산 문제'가 있는데, 이들 미등록아동문제의 해결이 일정부분 해법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미등록아동문제 해결, 저출산 문제의 또다른 해법

    윤창원 기자 윤창원 기자 
    다시 반복하지만 미등록 아동들은 스스로 부모도, 이 땅도 선택한 적이 없다. 자기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태어나 '있지만 없는 아이들'이 된 미등록 아동들! 이들을 향해 작은 몸짓이라도 펼쳐보고자 '미등록아동지원센터'를 개소했다. 그리고 이제 그 첫 번째 걸음을 내딛으려 한다. '있지만 없는 아이들'이 이제부터는 '있는 아이들'(I AM HERE)로 살아가도록 길을 열어 주는 운동을 시작하려는 것이다. 그것이 2024년 9월 27일 대한민국 국회에서 '외국인아동출생등록등에 관한 법률안 심포지엄'을 개최한 이유이자 목적이다.

    사실 돌아보면 이주민들을 위한 노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 정부와 지자체,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여러 종교단체에서 외국인 이주민들을 위한 인권, 돌봄, 교육, 상담, 취업, 법률 등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는 최혜영 의원이 '국내미등록아동들'을 대상으로 발의한 <가족관계의 등록등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어 올해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국내미등록아동'에서 '외국인미등록아동'으로 범위를 넓혀가자는 것이 우리가 제안할 <외국인아동출생등록법안>의 골자다. 외국인 아동들(미등록아동들)에게 국적을 주자는 것도, 영주권을 주자는 것도 아니다. '이 땅'에 태어난 이들이 '이 땅'에서 살 수 있도록 최소한의 시스템으로라도 인권, 의료권, 교육권 등 생존권을 보장해 주자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이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고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말이다.

    이번에 발의할 <외국인출생등록에 관한 법률안>이 20대와 21대 국회에서처럼 폐기되지 않도록 조속히 처리되길 희망한다. 이는 사람을 살리는 '생명운동'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야 합의로 발의되고 통과되기를 희망한다. 이 문제는 여야간의 정쟁 사안이 아니기에 생산적 협치가 이뤄질 수 있다고 기대한다. 법안이 거쳐야 하는 상임위, 소위, 본회의 등등 모든 단계와 과정마다 국회의원 및 전문위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초당적인 지지를 기대한다. 거듭 말하지만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가적 위기 과제인 '초저출산'의 문제에도 일정부분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

    27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 등에 관한 법률(안) 심포지엄'이 열렸다. 주보배 기자27일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 등에 관한 법률(안) 심포지엄'이 열렸다. 주보배 기자

    국제적 책임 다해야…출발은 '외국인아동출생등록법안' 처리

    대한민국이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지 벌써 33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 사회 안에서 아동들의 인권이 얼마나 보호받아 왔는지, 특히 이 땅에 태어난 미등록아동들의 인권은 어느 정도 보호받고 있는지 묻고 싶다. 또한 유엔은 2030년까지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17개 목표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중 16번 목표가 '평화, 정의, 제도'이고 세부 target중 '16.9'에는 "2030년까지 출생등록 포함, 모든 사람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고 명시돼 있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제 대한민국은 달라진 국가 위상에 걸맞게 국제사회의 발걸음에 동참하면서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리고 그 출발점이 "외국인아동출생등록법안"이 되었으면 한다.

    아무쪼록 제 22대 국회에서 '외국인아동의 출생등록법률안'이 잘 처리되고, 그것을 시작으로 '있지만 없는 아이들'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고, 태어나면서부터 자기의 권리와 인권을 보호받는 '있는 아이들'이 되어 당당히 우리 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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